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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똑똑똑, 당신을 위한 행복한 예술가입니다!

2006-02-01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예술가가 있다면, 아마 당신의 삶은 지금보다 몇 배 더 행복해졌을지 모를 일이다. 예술이란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을 당황하게 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우리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 때문이다.
Happy Artist For You. 당신을 위한 행복한 예술가. 흔하디 흔한 네 단어가 모였는데, 혀를 돌려 되뇌어 볼수록, 머리를 굴려 상상 할수록 기분 좋은 느낌이 나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자신의 그림과 작업들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는 염승일씨의 집, www.hafy.net. 25개의 이미지로 만들어진 대문이 손님을 맞는다. 그의 집 앞이다. 똑똑똑, 노크를 해보자.

취재 | 김유진 기자 (egkim@jungle.co.kr)


그와 첫 대면을 하려면 홈페이지 맨 첫번째 메뉴인 [어바웃(about)]을 클릭해야 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모자를 손에 쥔 채 얌전하게 서있던 그는, 그제서야 모자를 쓰고 고개를 돌려 인사를 한다.
왕관을 쓰고, 돼지코를 붙이고, 날개를 단 그의 사진위로 ‘Enjoy you YOM’이란 글자가 뜬다.
이제 우리는 이곳에서 환영 받은 손님이다.


일단은 그냥 돌아다니는 거다. 방은 많다. [페인팅(Painting)], [모션(Motion)], [포토(Photo)], [전시(Exhibition)] 등 두드리는 방마다 다른 매체로 그의 작업들을 만날 수 있다. 홈페이지의 예전 버전에 연재했던 엽기발랄한 플래쉬 애니메이션도, 짠한 추억을 담은 것 같은 사진도, 또 딱 보면 진짜 행복해질 것 같은 그림도 여기에 다 있다.

그렇게 한 바퀴 둘러보면, 이제 조금씩 아껴두면서 봐야 할 곳이 바로 [블로그(blog)]와 [커버(covers)]. 많은 컨텐츠도 그 이유일테지만, 블로그는 ‘염승일’이란 사람에 대한 최근 몇 년 간의 역사이며, 커버는 hafy.net의 첫인상을 담당하는 대문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블로그”는 그의 일상을 바탕으로 한다. 그 중 가장 많은 게시물을 차지하는 ‘데일리’는 그야말로 하루하루의 일기다. 나른한 일상의 고백보다는 사진이 곁들어진 간단한 일과가 적혀 있다. 간략한 글을 읽으면서 편안해지는 건, 그의 밝은 기록들이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불안한 느낌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메뉴 중 ‘디자인’과 ‘드로잉’은 완성 혹은 미완성된 그의 작업일기다. 그곳의 게시물이 하나하나 쌓여갈수록 우리는 “당신을 위한 행복한 예술가”라고 자신을 소개할 그를 만날 날이 점점 가까워 오는 것이다.


“커버”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업데이트 하는 홈페이지의 메인이미지를 모아놓은 메뉴다. 당시 염승일씨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 말하고 싶은 것, 그의 여행 등을 소재로 가벼운 애니메이션이나, 일러스트를 섞어 보여주는 것이 기본이다.
지금의 커버는 5번째 리뉴얼에 맞추어 준비한 것. 염승일씨가 그린 그림들과 그가 찍은 사진들을 가로에 다섯, 세로 다섯, 해서 모두 25개의 이미지들을 한꺼번에 모았다.

그가 생각하는 홈페이지 hafy.net의 이상적인 모습은 [까페(cafe)]다. 벽에는 재미있는 그림들이 걸려있고, 몸을 깊숙이 묻을 수 있는 소파에 앉아 생각나는 대로 부담 없는 수다를 떨 수 있는 까페. 염승일씨는 hafy.net이 바로 그런 곳이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들어와 한마디씩 남길 수 있게 해놓은 게시판의 이름을 까페로 해놓은 것도 그런 이유다.


처음 홈페이지를 만드는 데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웹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자신의 작품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웹을 택했던 것뿐이었다. 2000년 3월 www.hafy.net 은 그렇게 태어났다. 플래시 책과 씨름을 한지 2개월 만이었다.

▶ 현재 www.hafy.net 의 메인 이미지. 2006년 1월에 다섯번째로 단장한 따끈따끈한 새 버전이다. 이 커버이미지에 대해 블로그에서는 ‘자고 일어나서 보니 쑥쓰러운 디자인’이라고 표현했지만, “꿈이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그의 모습이 드러나 보이는 친근한 디자인이다.

