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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장 미쉘 오토니엘의 ‘마이 웨이’

2011-05-26


3월 2일부터 파리 문화기관 퐁피두센터(Centre Pompidou)에서 처음으로 쟝 미셸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의 전시가 선보여지고 있다. 오토니엘은 25년 전부터 경험한 여행과 만남을 작품에 이입시키는 방랑객 작가이다. 그는 각종 직업군과 협력하고, 여러 가지 재료(사진, 밀랍, 유리, 유황…)를 사용하는 등 시간을 초월한, 또는 정해진 스타일이 없는 서정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퐁피두센터는 이번에 작가와의 협업으로 ‘My Way’란 타이틀의 대표적인 회고 조형작품들을 제작했다. 1987년부터 오늘날까지 미발표된 환상적인 24점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가의 첫 번째 조형 과정인 비밀스럽고, 내적인, 서정적인 작품에서부터 상상을 초월하는 오늘날의 대규모의 작품으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글 | 월간 퍼블릭아트 김혜덕 프랑스통신원


이번 전시는 퐁피두센터의 두개의 미술관, 2층 아동 갤러리(Galerie des enfants)에서 ‘환상적인 현실(Le R?el merverveilleux)’이란 제목으로 거대한 두 작품이 설치됐고, 5층에선 작가의 연대적이고 총괄적인 작품들이 ‘My Way’란 타이틀로 소개됐다. 이에 대해 작가는 전시 사무원장인 카트린느 그르니에(Catherine Grenier)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My Way’는 팝송 제목이 아니다. 이 타이틀은 나에게 오히려 독특하고 고독적인 여정을 표현한다. 20여 년 동안 내가 걸어온 현대 조형 예술의 각기 다른 움직임 속에서의 변천, 즉 나의 길이다. 그리고 이 총결산을 비연극화시키고, 덜 치명적으로 만드는 기회이다. 또한 건설적인 단계로 넘어가는 계기이기도 하다. 12개의 공간에 소개된 전시는 나의 작품 여정을 연대적으로 보여주는 작은 여러 개의 개인전과도 같다.” 이어 그는 <환상적인 현실> 전에 대해 “아이들에게 두 개의 대규모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아틀리에이다. 첫 번째 작품 <당나귀의 작은 연극(le petit th??tre de peau d’ane)> 은 100년 전 작가 피에르 로티에 의해 창작된 인형극 모형의 명세 목록이다. 두 번째 작품 <소중한 벽(the precious stone wall)> 은 작년 인도 유리 제조소에서 만든 작품으로 수채화 기법의 시초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도의 어린이들과 이번 전시-아틀리에 참석하는(프랑스 또는 세계) 어린이들과의 대화를 유도하는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오토니엘의 작품세계를 재료, 작품변화 양상 등 몇 가지 특성으로 나누어 보자면, 그 첫 번째는 우물거리는, 비-형상적인 사진이다. 작가의 첫 번째 작품들은 개인적인 이야기 속에 정착된다. 실패, 부재, 상처를 연상하는 1986년 작품 <성직자 옷을 입은 자화상> 은 비밀스럽고 비극적인 사건과 관계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사진 작품들은 사진의 명확성보다는 잡을 수 없는 현실의 유령적인 힘, 소멸, 사망 현상 등에 더 많은 반향을 줬다. 그 다음은 단순한 형체로 보여주는 푸르스름한 육체 사진, 폭로된 빛, 그림자의 변화이다. 존재의 불안정, 약함을 상기하는 세심한 재료인 비단 천, 나비 모티브, 불구적인 오브제의 연합들은 당시 작가의 작품성을 잘 보여준다. 더불어 작가가 실패되고 경험된 형상, 미완성에 매혹되어 비형상의 연구에 빠지게 됐음을 알 수 있다. 세 번째는 바로 ‘유황’이다. 1988년을 중심으로 작가는 사진작품을 포기하고 자신이 수집한 수수께끼같이 기묘한 초현실주의에 가까운 오브제들을 구상했다. 이때 유황은 매혹적이면서 혐오스런 강한 색감의 암시적인 화합에 의해 그의 작품 속에 자리를 잡게 됐다. 초기 유황작품들은 성좌로 연접된 작은 오브제들로 구성됐으나, 이후 조각의 형태로 방향을 돌렸다.


네 번째는 ‘단편적인 육체’이다. 1990년대 작가는 부분적인 육체에 관심을 가지며, 1991년 홍콩에서 녹인 유황으로 손가락 한 개 또는 한쪽 눈 등 육체의 관능적인 한 부분을 음각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작은 산들을 제작했다. 이 시리즈들이 1992년 <카셀 다큐멘터 9> 에 소개되며 작가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됐다. 거기다 작가는 유기체적인 마티에르, 밀랍과 유황 또는 형광체에 새로운 색감을 삽입시켜 육체에서 볼 수 있는 구멍, 즉 ‘항문 또는 여자 성기, 눈’이란 주제로 조각 시리즈를 발전시켰다. 다섯 번째는 ‘양성 질문’으로, 작가는 피카소나 로뎅과는 달리 ‘남성적인’ 차원에 반박하면서, 성의 불확실한 면에서 조각을 발전시켰다. 작가의 자화상 <테르마프로디프스(남녀 양성을 가진 신), 1993> 는 하나의 육체를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육체의 사라짐과, 기관적인 새로운 주제부터 모호한 형태까지 정상적인 장르의 반칙을 보여준다. 즉, 양면성(남성+여성)은 작가의 중요한 조형 성격인 것이다. 이 시기에 에이즈로 사망한 작가 곤잘레즈-토레스(Gonzalez-Torres)의 기억을 상기하는 <목걸이-상처(le collier-cicatrice)> 가 1977년에 창작되었다.


이어서 다음 요소는 ‘상처 입은 유리’이다. 작가는 “단순한 보임보다는 의미를 자극하는 작품을 하고 싶었다. 예를 들어 ‘핥고 싶은 욕망(유리는 액체와도 같이 퍼져나가는 재료이다)’ 같은 것이다.”고 말했다. 1997년 유리 세공인에게 처음으로 제스트를 맡기게 되며 작가 특유의 오색이 영롱한 기관적이고, 반 식물-반 인간적인 불분명한 형태를 강하게 보여주게 됐다. 작가는 기술자에게 유리 작업 중 유리에 “상처를 주라”고 요구한다는데, 그 이유는 유리 방울이 용해되었을 때 상처를 만들고 마티에르 안에서 바로 상처가 다시 아물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고의로 어긋난 제스트들은 ‘상처와 화해’라는 주제 아래 남근형태가 될 수도 있고 육체적인 부분모형(엉덩이 한 부분, 유두)으로 태어난다.

몇 년 전부터 오토니엘은 엄밀한 수학적인 논술에서 조형적인 과정인 ‘물리적인 서정시’를 이끌어내고 있다. 작가는 수학 논술에서 조형적인 단어들을 고스란히 간직하면서, 과장되어 측정된 대형 유리구슬 상들처럼 직선적인 기하학적인 형태로 돌아선다. 어떤 작품들은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의 단순화(대형목걸이), 때로는 상상적이며 3차원적인 또는 상징적인 작품들로 이어진다. <라캉의 두 개의 구슬 매듭(le double noeud de lacan)> 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현실공간에서 수학적인 모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글쓴이 김혜덕은 한국에서 회화를 전공한 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보자르와 조형미술 석사를 졸업한 후 20여 회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에 초대되었다. 현재 파리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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