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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일은 나중에 하고 술부터 마시자

무신사 | 2017-02-06

 


 

“일은 나중에 하고 술부터 마시자”라니. 친한 친구가 전화로 건넨 제안이 아니었다. 크리틱(Critic) MFG 라인이 2017년 봄/여름 시즌을 구상하며 정한 슬로건이란다. 역시나 크리틱답게 남들 다 하는 뻔한 컨셉트, 들어본 듯한 슬로건은 아니었다. 과연 어떤 옷들을 선보이겠다는 심산일까? 그래서 일단 크리틱의 ‘본진’으로 찾아갔다. 크리틱의 ‘끝판 대장’ 이대웅 대표, 그리고 새로이 영입되어 ‘신선한 아이디어’ 역할을 맡고 있는 함동석 디자이너를 만났다. 

 


 

무신사(이하 ‘무’) 2016년은 크리틱의 10주년이라 정신 없이 보냈을 것 같다. 10주년을 뒤로하고 새해가 밝았는데, 어떻게 지냈나?

 

크리틱 이대웅 대표(이하 ‘이’) 2017년 시즌을 준비하며 보냈다. 열심히 준비했다.

 

크리틱 함동석 디자이너(이하 ‘함) 크리틱에 새로 입사하며 MFG 라인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번에 나올 룩북 작업과 스타일링을 진행했다.

 

 

좋다. 그런데 사전에 듣기론 기본에 충실하고자 하는 MFG 라인의 이번 시즌 컨셉트가 ‘일은 나중에 하고 술부터 마시자’라던데, 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 나온 컨셉트인가? 이게 가장 궁금했다. 

 

크리틱의 MFG는 베이식한 스타일링이 기본이 되는 라인업이다. 하지만 크리틱의 DNA를 지니고 있다면, 중간중간 재미있는 요소나 그래픽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딱히 테마 없이 이것저것 디자인을 하던 중 디자이너가 무심코 폰트 디자인 문구를 내놓았는데 그 중 하나가 ‘일은 나중에 하고, 술부터 마시자(Work later. Drink now)’였다. 보자마자 너무 재밌다고 생각하여 이를 중심으로 라인업이 전개했고 막히던 디자인도 일사천리로 풀렸다. 이처럼 우리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작업은 꽤나 즉흥적인 편이다. 베이식 라인업이라고 해서 엉뚱한 아이디어가 배제되지는 않는다.

 


 

크리틱에서의 첫 시즌부터 ‘새로운 피’의 역할을 제대로 해낸 것 같다. 그런데 아이디어를 내놓은 입장에서의 속내는 따로 있을 것 같다. 

 

솔직히, 직장인이라면 가끔 일이 풀리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을 때 그냥 다 미뤄두고 술이나 마시고 자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Work later. Drink now’ 라는 문구를 보고 나 역시 많은 공감이 됐다. 

 

 

혹시, 이대웅 디렉터가 많이 힘들게 했나?

 

그렇지 않다. 디자이너로서 행복하다. 실제로 겪어본 크리틱은 다른 무엇보다 디자인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 이점은 술 먹다가도 자랑하고 싶은 부분이다.

 


 

다시 MFG 라인으로 돌아가자. 슬로건을 접했을 때 어쩐지 아이러닉한 이미지들이 충돌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본디 MFG 라인이 추구한다던 ‘기본에 충실함’도 착한 느낌의 베이식이 아니라 어딘가 색다르고 튀고 유니크한 모습일 거라 예상했다.

 

제대로 봐줬다. MFG 라인은 스트리트 감성을 가지면서,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베이식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그렇다고 너무 무난하게 가면 크리틱의 아이덴티티와 너무 멀어질 것 같지 않은가? 앞서 살짝 언급한 것처럼 크리틱만의 위트 있는 요소들을 접목시킨다.

 

 

크리틱만의 위트 있는 요소? 어떤 것인가? 

 

예를 들어, 지난 시즌에는 미국 대학교를 대표하는 바시티 무드의 스웨트셔츠들이 출시되었는데, 이것 역시 폰트 중 하나를 180도 돌려서 색다른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단순한 발상이었지만 하나의 재미요소로 제 기능을 해냈고. 이런 것처럼 기존의 베이식한 성향을 가진 브랜드들이 흔히 사용하는 틀(클리셰)을 그대로 쓰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크리틱이 가진 엉뚱한 재미요소를 발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번 시즌의 슬로건 역시 폰트의 서체도 정직하게 바시티 무드의 서체를 사용하여 뭔가 착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 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로 사용한 넘버링 모티브 ‘18’도 역시나 에디터가 생각한 의미인가?

