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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공감각적’ 영국디자인여행,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2007-07-31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 서점에서 이 책을 집어들었다면, 짐작컨대 그 이유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여행기’를 표방하면서도 여행 목적지조차 쓰여 있지 않은 표지에 궁금증이 생겼거나, 비주얼자키,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파펑크 박훈규의 새로운 작업물로 인지했거나, 아니면 2년 전 출판된 <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를 떠올렸거나. 첫 번째 경우라면 표지를 넘기자마자 나타나는 '런던에서 더블린까지 15개 도시 디자인이야기'라는 문구를 보고 그 궁금증이 해결되었을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경우라면, 특히 <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를 읽었던 독자라면, 책을 넘겨보고는 박훈규가 전해주는 오랜만의 안부 인사 같다는 감상적인 인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책장 속에 오롯이 들어가있는 그의 글, 사진, 그림과 디자인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절로 들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고 디자이너 박훈규에게 반가운 인사를 받았다는 생각이 드는 독자에게는, 막연한 호기심에 책장을 넘겼을 독자 만큼이나 이 책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꼼꼼히 탐색해보고 싶은 이유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취재ㅣ김유진 객원기자 ( mmmcg9@nate.com)

제목으로는 전작인 <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와 연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는 반대되는 ‘언더’와 ‘오버’라는 의미처럼 전혀 다르기도 하다.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는 일본, 호주, 영국에서 400여일간 생활한 한 청년이 써가는 현재와 과거에 대한 기록, 그리고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한 디자이너가 영국의 도시디자인을 통해 외국 디자인의 현재를 보고 느끼면서 미래의 디자인에 대해 그려가는 큰 그림이다. '언더'그라운드 여행기가 안으로, 과거로 향해있다면,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밖으로, 미래로 향해있는 셈이다.
이번 책이 더욱 주목되는 점은 박훈규 디자이너가 직접 프로듀싱을 한 책의 O.S.T도 함께 발매되었다는 것. 글과, 그림과, 사진을 넘어, 눈 뿐만 아니라 귀로도 그의 여행을 따라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공감각적 여행체험'을 선사하는 이번 책은 편집디자인을 넘어 이 책과 O.S.T 를 아우르는 기획 자체가 주인공이다.

그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었는가?
요즘은 사적인 취향 자체만으로 무한한 합리성을 보장받는 시대다. 그 역시 이러한 점을 인식했다. 사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쉬워졌기 때문에 책을 통해 더이상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이는 이번 책을 통해 두가지 방법으로 표현된다. 첫째는, 디자이너로서, 여행지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서 기존 여행서와는 다른 내용의 여행기가 완성됐다는 점. 두번째는 사적인 내용들을 이야기 하되 O.S.T. 즉 음악이라는 방법으로 실험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그의 혁신적인 사고방식으로 우리는 그의 여행을 색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O.S.T.에 대해 "인생의 가장 큰 포트폴리오"라고 말하는 박훈규 디자이너의 말에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책을 통해 어떤 여행을 보여주었는가?
박훈규 디자이너는 런던, 리버풀, 맨체스터, 뉴캐슬, 에딘버러, 글래스고, 버밍햄, 세인트 오스텔, 바스, 브리스톨, 옥스포드, 카디프, 블랙풀, 모어캠, 더블린 15개의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는 가이드 북에서 추천하는 관광지를 방문하지도 않으며, 미술관에 고이 모셔져있는 예술작품을 감상하지도 않는다. 여행의 테마는 ‘지금’ ‘현재’ 영국 도시의 공공미술과 도시디자인이다. 책으로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영국 정부나 도시 당국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인 마인드에 깊은 인상을 받고, 우리 현실과의 거리감과 또 우리가 배워가야 할 것들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제시한다. 그렇게 500여쪽이 넘는 여정을 따라가다보면, 그의 여행계획과 정보와 여행과정에 놀라고, '살아있는 현재의 도시 디자인'에 대한 생생한 정보와 간접체험에 감탄하게 된다.
이를 전달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디자인 컨셉은 '얼마만큼 최대한 뺄 수 있느냐'였다. "요란한 테크닉은 필요없다. 사진과 그림과 글이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 말하자면, 그 자체가 내용이고 디자인인 것이다. 이미지와 제목으로 최대한 이해하도록 만들자는 것이 그의 의도였다.

