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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승리호> 비롯해 영화, 드라마 제작에 사용되고 있는 언리얼 엔진

2021-03-25

2092년 우주위성 궤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승리호>는 한국 SF 영화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내리게 했다. 특히 영화의 영상미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압도적인 CG는 ‘역대급’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넷플릭스에서 190개 국에 개봉, 공개 2일 만에 28개국에서 1위를 차지하며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승리호>의 높은 완성도, 그 배경엔 언리얼 엔진이 있다. 바로 <승리호>의 사전 시각화 작업에 언리얼 엔진이 사용된 것. 언리얼 엔진은 <승리호>뿐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 게임 엔진으로 잘 알려져 있던 언리얼 엔진이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활용되기까지 언리얼 엔진은 어떤 과정을 통해 변화해왔을까. 

 

미국의 에픽게임즈가 개발한 언리얼 엔진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3D 게임 엔진 중 하나다. 최첨단 그래픽과 최고급 툴, 다중 플랫폼 확장성으로 유명한데, 특히 고도로 발달된 툴세트와 콘텐츠 파이프라인은 고급 모바일 특화 기능을 지녔고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지원하며 여러 가지 플랫폼에 대한 최적화가 가능하다. 

 

언리얼 엔진 로고

 

 

언리얼 엔진의 시초와 현재


언리얼 엔진의 시초는 1994년 1인칭 슈팅 게임(FPS, First-person shooter) <언리얼>(1998년 출시)을 위해 개발한 엔진이다. <언리얼>은 놀라운 그래픽과 기술력을 선보였고, 엔진은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었지만 타개발사들의 라이선스 요청이 잇따르면서 자연스럽게 상용 엔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현재는 언리얼 엔진 4까지 출시, FPS뿐 아니라 다른 장르의 게임 개발에도 최적화된 범용 엔진으로 사용되고 있다.

 

언리얼 엔진 4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13년 개최된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 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였다. 이곳에서 에픽게임즈는 언리얼 엔진 4를 월 19달러에 사용할 수 있는 ‘언리얼 엔진 4 멤버십 라이선스’를 발표했고, 2015년에는 라이선스 비용을 폐지, 모든 개발자들이 언리얼 엔진 4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 게임뿐 아니라 영화, 건축 등의 분야에서도 언리얼 엔진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차세대 언리얼 엔진 5 

 


언리얼 엔진 4에 이어 지난해 5월엔 차세대 엔진인 ‘언리얼 엔진 5’가 발표됐다. 언리얼 엔진 5는 영화 CG 및 실사와 동일한 수준의 포토리얼리즘을 구현하고, 높은 생산성의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통해 모든 규모의 개발팀이 실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2021년 초 프리뷰 버전이 출시될 예정이다. 언리얼 엔진 5는 게임이나 규격화된 인터랙티브 제품을 상용화할 때 매 프로젝트당 총수익 1백만 달러까지의 로열티를 면제, 개발사는 프로젝트마다 최대 5만 달러 상당의 로열티 면제를 받을 수 있다. 

 

리얼타임 렌더링 테크놀로지 주도 


언리얼 엔진은 게임 개발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현재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리얼타임 렌더링 테크놀로지’를 주도하며 건축, 자동차, 영화, 애니메이션, 제조, 제품 디자인, VR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렌더링은 2차원의 화면 위에 빛, 위치, 색상 등을 고려해 3차원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과정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작업에서 사용되는데, 흔히 사용돼 온 오프라인 렌더링 기술은 그림이나 실사 모델에 필요한 이미지들을 모두 수작업하고 추가적인 그래픽 작업 진행을 거쳐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 과정에서는 3차원으로 표현된 물체에 고유의 색과 재질뿐 아니라 자연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빛의 반사, 그림자, 굴절, 투명도 등 모든 시각적 요소들이 세밀하게 계산돼 프레임 단위로 그려지는데, 실제와 같은 CG를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요구된다. 특히, 평면이 아닌 3D 입체영상 제작의 경우엔 더욱 작업이 길어져 인건비로 인한 프로젝트 전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에 반해 리얼타임 렌더링 기술은 이러한 작업 과정을 실시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물체와 환경의 변화를 컴퓨터 연산을 통해 자동으로 계산하고, 다양한 이펙트를 대상에 적용해 즉각적으로 결과물을 만들어주는 이 기술은 오프라인 렌더링으로 수일이 수요 되던 작업을 단 몇 분 만에 가능하도록 해 생산성과 업무 효율성을 크게 높인다.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존 윅 3 제작 이미지 (이미지 출처: 라이온스게이트)

