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디자인 싱크탱크 영국, 이들에게 물은 삶의 방식

고성연 | 2013-12-04


‘창조’가 속한 모든 영역을 경제의 관점으로 본다면, 이는 얼마나 많은 경제적 가치를 지닐까? 일찌감치 창조, 특히 디자인에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고 결과물의 관리를 통해 전략적으로 미래 디자인에 접근해온 나라를 손꼽자면, 그 중 한곳은 분명 '영국'이다. 오랜 기간 투자해온 창조 영역의 가치는 이제 그들의 삶 속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여기 이 책이 17인의 크리에이터를 통해 그들의 삶의 방식을 들려준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열림원

최고의 디자인은 국가에 그 모든 책임에 달려있다고 이야기한 영국 디자인의 마에스트로, 테렌스 콘랜(Terence Conran)의 말처럼 영국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국가 차원에서 창조적 역량에 집중해왔다. 그런 의미에 있어 영국의 수도 런던은 유럽의 크리에이티브 허브로 불리며, 이 같은 국가적 차원의 노력에 부응하고 있다.

이 곳, 창조적 자산을 내재한 영국에서도 런던을 호기심의 근거지로 삼아 유학길에 올랐던 저자 고성연은 크리에이터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왔으며, 이를 <영국의 크리에이터에게 묻다> 한 권에 담았다. 그녀가 만난 영국인 17명은 산업디자인, 패션, 건축, 광고,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친 창조계급의 주역들이다.

이들 거장을 만나고 난 후의 감회는 어땠을까. 이들과 직접 대면한 책의 저자는 “이들은 노후에도 보헤미안 같은 여유로움과 역동성을 동시에 누리며 살아 갈 수 있다. 은퇴연령으로 치부되는 환갑을 훌쩍 넘겨서도 오히려 더 활발하고 진취적인 활동을 전개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폴 스미스는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어린아이와 같은 천진함과 경영자로서의 통찰력 사이의 균형을 갖춘 성공한 비즈니스맨, 디자이너로 꼽힌다. 노년기의 중후함과 동시에 치기 어리게 느껴질 파격의 감성이 공존하는 그 절묘함이란, 폴 스미스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자라면 누구나 즐기는 묘미다. 책을 열자마자 첫 챕터의 첫 페이지 등장하는 그의 인터뷰에서는 이러한 그의 삶의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방에 있는 모든 잡동사니도 누군가 디자인 한 것 아닌가, 이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고, 그런 생각에 몰입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천 조각 하나도 나에겐 창조의 영감이 된다"


불의의 사고로 재기 불가능한 운동선수에서 자신의 이름이 그대로 브랜드가 되고, 패션계에서 문외한으로 취급 받던 그. 우리가 알지 못하는 흙투성이 시절부터 영국 여왕에게서 기사작위를 받은 거장이 된 지금까지, 예나 지금이나 그의 다양한 호기심의 스펙트럼은 좀처럼 줄어들 줄 모른다.

폴 스미스 이외에도 책 속에는 영국 청소기의 대명사로 불리는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과 삼성 휴대폰을 디자인했던 '재스퍼 모리슨(Jasper Morrison)'이 등장한다. 한 가지 방식으로 일이 안 풀리면, 다른 방법을 시도해서 될 때까지 도전하라는 부단한 실험 정신을 강조하는 다이슨과, 자신의 흥미를 따라 일상적인 작업을 진심으로 즐긴다는 재스퍼 모리슨을 포함한 이들 모두의 인생은 각기 다르지만, 하나같이 자신의 내면을 먼저 깊이 있게 통찰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을 주도적으로 앞세워 세상과 맞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누구나 다를 것 없이 공평하게 주어진 삶에서 열린 마음을 유지하고 좋아하는 것으로부터의 성취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인 삶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질 때, 비로소 자신의 창조 능력을 발산해 낼 수 있었다던 이들은 현재 우리 일상 속에 만연해 있는 ‘창조’ 열풍 안에서도 아직 바래지 않은 빛으로 남아있다. 이들이 말하는 각자 자신의 우여곡절에 얽힌 삶이 나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마도 주어진 것보다 먼저 내면에 충실한 정신적인 단단함이 열정과 확신으로 들어날 때 비로소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