표지는 그 의도의 시작이다. <박훈규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라는 제목의 캘리그라피, 그리고 거대한 조형물과 그 앞에 선 박훈규의 사진, 이렇게 최소한의 정보만 담겨있다. 커다란 조형물의 정체는 엔터니 곰리의 <북쪽의 천사> 다. ‘ <북쪽의 천사> 를 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다’고 본문에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은 “이번여행의 하이라이트”. "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놀랐다"고 작품을 본 소감을 전한 그는 여행 전부터 <북쪽의 천사> 앞에 서있는 자신의 사진이 표지로, 그리고 O.S.T. 중 한 곡의 소재로 애초부터 예정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큰 조형물과 작은 사람, 이는 이 책이 담길 내용을 암시하기도 한다. 자신의 이야기보다는 여행의 테마인 도시디자인의 얘기를 다룬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책 등 역시 표지의 캘리그라피로 제목만 써놓은 디자인으로 표지의 간결한 컨셉을 이어갔다. 뒷표지는 박훈규 디자이너가 직접 그린 그림과 글로 디자인했다. 그의 전작을 읽었던 '팬'으로서 반가웠던 것은 이번 여행 중에 찍었다는 앞날개의 그의 사진이었다. 뭐랄까.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표지로 사용되었던 옛 사진이 떠오르면서 '잘 지내셨군요'라고 어느새 인사를 건네게 된다.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서체를 사용해 컬러풀하게 처리한 여행지도는 그가 여행한 도시의 위치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아일랜드 등 해당 지역도 함께 명기해놓았다.
목차부분은 본격적으로 어느 도시에 어느 곳을 여행했는지 볼 수 있다. 각 도시는 박훈규 디자이너가 여행하면서 가장 어울리는 컬러로 색을 입혔고, 도시를 칠한 컬러는 내지에 각 도시별 여행지 혹은 내용마다 표시되는 소제목에도 이어갔다. 목차에 명시되어있는 소제목들은 일반적으로 검정색으로 표시되는데, 그 중 회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여행지에 관한 내용에서 파생된 아티스트나 기업, 학교 등을 설명하는 각주 형태의 페이지. 책이 여행서인만큼 여행지와 구분하기 위해 세심하게 처리한 부분이다. 페이지 상단의 목차 제목 부분이나, 페이지 하단의 MIND GAP 이라고 표시된 부분, 각 도시 옆에 페이지를 표시한 부분들은 런던 언더그라운드의 디테일을 활용한 디자인이 재미있게 반영되었다. 여기에는 이 모든 것을 디자인한 에드워드 존스트에 대해 박훈규 디자이너가 갖는 존경의 의미도 포함되어있다.

15개의 도시를 선보이는 만큼 각 도시별로 별도의 도입부분의 페이지(도비라)를 만들었다. 위의 이미지는 런던, 아래의 이미지는 바스.
대부분 해당 도시에서 찍은 이미지 위에, 목차에 사용했던 런던언더그라운드 타이포로 새로운 도시로의 여행을 알리는 기능성을 최대한 살렸다.
책을 넘기다 보면 런던의 도입 페이지처럼 사진 위에 직접 글자를 앉히거나, 바스의 도입 페이지처럼 글자 뒤에 배경색을 넣어 사진을 가리기도 한다. 특히 런던 페이지의 경우, '아트디렉터의 무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는 순간. 사진을 찍을 때부터 디자인할 페이지를 미리 염두에 두었다는 박훈규의 작업이 그대로 전해진다.

책장을 뒤지면, 디자인을 최소화했다는 느낌이 더욱 실감이 난다. 그러면서도, 이 디자인에 대해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완벽하게 미리 계획되어있다는 점이다. 편집디자이너라면 아마도 사진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글을 넣는 작업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종종 생길 것이다. 사진작가의 생각과 기획/편집자의 생각을 디자인으로 절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게 본다면 사진 위에 사진이 있거나, 앞서 말한 것 처럼 사진을 가리는 배경색을 넣는 것은 자칫 사진을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할 때가 있다. 하지만, 이미지를 통해서 보듯 글 배경의 사진들은 여행지의 이미지와 감상하는 작업물들의 질감을 매우 생생하게 전달해준다. 사진 위의 사진을 보며, 사진 위의 글의 역할이 바로 그것이다.

여행 중에 그리는 그의 드로잉작업은 여전하다. 7년 전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앞에서 손님들의 초상화를 그렸던 그가 이제는 여행자의 입장에서 여행지의 일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다. 수많은 선으로 가득하게 채우는 면면들. 그 선 하나하나에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는 듯한 그림체가 인상적이다. 스스로는 예전의 거친 그림에 비해서 “참 많이 단정해졌다”고 자평한다. 패기있던 모습에서 소심해져 가는, 변화된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그러나 여전히 그의 그림 속의 인물들은 여전히 포착된 순간 하나로, 그 모습의 짧은 과거와 짧은 미래를 몸소 말해주는 것 같다.

