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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단순하거나 혹은 복잡하거나

2017-07-19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가는 젊은 작가의 작품을 보는 즐거움은 아직 덜 익어서 신맛이 나지만, 싱싱함이 느껴지는 과일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시간이 지나 다 익었을 때, 어떠한 맛이 날까 궁금해하면서.



OCI미술관은 2010년부터 만 35세 이하의 젊은 한국 작가들을 지원하는 ‘OCI YOUNG CREATIVES’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본 프로그램은 매년 선정된 작가에게 창작지원금과 OCI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선정된 작가는 총 6명으로, 그중에서 손선경, 전혜림 작가가 먼저 ‘OCI YOUNG CREATIVES’ 전시의 첫 테이프를 끊는다.


무덤덤한 반복의 미학 - 손선경
〈Long Waiting〉, 2016

〈Long Waiting〉, 2016


하얀 배경에 검은색 선의 그림이 움직이는 영상. 손선경 작가는 단순한 색과 형태로 구성되어 극도로 절제된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인다.

10여 점의 디지털 드로잉 영상은 형태와 색만 절제된 것이 아니라, 그 안의 내용마저도 매우 단순하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 두드리며 무언가를 기다리거나(〈Long Waiting〉),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거나(〈Fase〉),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속을 꺼내고, 또 꺼내는(〈Matriochka〉) 등 의미를 찾을 수 없는 행위를 계속 반복한다.

삶은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작가의 생각은 고스란히 영상 속 행위로 나타난다. 무한 반복되는 작은 행동들은 지루하지만, 왠지 계속 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Fase〉, 2016

〈Fase〉, 2016

〈Tennis Girl〉, 2016

〈Tennis Girl〉, 2016

〈Ball Boy〉, 2017

〈Ball Boy〉, 2017


반복된 행위와 그것이 가진 미학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손선경 작가는 작품을 이루는 요소(선, 배경, 내용 등)를 최소한으로 표현한다. 특히 공간 표현을 생략함으로써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관람객은 아무것도 없는 하얀색 공간을 자신만의 세계로 채워나가게 된다.

절제, 축약, 반복이라는 특징을 가진 손선경 작가의 작품은 경계선을 희미하게 만든다. 우리는 어디가 시작이고, 끝인지 모를 영상을 보면서 반복의 아름다움과 경계의 무의미함을 깨닫게 된다.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패기 - 전혜림
〈나르카디아(NArcadia)〉, 2016-2017

〈나르카디아(NArcadia)〉, 2016-2017


어둡고 복잡하지만, 힘이 넘치고 강렬하다. ‘2017 OCI YOUNG CREATIVES’의 두 번째 작가 전혜림의 그림은 작가 본인의 감정과 힘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회화의 성공적인 모습을 찾고자 여러 방법을 실험했던 전혜림 작가는 부딪치는 것을 극복하고 소화하여 자신만의 회화 방법론을 구축해야 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작가는 과거 자신의 작품을 바탕으로 여러 방법을 실험한다.

전시된 3개의 시리즈 〈나르카디아(NArcadia)〉, 〈밤〉, 〈드로잉-변신〉은 위와 같은 실험으로 탄생된 작품이다. 예전 작업에서 불만족스러운 부분, 의문점, 시도하지 못한 발상, 아쉬움 등을 떠올리며 그를 극복하고자 하는 태도가 담겨있다.

〈밤〉, 2017

〈밤〉, 2017

〈드로잉-변신〉, 2017

〈드로잉-변신〉, 2017

〈낙원의 재건〉, 2016-2017

〈낙원의 재건〉, 2016-2017


이와 함께 작가는 실패를 만회하고자 명화의 형식과 특성을 자신의 방식과 접목하여 시각적 도약을 이루고자 한다. 이번에는 뭉크의 〈The Sun〉 연작에서 영감을 받아 〈낙원의 재건〉 시리즈를 완성했다. 사방으로 뻗는 빛줄기 너머로 회화적 구원을 암시하는 색상과 형체를 발견할 수 있다.

전혜림 작가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힘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한 신진 작가의 패기와 실험정신이다. 미래가 불안하여 흔들릴 때도 있고, 자신의 작업에 좌절할 때도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감정이 담긴 작가의 그림을 보면서 우리는 공감을 하거나, 미래에 대한 다짐을 하게 될 것이다.


2017 OCI YOUNG CREATIVES: 손선경 / 전혜림 개인전
2017.07.13 - 08.05
OCI 미술관 1, 2층 전시실
관람료 무료



에디터_ 허영은( yeheo@jungle.co.kr)
자료제공_ OCI미술관( oci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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