 

그렇다. 단순히 숫자로도 볼 수 있지만, 욕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은가? ‘18’은 그런 중의적 의미를 담긴 숫자라 재밌는 것 같다. 자세히 봐야 크리틱에서만 볼 수 있는 요소들을 캐치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크리틱은 현상을 꼬아서 볼 줄 아는, 확고한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였다. 그런데 십 년 만에 새로이 MFG 라인을 선보이지 않았나. 새로운 라인을 론칭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내가 크리틱을 이끌며 10년의 세월을 보내는 사이 나도 나이를 먹었고, 크리틱을 좋아해주신 분들도 함께 나이가 들었다. 그들에게 무언가 제안하고 싶었다. 크리틱을 오래도록 좋아해주신 분들도 계속 입을 수 있는 옷. 젊은층이 타깃인 것은 맞지만, 나이가 들어도 편하게 계속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만들자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이미 많은 브랜드들이 ‘베이식’을 추종하며 다양한 라인을 선보였다. 어떻게 보면 크리틱이 후발주자인데, 나름의 승부수가 있을 것 같다. 크리틱만의 차별점은? 

 

함  ‘일은 나중에 하고 술부터 마시자’와 같은 슬로건을 정하는 것도 크리틱만이 할 수 있는 요소가 아닐까 한다. 베이식한 브랜드들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지만, 베이식한 라인에 재미 요소들을 첨가하고 그것이 매끄럽게 녹아든다면 그것이 바로 차별점 아닐까? MFG 라인의 기본 무드나 스타일 자체는 깔끔하게 만들었다. 

 

 

베이식한 디자인의 기본 무드를 결정하는 데는 퀄리티의 비중도 적지 않을 것이다. 디자인에 공을 들인 만큼 퀄리티에도 신경 썼을 텐데, MFG 라인의 생산 과정은 어땠나? 

 

일단 옷을 이루는 패턴, 봉제 기법, 원단 및 기본 공정에 많은 테스트를 거쳤다. 구성 아이템들 대부분이 면직물로 만들어지기에 원단의 수축이나 변형을 막는데도 최대한의 신경을 썼다. 재단 전부터 방축 가공을 진행하고, 봉제 후에도 한번 더 가공을 했다. 프린트나 자수와 같은 아트워크에도 여러 번 테스트를 거쳤다. 봉제기법도 합리적인 제품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울타리 안에서 최상의 조건으로 진행했다. 

 


 

생산 과정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생산 과정의 퀄리티였다. 자주 손이 가는 옷, 어제 입었어도 오늘 또 입고 싶은 옷이 되려면 결국 옷의 품질이 기본 아니던가. 신체를 보호하고 멋을 내는 역할도 기본이라 할 수 있지만, 그보다 먼저 옷의 품질이 좋아야 그런 부가적인 요소들도 충족이 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만든 옷, 가장 먼저 입어봤을 이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입어보니 어떤가? 실제로도 자주 입는 편인가? 

 

당연하다. MFG 라인을 담당한 만큼 요즘 가장 즐겨 입는 옷이다. 

 

나 역시 좋아한다. 아직 날씨가 추우니까 기존 라인업과 새로 출시될 MFG 라인을 적절히 매치해본다. 테스트의 의미도 있고. 

 


 

MFG 라인 말고도 많은 계획을 갖고 있을 줄 안다. 2017년 크리틱의 계획에 대하여 살짝 언급해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은 안 된다. 비밀이다. (웃음) 올해 역시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알려줄 순 없지만 재밌는 것들이 나올 것 같다. 아마도 그 중 하나는 영화 ‘고스터버스터즈(Ghostbusters)’와의 컬래버레이션 컬렉션이다.  

 

원래부터 크리틱이 자신하는 어패럴 아이템들이 아닌, 재밌는 굿즈(Goods)들도 많이 선보일 예정이다. 그런 것들을 정기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많은 기대 부탁한다. 

 

 

이렇게 옷을 만드는 일로 바쁘고 계획하는 일도 많은데, 슬로건처럼 술 마실 시간이 있기는 한가? 

 

그래서 일단 캐주얼 펍(Pub)처럼 컬러풀한 조명을 사무실에 세팅했다. (웃음) 물론 슬로건처럼 일을 미뤄두고 술을 마시진 않는다. 하지만 최대한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 후엔 이따금 보상처럼 술을 조금 마신다. 그렇다고 술만 마시는 건 아니고 시간을 쪼개서 운동도 열심히 한다. 

 


 

좋다.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크리틱을 좋아하는 무신사 회원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최대한 크리틱의 색을 살리되, 합리적인 가격이면서도 좋은 퀄리티를 조율하는 데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크리틱 옷을 실제로 봤더니 퀄리티가 좋더라.’는 평가를 종종 듣는다. 뿌듯하다. 간혹 우리의 초창기, ‘무지의 상태’에서 시작했던 당시의 퀄리티를 생각하고 있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다. 크리틱이 극상의 퀄리티를 추구하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확실히 많이 발전해왔다는 것을. 크리티컬한 자세를 잃지 않고 디자인에 힘쓰는 만큼 완성도에도 많은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부분을 살펴봐주셨으면 좋겠다. 적당한 가격에 최대한 준하는 만족감을 드릴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앞으로 MFG 라인을 담당하면서 이전의 크리틱의 무드를 가미하되 더욱 신선하고 좋은 제품을 많이 보여드리고자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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