여행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진에도 중요한 철칙이 있다. 후회할 대상을 남기지 말자는 것. 그 자리에서 바로 찍는 것이 전부다. 그것이 잘 나오든 아니든, 다시 마음에 두고 찍으면 처음의 인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생각. 고개를 돌렸을 때 본 것을 '탁'찍고 만다.

하나,
많은 아티스트와 그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공공장소에 스텐실 벽화를 남기는 뱅크시를 비롯해, 윌리엄 모리스의 레드하우스와 캠스콧 매너, 스페이스 인베이더스, 윌리엄 블레이크, 데미안 허스트 등등 많은 작가들의 미술관 밖 작업들을 소개한다.
박훈규 디자이너는 특히 엔터니 곰리의 작업들을 소개할 때 많은 공을 들였다. 그의 작업물 중 <북쪽의 천사> 가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하지만, 엔터니 곰리와 기업 아루프의 협업으로 가능했던 이 작업의 과정이 역시 발전된 영국의 공공미술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이기 때문이다.
아래 이미지는 <북쪽의 천사> 로 시작되는 뉴캐슬시의 도입부분과 <북쪽의 천사> 가 완성되는 과정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는 부분. 엔터니 곰리의 자료를 활용하여 박훈규 디자이너가 직접 그렸다. 세 번째 이미지는 리버풀에 있는 엔터니 곰리의 <또 다른 곳> 의 사진과 작업 과정.

둘,
꾸미지 않은 드라마가 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만날 수 있는 우여곡절이야 많다. 죽을 고비를 넘겼다거나, 이상한 사람으로 몰렸다거나, 도둑을 맞았다거나. 하지만, 그런 식의 여행 에피소드들은 사실 너무 극적이고 또 너무 당연하다. 박훈규의 책에서 만나는 드라마는 여행 중 일상에 더 가깝다. 살아있는 사람이 있는 드라마 같은 느낌.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에서 같이 손님들의 초상화를 그렸던 크리스와는 바스시에서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와 손님으로 마주하고, 에든버러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 피에르와 뉴캐슬에서 우연히 만나고. 7년 전 런던에서 매일같이 갔었던 피시앤칩스 음식점의 주인이 자신을 알아보는지 모르는 척 주문을 하고. 여행 중에 스쳐지나갔던 사람들의 안부가, 그 후일담이 이렇게 반갑고 정겹고 또는 아쉽게 들리기도 한다.

셋,
여행책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한다는 점이다. '떠나고 싶다'는 마음. 박훈규 디자이너의 책에는 여러 에피소드가 나열된 여행서처럼 대리만족을 주기 보다는, 독자로 하여금 실질적으로 행동하도록 '움직이게 하는' 묘한 힘이 있다.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에서 주었던 것은 정서적인 몰입 혹은 동화의 차원이었고, <오버그라운드 여행기> 에서는 테마가 있는 여행, 그리고 좀 더 공적인 차원에서의 여행지, 외국, 타인들이 사는 곳과 소통의 의지가 생긴다.
특히 박훈규 디자이너가 프로듀싱한 O.S.T.는 가장 강력한 포스를 가졌다. 흐르는 음악 위에 흘러나오는 여행지의 소리와 나래이션은 바로 지금 그 곳에 서있는 것처럼 설레는 감동을 전한다. 여러 아티스트가 참여한 음악들은 여행지에서의 감성을 매개시키고, 확장시킨다. 책을 소개하는 이 기사에서 O.S.T의 이야기를 더 많이 소개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다.

박훈규 디자이너는 처음 이 책을 기획할 때 "내용이 딱딱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다고 한다. 아마도 독자 입장에서는 사적인 이야기보다는 덜 쉽게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이 관점에서 박훈규의 책이 의미있게 다가오는 것은 디자이너 혹은 비쥬얼 자키로의 박훈규의 작업, 그림, 디자인에서는 매체 자체가 대중들과 가까이 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한다는 점이다. 공공미술과 도시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책이, 사진을 보여주고, 작업과정을 그림으로 그려주고, 직접 보고 느낀 바를 글로 설명해주고, 또 여행지의 감흥을 드로잉 작업과 음악으로 전해준다. 그 어떤 권위를 낮추지 않으면서, 그 내용과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면서, 쉬운 매체인 책, 사진, 그림, 음악으로 소통하기. 컨셉을 남기고 다 버리려고 했다는 디자인에서, 쉽게 다가가기 위한 소통의 매체 속에서, 그는 그가 계획한 여행지의 모든 것을 전달한다. 박훈규의 책이 한권의 책 이상의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인 것 같다.