홈페이지를 오픈한 지 이제 횟수로 7년이 된다. 그새 5번의 리뉴얼을 거쳤다. 꽤 긴 시간 동안 홈페이지를 유지해온 비결을 물어봤더니, ‘특별한 관리 방법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일기를 쓰듯 나를 표현하는 것일 뿐’이라는 답을 주었다.
예전에 쓴 글과 그림들을 보면, 어릴 적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쑥스럽기도 하다는 그는, 슬럼프에 빠지거나 힘이 들 때면 이제는 또 다른 자신이 되어버린 홈페이지의 리뉴얼 작업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Happy artist for you’ 염승일 미니 인터뷰

Jungle : 홈페이지이지에서 로고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Hafy라고 적힌 로고에 대해 설명한다면.
염승일: 로고에는 여러가지 상징이 담겨있다. 왕관은 나를 상징한다. 내 그림에도 줄곧 사용하고 있는 서명이다. Hafy는 앞서 설명되어있는 것과 같고, ‘Enjoy your life’라는 문구는 내 삶의 모토이다.
손목에 새긴 문신이기도 한데, 어려운 상황이건, 힘든시간이건, 처해진 상황과 순간들을 즐기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시간에, 돈에 쫓기다가도 나의 손목을 바라보고, 나는 나의 문신과 대화를 나눈다. “인생을 즐기라고? 알았어. 그래, 한걸음 더 천천히, 더 즐겁게!”

Jungle : 홈페이지 업데이트 주기가 특별히 있나. 홈페이지에 보통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나.
염승일: 특별한 주기는 없다. 업데이트는 주로 그림을 그렸을 때나, 사진을 찍었을 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하게 된다.
집에서 인터넷을 할 때는 홈페이지가 늘 열려있다. 나의 작업들과 생각들을 그대로 홈페이지에 재구성하여 표현하기 때문에 따로 투자하는 시간을 계산하는 것이 부자연스럽다. 여행을 하면서도 현지에서 여행의 감상과 사진을 바로 올리기도 하니까. 메신저에 로그인 상태처럼 인터넷을 하고 있을 때는 늘 홈페이지에 연결되어있는 셈이다.

Jungle : 홈페이지를 통해 본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가.
염승일: 홈페이지를 통해 만나는 나는 아마 평상시의 나보다 사색적이고, 차분한 모습일 것이다. 퇴근을 하고 책상에 앉아서 홈페이지에 글을 적고, 나를 표현한다는 행동 자체가 정적인 작업이다. 평상시의 나는 보다 가볍고, 유머러스하다.
하지만, 나의 작품의 소재나 색깔들은 정열적인 나의 성격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Jungle : 홈페이지에서 ‘이 부분만큼은 꼭 특별하게 봐달라’고 하실 만한 메뉴나 컨텐츠가 있다면.
염승일: 올해부터는 손으로 직접 그리는 그림을 많이 그리고, 일본의 친구들에게도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앞으로 PAINTING과 EXHIBITION이라는 메뉴에서 재미있는 그림과 사진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

홈페이지에 그는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 웹디자이너라고 소개되어있다. ‘그렇게 많이 적은 만큼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것이 아닐까요’라며 겸손을 떨었지만, 캐릭터 디자인, 애니메이션, 카툰, 잡지일러스트, 학습지 일러스트, 웹디자인, 게임 UI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맛’을 본 이력은 꽤 화려한 편이다.
그는 지금 일본 동경에 살고 있다. 리니지2, 길드워를 일본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회사NC재팬에서 기획 단계의 디자인, 이미지 편집, 플래시 디자인 등을 주로 담당하는 웹디자이너로 재직 중이다.

* NC재팬에서 염승일씨가 참여한 작업들


“아무도 봐주지 않지만 주말마다 조금씩 소설을 쓰고 있고,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페인팅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5년 후에는 또 새로운 작업을 하고 있을 겁니다.” 여행, 음악, 사람…등 그의 가슴을 뛰게 하는 모든 것들을 자양분 삼아, 그는 오늘도 노력 중이다.
자신의 성을 딴 ‘욤의 그림’, ‘욤의 디자인’을 위해, 그리고 당신을 위한 행복한 예술가가 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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