 

 

다양한 영화 · TV 시리즈 제작에 이용


언리얼 엔진은 영화와 TV 시리즈에서도 이용되고 있으며, 고퀄리티 프리비즈, 애니메이션, 인카메라 VFX 등 언리얼 엔진의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이 사용된다. HBO의 SF 드라마 <웨스트 월드>에서는 언리얼 엔진으로 인카메라 VFX(특수영상)를 구현했고, <황금나침반>에서는 가상 프로덕션을 활용해 세트 및 액션 시퀀스가 디자인됐으며, <존 윅 3: 파라벨룸>의 영화 세트는 VR로 디자인됐다. <왕좌의 게임>의 전장과 <웰컴 투 마웬>의 생명력 있는 인형들도 버추얼 프로덕션에 의해 구현됐다.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한 솔로: 스타워즈 스토리> 등의 <스타워즈> 시리즈, <혹성탈출>, <레디 플레이어 원>, <콜 오브 와일드>, <더 위쳐>, <퍼시픽 림> 등의 유명 영화 작품들과 <더 만달로리안>, <왕좌의 게임> 시리즈, <오빌> 시리즈 등의 TV 시리즈, <자파리>와 같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도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제작됐다.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프리비즈 작업 이미지

 

 

영화 제작의 판도 바꾼 프리비즈


영화에 쓰이는 기술 중 ‘프리비즈(Previsualization, Previs)’는 본격적인 제작에 앞서 구상한 이미지를 컴퓨터상에 구현해 실제 제작 단계에서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 과정을 말한다. 감독 등 영화 제작 관계자가 작업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법으로 영화를 실제로 제작하기에 앞서 머릿속으로 구상한 스토리를 컴퓨터상에서 구현해보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제작 단계 이전에 진행상의 문제점들을 사전에 예측, 시정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본 촬영 전에 CG로 영화 전체에 대한 프리비즈 작업을 거치는 경우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프리비즈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사용돼 왔지만, 오프라인 렌더링 기반의 프리비즈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실시간 렌더링은 퀄리티가 낮아 만족스러운 성과를 내기가 어려웠는데, 최근엔 이런 단점을 해결해 수정 사항을 바로 반영하고, 퀄리티를 향상시킬 수 있는 실시간 렌더링을 제공하는 게임엔진이 프리비즈 작업에 사용되고 있다. 

 

전통적인 프리비즈와 달리 실시간으로 촬영 및 연출 방향을 결정하고 높은 퀄리티로 최종본에 가까운 씬을 제공하는 언리얼 엔진의 프리비즈는 장면의 비주얼 완성도를 훨씬 높여줄 뿐 아니라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영화 제작 프로세스 요소까지 제공한다.

 

<승리호>에서도 바로 이 프리비즈 작업이 이루어졌다. <승리호>의 시각효과 제작사인 위지윅스튜디오에서는 카메라의 구도 및 동선, 특수효과 시점 등을 실제 촬영에 앞서 미리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으며, “언리얼 엔진의 프리비즈를 통해 다양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구상했고, 최종씬에 가까운 퀄리티로 인해 승리호의 완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언리얼 엔진을 이용한 더만달로리안 제작 과정

 

 

버추얼 프로덕션에서도 중요한 역할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은 창의성을 강화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고안된 컴퓨터 지원 영화 제작 방식을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로, 리얼타임 툴의 사용은 기존의 선형 파이프라인의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의 경계를 흐리게 하고 작업을 보다 유동적이며 공동작업이 가능한 비선형 프로세스로의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언리얼 엔진은 버추얼 프로덕션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예로 디즈니+를 통해 방영된 <더 만달로리안>을 들 수 있는데, 이 작업에서 루카스필름 산하의 시각효과 스튜디오인 ILM(Industrial Light & Magic)과 언리얼 엔진의 에픽게임즈가 협업해 만든 버추얼 프로덕션 플랫폼이 큰 역할을 했다.