이번책을 지난 책과 연결을 짓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책에서 고민한 것은 무엇인가.
여행서적이 참 많다. 공교롭게도 내가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를 낼 때 책을 냈던 사람들이 이번에도 두번째 책을 낼 타이밍이라더라. 그래서 가장 고민한 것은 이미 여행기로 책 한권을 냈던 사람이 두번째 책을 냈을 때 어떤 길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였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는 그때 상황에서만 가능했던 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에 가서도 초상화를 그리고 싶었지만, 잘 안되더라. 이렇게 바뀌어 가는 것 자체가 관심사가 바뀌어 간다는 것일 것이다. 내가 현재 관심있는 것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것이다.

책 속에서 본 영국의 공공미술과 도시디자인을 보면서 우리나라 현실과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품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보면 영국 사람들도 가까이 있는 예술 문화재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했지만.
물론 그곳의 일반 사람에게는 일상이라서 그런 부분도 있는 것 같다. 또 나는 여행을 하는 입장이고. 여행을 갔더니 영국 사람들도 많이 놀라더라. 어떻게 이런 여행을 하냐고. 영국은 구체적으로 예술작품을 지켜가는 방법과 이를 알리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책무가 제도적으로 잘 되어있는 등 이에 대한 정확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아티스트들을 이렇게 만나면 큰 영감을 얻었을 것 같다.
윌리엄 모리스부터 뱅크시까지, 바닷가의 작은 도시부터 대도시까지, 여행을 하면서 엄청난 영감을 받았다. 앞으로의 작업이나 개인적으로나 큰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뱅크시의 작품들은 지면으로 봐도 재미있더라.
사실 내가 좋아할만한 구성을 갖춘 작업들을 한다. 예술과 정치에 무게를 두면서도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원래 전시도 잘 안보러 다니고, 무덤덤했는데 그의 작업들을 보면서 참 많이 깨뜨렸다. 개인적이면서도 글로벌한 아이디어네이션이 돋보이는 작업들이 영국의 특색인 것 같다.

책에 넣지 못한 부분이 있었나.
지금은 500여 페이지이지만, 원래는 2권으로 진행했었다. 예상했던 페이지는 1천페이지였고, 사진도 1만2천장에서 추린 것이다. 그래서 플리모스Plymouth 라는 도시는 아예 소개되지도 못했다. 많이 아쉽지만, 농축된 1권이라 결과물이 더 알찬 것 같다.

책을 펴내는 것을 포함해 여행 전 과정 중에 어떤 과정을 가장 즐겼나.
책을 만든 과정이 거의 1년 걸렸다. 오죽했으면 이러다 죽겠다, 라는 생각도 했다. 여행을 하면서는 많이 걷고, 배고프고, 파김치가 되었지만, 자료를 찾았던 작품을 곧 만나게 될때면 나도 모르게 걸음이 빨리지더라. 가장 힘들었지만 의미있었던 것은 O.S.T 작업이었다. 여기에 참여한 팀을 각각 만나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스케쥴 관리하고 작업에 들어갔던 게 내 한계를 시험하는 작업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기적처럼 완성했다. 그리고 너무 행복했다. 결국 고생한 만큼 결과물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O.S.T를 혼자 프로듀싱하고 작사하고, 또 7곡은 작곡을 했다. O.S.T는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
사실 꿈이었다. 디자인과 음악을 접목시키는 것. 어렵지만, 큰 꿈을 이룬 셈이다. 원래는 음악 작업을 해서 부록처럼 CD를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곡을 녹음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고, 음악이 얼마나 어렵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깨달았다. 그래서 공짜로 책에 음악을 넣을 수가 없었다. 앨범에 참여한 안치환씨의 경우, 원래 컴필레이션 앨범에 절대 작업을 안하는 사람이다. 설득 끝에 참여한 안치환 형을 비롯해서 곡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매우 잘 만들어내서 선물해주고 싶었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에 대해서 어떤 것을 느꼈나.
디자이너이면서 프로듀서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인과의 커넥션으로 각자의 능력을 극대화 시킬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좋은 예가 되었다면, 다른 분들도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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