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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쉬크한 사기극에 유쾌하게 속아넘어가기 「TOY POP ART 展」

2007-03-27


그저 귀여워!라고 분류해버리기에는 조금은 심각한 장난감들이 있다. 이들은 앤디워홀을 들먹거리며 그가 보여준 팝아트는 물론 그까지도 단순한 틀에 부어버렸다. 단순한 틀에서 만들어진 가볍기 그지없던 장난감들은 캔버스로 갤러리로 훌륭한 아티스트의 재료로 둔갑하여 우리 앞에 나타났다. 가볍게 예술을 삼켜버린 아트 토이는 그 이름처럼 예술인 장난감을 말한다. 그 예술이란 것은 앤디워홀을 희대의 사기꾼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모호한 것이고 장난감이란 것은 아이들의 놀이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그 둘이 만나 또 한번의 대형 사기극을 진행하고 나섰다. 우리에게는 아직 그 사건의 전모가 뚜렷하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그저 단순한 장난감 유희겠거니 했다면 이 엄청난 현대 예술 사기행태(!)를 「TOY POP ART 展」을 통해 살펴보자. 그리고 그들의 쉬크한 사기극에 당신 또한 대단한 예술인인양 멋들어지게 속아넘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취재|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팝아트의 주체가 되기도 하고 대상이 되기도 하면서 아트 토이(Art Toy)라는 뒤틀린 단어를 가진 이들은 너무나 아이러니하게 혹은 당연하게 대량생산의 본거지인 중국에서 시작되었다. 1990년대 중반 홍콩의 중국반환을 앞둔 홍콩의 젊은 예술가들에게서 시작된 장난 같은 예술은 빠른 속도로 세계의 예술가들을 흥분시키며 확대된다. 단순한 대량생산품으로서 장난감의 의미뿐 만 아니라 그들이 가장 가깝게 보고 자랐던 사물을 대상으로 당시의 사회에 대한 예술적 분출이라는 진지한 면으로 보아도 그들의 작업은 흥분된다.



아트 토이에 대해 우리가 대단한 감동을 받지 못하는 데는 아직 짧은 그들의 역사, 고루한 사회적 분위기와 그에 벗어나지 못한 예술계 그리고 패션 브랜드의 단순한 코어 마케팅으로 먼저 대중 앞에 나타난 데 있다. 본인 또한 단순한 인형 옷 갈아 입히기, 거기에 약간의 디자인적 시선을 보태는 정도로 단순하게만 생각하고 ‘귀여워~’를 남발하기 위해 전시장을 찾았었다. 하지만 몰랐다고 해서 부끄러울 것도 아니고 또한 그들을 보고 필히 감동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베어브릭 정도로만 언급되었던 아트 토이가 이런 예술적 가치관의 혼란을 가져다 줄 수도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역할은 충분하다.

「TOY POP ART 展」은 단순히 진열된 아트 토이들을 구경만 하는 것으로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우선 이 모든 전시품들이 한 사람의 소장품이란 것. 장난감 수집가로 알려진 김혁씨가 그 동안 모았던 아트 토이들을 조심스레 펼쳐 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의 냄새가 물씬 난다.
‘나는 기계가 되고 싶다! I want to be a machine!’라는 앤디워홀의 발언으로 시작되어 각각의 토이들이 가진 사연들과 자신의 신념으로 꾸며진 전시장은 그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충분히 느껴졌다.


아트 토이가 디자인 토이라고 불리던 초기 작품들부터 이번 전시를 위해 부탁한 국내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볼 수 있는 것도 특별한 점이다. 우리가 단순히 아트 토이란 예술의 한 장르를 소개받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 그들에 대처하는 자세를 보여준 달까? 또한 가치가 상당한 아트 토이들 사이에서 당당하게 자리잡은 모조품 디스플레이는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이야기 중 하나다.

작은 크기의 화려한 색감의 아트 토이들은 그 근본인 토이에서 느껴지는 귀여움이 있다. 귀엽다며 찬찬히 들여다 보는 동안 발견한 것은 그들의 손에 들린 체인과 무기(!)들, 잔혹한 표정들이었다. 미키마우스 캐릭터들의 커스텀을 가르키며 이들을 보고 귀엽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그들의 옷차림과 소품에 주목하라는 김혁씨의 말에 순간 아찔했다. 그러고 보니 다수의 아트 토이들이 귀엽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이것은 초기의 홍콩 아트 토이 작업에서 많이 보이는 데 그 때 당시의 혼란스러웠던(홍콩반환 등) 시대적 상황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디자이너들의 아찔한 아트 토이 작업들을 둘러보고 나면 다시 한번 시각적 즐거움을 주는 그들의 디자인 소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장 말미에 진열된 디자인 소품들 또한 김혁씨의 소장품으로 아트 토이에서 이어질 수 있는 디자인 발상에 대해서도 놓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당신이 보았던 것과 보지 못했던 것, 그리고 그 곳에서 발견한 것과 발견하지 못한 것_
작지만 크고 오래되지 않았지만 깊은 아트 토이로 눈을 돌려보자. 쉽게 지나쳤던 그 무엇인가가 이제야 확대되어 시야에 들어오는 시원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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