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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리뷰

이상향에서의 행복한 은둔

2010-12-17


중국 남북조 시대의 시인 사령운(謝靈運)은 ‘誰謂古今殊 누가 옛날과 지금이 다르다고 하는가, 異世可同調 시대는 달라도 지향하는 바는 같으리’라 노래했다. 이 노래는 서은애 작가의 작업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이기도 하다.

에디터 | 최유진(yjchoi@jungle.co.kr)


서은애 작가는 수묵화의 전통적 화법을 이용해 이상향에 대한 인간이 가진 상투적인 이해를 현대적으로 재구성한다. 그는 고전 작품을 토대로 현대적 이미지들을 표현한다. 그 이미지들은 어색하지만 그 풍경과 이미 하나가 된듯 자연스럽다.

옛 그림과 시를 읽으며 교감하고 이를 작품에 투영시키는 작가는 화면에 자신의 얼굴을 넣는다. 그렇게 고화 속으로 들어가 그림의 주인공이 되는 작가는 산수를 유람하고 신선이 되며 그 속에서 달관의 경지에 이른 지혜롭고 여유로운 삶을 연기한다. 과거의 모습을 띄는 작품 속 화면은 결코 과거가 아니며 그 안의 주인공 작가 자신도 현재의 모습이 아니다. 현재에서 과거로 간 작가와 과거를 담고 있는 작가의 현재가 공존하는 것,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것은 작가가 꿈꾸는 이상향의 세계이다. 그것이 바로 그의 작업이다.
전시의 제목 ‘유쾌한 은둔’에는 과거도, 현재도 아닌 곳에서 적막하진 않을 만큼, 최소한의 소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있다. 실제 작가의 은둔처는 작업실이다. 그곳에서 작업을 통해 작가는 과거와 현재 그 중간쯤에 있는 자신의 유토피아로 들어간다. 실제 은둔처에서는 소극적일지라도 그림 안에서 그는 적극적으로 희망을 꿈꾼다. 그림에는 고화들에 부여돼 있는 권위와 가치를 전복시키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으며 고화의 이미지와 동화하는 작가 자신도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다양한 형식으로 이루어진 작업들이다.
전시되는 작품 중에는 두루마리 형식의 휴대용 미니 산수와 자개 작품, 1885년 청대 말기에 발행된 화보집 ‘시중화’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화책 형식의 작품도 있다.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그의 작업은 관람객을 이상향으로 초대한다. 그가 선보이는 동양적 감성을 통해 각자가 꿈꾸는 세계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는 16번지에서 내년 1월 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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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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