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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스타일에 관한 가장 솔직하고 강력한 책

2010-07-07


2005년, 회사를 그만두고 이혼한 어떤 남자는 아이를 돌볼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아이를 데리고 뉴욕의 골목을 누비며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촬영해 개인 블로그에 올렸다.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www.thesartorialist.com)는 그렇게 시작됐다. 독특한 이력의 작가 스콧 슈만(Scott Schuman)이 그에게 세계적인 유명세를 안겨준 블로그의 이름으로 펴낸 포토 에세이,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가 드디어 국내에도 출간되었다.

에디터 │ 이지영(jylee@jungle.co.kr)
자료제공 │ 윌북

2009년에 출간된 즉시 미국 아마존닷컴의 패션 부문 1위에 올랐던 스테디셀러,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가 드디어 국내에도 나왔다. 평소 패션 스타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었을 책 제목은 저자인 스콧 슈만이 운영하는 유명 패션 블로그의 이름과도 같으며, 그 뜻은 재단사를 지칭하는 라틴어 ‘sartor’에서 유래한 것으로 ‘자신의 개성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표현하는 신사’라는 의미이다.
15년간 패션계에 몸담은 저자는 2005년 9월부터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 멋진 취향을 가진 보통 사람들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것을 자신의 블로그 사토리얼리스트에 올리자 그만의 통찰력 있는 글과 감각적인 스냅 사진은 가히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소셜 커뮤니티’의 막강한 파급 효과를 몸소 보여준 사례나 다름없는 이 블로그가 시작된 계기는 사실 소박하다. 패션쇼에서나 볼 수 있는 것과 실제 사람들의 패션 사이의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그가 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시도한 것. 현재는 뉴욕을 비롯해 밀라노, 런던, 파리, 모스크바, 피렌체, 스톡홀름 등에 이르는 도시에서 촬영한 독특하고 매혹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전하며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블로그로 자리매김 했다. 말 그대로 2년 연속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블로그’ 1위(style99 선정)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타임> 지 선정 디자인 부문 ‘가장 영향력 있는 100’에 뽑히기도 했던 것이다.

이처럼 스콧 슈만에게 세계적인 유명세를 안겨준 블로그에서도 특별히 그가 아끼는 사진과 글을 모아 구성한 것이 바로 포토 에세이 『사토리얼리스트(The sartorialist)』이다. 이 책은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있고 또 표현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에 대한 스타일북쯤으로 정의해 볼 수 있다. 무려 500여 컷에 달하는 각양각색의 '사토리얼리스트'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패션 스타일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들은 성별, 직업, 나이, 소득, 학력, 외모 모든 면에서 천차만별인 다양한 인물군이다. 그러나 모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패션을 인식하고 생활에 반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만을 한정적으로 다루지도 않으며 고가 브랜드의 향연이거나 젊고 날씬하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인물에게만 포커스를 맞추는 뻔함도 없다.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지닌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의 섹시하고 매력적인 모습도 풍부하게 싣고 있으며 노인, 중년, 어린아이, 뚱뚱한 체형의 소유자, 노숙자, 유색인종, 그리고 양성적 스타일까지 폭넓게 포함하고 있다. 분량은 많지 않지만 정제된 글 또한 그저 눈요기가 아니라 충분히 생각해볼 만한 거리로 작용한다. 사람들의 외면뿐 아니라 내면까지 포착하며 ‘옷과 아이덴티티’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화려하고 풍성한 사진과 사진에 얽힌 이야기는 ‘이런 스타일의 (옷을 입는) 사람이 ‘나’이고, ‘나’이기에 이런 (옷을 입는) 스타일이 되었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하고 있다. 결국 정체성의 표현 수단인 패션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알아볼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무엇보다도 이 책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은 주변의 생활인들이 등장하기에 실용적이라는 점이다. 수많은 스타일리스트와 헤어-메이크업 디자이너의 손에서 탄생된 연예인이 말하는, 일반인은 따라서 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패션 팁이 아니라, 거리에서 만난 일상 속의 스타일리시한 사람들이 한정되고 평범한 옷으로 어떻게 새로운 스타일을 고안해내는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까닭이다. 그러니 현재 자신의 스타일을 ‘업’시킬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그날그날 바로 참고할 수 있는 패션 팁과 아이디어로 가득한 ‘일용할 양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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