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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번의 삶과 죽음
기타 마감

2005-06-14 ~ 2005-08-03




초대일시: 2005_0614_화요일_05:00pm
참여작가: 문경원_손병돈_이승준_이진준_이한수
장소: 이영미술관,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 221번지
문의: 031_213_8223

이 전시의 구상은 민족혼의 화가로 자리매김한 박생광을 기리며 그의 예술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 전시에는 박생광의 작품이 전시되지 않는다.
대신 그의 작품을 현대적 시각언어로 재해석한 5명의 젊은 미디어 작가의 작품이 전시장을 메우고 있다. 대부분 30대 중반으로 이미 미디어 작가로 명성을 쌓은 문경원, 이한수, 이승준, 이진준, 그리고 손병돈은 박생광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라는 새로운 기술적인 언어로 재발견해야하는 무거우나 한편으로는 의미있는 작업을 수행하였다.
이 5명의 미디어 작가들은 백팔번의 삶과 죽음이라는 이 전시의 제목에 주목하며 박생광의 작품에 나타난 한국 민족적 정신성 뿐 아니라 이 속에서 살아 숨쉬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미디어적 언어로 해석하고자 노력하였다.
이글 첫머리에서 인용한 사피로의 말처럼 예술은 삶의 신비성 즉 존재감,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며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힘을 지녔다.
5명의 젊은 작가들은 박생광 작품에 묻어나는 삶에 관한 철학적 성찰을 꿰뚫어 보았다.
그리고 그것을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하며 각기 다른 다양한 방법으로 해석하고 시각화하였다. 그러나 미디어 작업을 수행하는데 있어, 이들은 모두 빌 비올라(Bill Viola)가 영상 작업을 하며 느낀 감성을 공유하였다.

비올라는 많은 미디어 작가들이 쉽게 빠지는 함정을 간파하며 경고하기를 많은 사람들이 영상 작업을 하며 최첨단의 기기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하는 사실을 지적하였다.
비올라는 최신 카메라, 최신 VTR이 좋은 비디오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며 이를 간파하지 못한 작가들은 기기에 구속되어 점점 본연의 모습에서 멀어진다고 경고하였다.
비올라는 기기라는 테크놀로지를 수단으로 이용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자아를 발견하고 성찰하게 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 모인 5명의 작가들은 테크놀로지를 미술적 매개체로 인지하고 다양한 기술적 방법들을 동원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존재성,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관념을 새롭게 하여 그들이 인식적 사고를 높이는데 주력하였다.


“108번의 삶과 죽음展”와 전시도록은 관객이 전시에 접근하는 다양한 접근법과 관점을 가능하게 하고자 한다. 관객이 전시를 관람하며 단순히 교훈적인 설교를 일방적으로 수용해야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전시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는 정신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한다.
각 관람객이 전시에서 겪는 여정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며 그 여정에 결코 한 가지 길이나 답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관객의 한 사람으로 전시를 경험하는데 있어 개인의 학문적 배경인 현대 미술사에 대한 지식과 불교인이라는 종교적 배경에 따른 관점과 접근법으로 전시를 감상하고 이해한다.
이 전시에서 구도와 그에 따른 여정은 매우 중요한 수사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 두 단어는 예술적 작품 창조와 종교적 수행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함축하기 때문이다.

이 구도 수행의 어려움과 개체성은 위의 두 질문에 해답과 그를 위한 여정이 결코 단정적이거나 보편적일 수 없음을 우리에게 확인시켜 준다.
“108번의 삶과 죽음展”에서 관객은 5명의 현대 미디어 작가들이 박생광의 삶과 죽음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불교라는 종교 철학적 관점을 넘어 이것을 해석의 무한성으로 인식한다.
관객의 시선과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이해가 가능한 전시 뿐 아니라 박생광의 작품도 관객의 무한히 다양한 시선으로 영구한 삶을 부여받는다.
따라서 “108번의 삶과 죽음展”에서는 관객, 전시작품, 그리고 작가 사이의 상호작용과 소통이 가장 중시된다. 이 같은 감상 메카니즘속에서 관객은 설치 작품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수정하며 그에 맞게 적용한다.
그러면서 관객이 전시의 가장 적극적인 조력자가 되어 작품, 전시, 작가, 그리고 무엇보다 박생광의 예술혼에 108번의 삶과 죽음을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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