 

ILM과 에픽게임즈는 제작 기술 파트너인 퓨즈(Fuse), 럭스 마키나(Lux Machina), 프로필 스튜디오(Profile Studios), 엔비디아(Nvidia), 아리(ARRI)와 함께 <더 만달로리안>에 생기를 불어넣기 위해 존 파브로의 골렘 크리에이션스(Golem Creations)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가상 제작 플랫폼인 ‘스테이지크래프트(StageCraft)’를 개발했으며, 이 새로운 버추얼 프로덕션의 워크플로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창의적인 유연성으로 역동적이고 사실적인 디지털 풍경과 세트를 표현하기 위해 실시간 게임엔진 기술 LED 스크린을 사용, 상당한 양의 복잡한 시각 효과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게 했다.

 

배우들은 20피트 높이에 270도 방향을 에워싸는 형태의 반원형 LED 월과 75인치 직경의 천장이 있는, 실제 세트 피스와 스크린의 디지털 익스텐션이 결합된 공간에서 연기를 펼치게 되는데, 이때 언리얼 엔진을 활용해 실시간 렌더링한 2,800만 픽셀의 이미지를 배경으로 배치, 카메라로 영상을 촬영하게 된다. 

 

이 같은 방식의 촬영 환경은 카메라가 배우와 실제 세트 사이에서 정확한 조명으로 실제 환경을 촬영하는 것과 같이 카메라의 앵글에 따라 배경을 실시간으로 렌더링해 주고, 제작진들은 완전에 가깝게 렌더링된 시각 효과와 함께 거의 모든 것을 촬영할 수 있게 된다. 

 

스테이지크래프트를 이용한 촬영이 시작됐을 때 언리얼 엔진은 동기화된 PC 4대로 실행됐고, LED 벽의 픽셀을 실시간으로 제어하는 동시에, 벽에 디스플레이되는 버추얼 씬과 라이팅, 이펙트를 한 번에 다룰 수 있었으며, LED 공간 내에 있는 제작진들도 감독 및 촬영감독과 긴밀히 작업하며 iPad를 통해 씬을 원격 조정했다. 

 

언리얼 엔진을 이용해 <파라곤> 애셋을 다시 살려낸 MBC 드라마 <아이템> 영상 캡처 이미지

 

 

국내 방송에서 이미 등장한 언리얼 엔진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방송 제작에 언리얼 엔진을 사용해왔다. M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아이템>에선 언리얼 엔진으로 제작된 장면이 등장했다. 김강우(조세황 역)가 소파에 앉아 가상의 적을 해치우는 장면으로, 언리얼 엔진으로 개발됐던 에픽게임즈의 MOBA 게임 <파라곤>의 ‘드롱고’라는 게임 캐릭터를 볼 수 있었다.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는 가상의 세계 두니아에서 펼쳐지는 생존일기를 그려낸 예능 프로그램으로, 언리얼 엔진으로 가상의 캐릭터, 거대한 숲, 폭포, 섬, 바다, 모래해변 등 기존 예능에서는 볼 수 없던 장엄한 스케일과 비주얼을 완성시켰으며, MBC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의 화려한 양귀비꽃과 같은 폴리지 씬, <역적: 백성을 훔친 도적>의 물 장면에서도 언리얼 엔진이 사용됐다. 

 


MBC 스페셜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또한, MBC VFX팀은 언리얼 엔진을 적극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MBC 창사특집 <미래인간 AI>, MBC 스페셜 <10년 후의 세계>, MBC 스페셜 VR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의 제작 과정에도 언리얼 엔진이 사용됐다.

 

언리얼 엔진은 에픽게임즈와 CJ ENM과도 방송 및 영화 제작 업무협약 체결을 맺음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프로그램 및 영화 제작에 사용될 예정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취재협조 및 사진제공_ 에픽게임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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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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