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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김현 디자인 40년전 & 디자인파크 25주년 기념전

2009-12-08


‘오륙도’에는 ‘사오정’이 산다. 경제 한파가 불면서 생겨난 이 섬에 강제 이주 당한 주민들은 씁쓸한 한국의 또 다른 얼굴이다. 4, 50대에 일손을 놓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고, 5,60대에도 정년퇴직을 하지 않으면 도둑으로 몰리는 이 현실. 대를 잇는 장인을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보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예외는 있는 법. 올해로 디자인 인생 40주년을 맞은 디자인파크의 김현 대표는 가뜩이나 짧은 디자이너의 수명을 60, 70세로 늘려놨다.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알리기 위한 전시를 열었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지난 12월 2일부터 10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rrr’전이 열렸다. 김현 대표의 40년 디자인 인생과 디자인파크의 25년을 정리하는 전시인 것. 디자이너로서 쌓아 온 디자인, 디자인파크가 선보여 온 각종 BI 등 방대한 양의 디자인작업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와 함께 단행본을 준비하느라 올 1년을 꼬박 자료정리에 쏟아 부었다. 그렇게 정리하고 다듬은 자료 중 이번 전시에서는 70여 점을 전시했다.

그 동안의 디자인을 돌아보고 정리하면서 김현 대표는 기록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7, 80년대 디자인작업 중 일부는 소실되어 찾을 수 없었던 것.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었지만 곳곳에 흩어져 있던 작업물을 한데 모으는 일도 힘에 부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모전 출품 자료의 경우 실물 자료나 기록을 남겨 놓은 곳이 거의 없어 애를 태웠다. 김현 대표는 “디자이너 스스로 자신의 작업물을 잘 챙기고 보관해야겠지요. 하지만 기록이나 보관이 제대로 되지 않음으로써 ‘맥’이 끊기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었어요.”라고 전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역동적인 디자인이 한국 디자인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해 온 디자인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 이번 전시와 함께 김현 대표의 40년과 디자인파크의 25년을 한데 모은 단행본을 출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김현 대표는 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었다. 누군가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한 디자인을 해야 될 때가 왔다고 생각했던 것. “40년이나 해 왔잖아요. 지금까지 다른 사람을 위한 디자인만 해 왔으니까, 이제는 내가 클라이언트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호랑이 캐릭터를 이용한 문화상품 제안전을 함께 열게 됐죠. 처음 해보는 거라 힘은 들었어도 정말 재미있게 작업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새로운 시도’는 김현 대표가 디자이너로서 살아온 세월을 정리하는 것이며 또 다른 출발을 의미한다.

이번 문화상품 제안전은 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부터 서울시 캐릭터 ‘왕범이’까지 호랑이와의 인연이 남다른 김현 대표가 2010년 호랑이 해를 맞아 호랑이 이미지를 활용해 문화상품을 제작해 선보인 것이다. 김현 대표가 만들어 온 호랑이 캐릭터에서 벗어나 새롭게 디자인한 호랑이를 기성 제품에 도입했다. 시계, 우산, 목가구, 조명 등 10여종의 상품에 호랑이를 입혀 총 100여 종의 상품을 전시했다. 벌써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전시된 상품을 보고 언제 출시되느냐는 문의가 쏟아졌던 것. 저마다 다른 취향과 연령대의 관람객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겁게 디자인하고 작업했던 문화상품에 대한 반응이니만큼 김현 대표도 한층 고무된 표정이었다.

전시기간 동안 전시장을 지키며 관람객들에게 인심 좋은 옆집 할아버지처럼 자상한 설명을 아끼지 않던 김현 대표. 스스로 클라이언트가 되어 선보일 다음 전시와, 디자인이 기대되는 것은 비단 에디터뿐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그가 있어 든든한 것이 어디 디자이너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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