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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self When I am Real 서동욱 개인전
미술

무료

마감

2007-07-03 ~ 2007-07-29


전시행사 홈페이지
galleryloop.com

Myself When I am Real 서동욱 개인전

서동욱의 작업은 그만의 사적인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일상에서 만나는 인물들에 관한 개인적 경험을 영상과 유화로 기록하여 재현한다. 시간성이라는 측면에서 상반되는 이 두 매체는 때로는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하여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하고, 때로는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작가는 여기에 개인적 글쓰기와 내레이션 이라는 텍스트를 덧붙여 자신만의 서사적 몸체를 만든다.


서동욱의 초기 작업은 지극히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다.
2004년작‘Mimi 미미’에서는 한 여자(작가는 그녀를 미미라고 이름 부르기를 좋아했다)가 남기고 떠난 소지품을 단서로 하여 그녀가 파리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의 행적을 추적하는 내용과, 그녀를 대학 때 처음 알게 되고 파리에서 다시 만나 짧은 사랑에 빠졌던 기억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교차시켜 보여준다. 20대 남자의 여자친구 이야기라는 다분히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작가는 유화와 비디오라는 두가지 매체로 기록하여 감상적이고 독특한 서사적 파열을 만들어 낸다.‘연애에 탕진한 나의 20대에 바침’이라는 말로 끝맺는 그의 텍스트는 감각적이고 센티멘털하다.


비주얼 다이어리와 전통 초상화적 형식이 결합된 서동욱의 초기 회화 작업은 소형 카메라에 장착된 플래쉬를 이용하여 인물을 취재하는 데서 출발한다. 내향적이고 우수에 찬 성격을 쉽게 드러내는 그림 속 인물들은 그들의 옷차림과 머리모양, 심지어 피부에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취재하는데 사용되는 카메라의 강한 섬광은 사진 속 인물을 마치 플래쉬 속에 완벽하게 노출된 야생동물의 불안한 모습처럼 묘사하고 있다. 강한 섬광으로 인한 진한 그림자는 인물들을 배경에서 완전히 분리시켜 어떠한 세계에도 소속될 수 없는 존재로 만든다. 이러한 플래쉬의 모티브는 그의 새로운 영상 작업‘rue du théâtre obscur 불 꺼진 극장의 거리’의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연결점을 찾는다.


서동욱은 자신의 새로운 유화작업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회화적 스타일을 시도한다. 도시는 해질 무렵이거나 밤의 풍경이다. 인물은 홀로 한 도시 속 거리에 서있지만 그나, 그녀가 그 공간에 속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신작에서 인물이 속해있는 공간 전체를 추상화라 생각하여 물감을 털고 흘리고 닦아 내는 등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묘사한다. 
 quai de la senne’는 어두운 밤, 파리 세느 강변의 한 극장앞에 서있는 작가 자신의 모습이다. 기억 속 한 장면이 그러하듯이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밤의 파리를 배경으로 서 있지만 그 곳에는 이미 존재하지는 않는 환영이 된다.


신작인 2채널 비디오 영상작업‘rue du théâtre obscur
불 꺼진 극장의 거리’에서 작가는 서사적 완결성을 지향하지 않는다. A 채널의 남자는 공중 화장실로 종이 한 장을 찾으러 들어가는 장면이 연출된다. 이 종이에 적힌 호텔 코코비치의 주소가 A 채널과 B 채널을 연결하는 유일한 지점이 된다. 탐정소설을 연상시키는 B 채널에서는 얄개시대로 한 때 유명했던, 배우 이승현 찾기가 전개된다. B 채널 영상에서 반복되는 이미지들... 고속도로와 자동차, 잊혀진 배우와 술집 여주인 등은 모두 수명이 짧고, 금방 잊혀져 버리고 마는 존재들이다. B급 문화인 탐정소설을 패러디하는 형식적 실험을 통해 작가는 잊혀지는 존재들에 대한 기억을 탐구한다. 두 채널이 만나는 지점인 몽펠리에는 은퇴한 노인들이나 남아서 쇠공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쇠락한 휴양도시이다. 작가는 실제로 몇 년전 5월에 몽펠리에를 여행한 경험이 있는데, 휴가시즌 전의 쓸쓸함만이 남아있는 séte 해변에 관한 기억을 토대로 작품을 시작했다고 한다. 코코비치라는 미국식의 촌스러운 호텔 이름 또한 70년대에나 존재했을 법하다.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 감독들이 미국의 B급 문화를 막연히 동경했듯이, 서동욱의 영상은 누벨바그에 대한 향수와 유럽문화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한다. 기존 영화의 짜임새 있는 구조가 아닌, 느슨한 구조의 미학적 형식 속에서 실존주의에 바탕한 소통 불가능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그의 작품 속 시간은 과거와 현재가 순환되어 나타난다. 이러한 곡선적 시간 구조 속에서 반복되어 등장하는, 폼 잡는 청춘은 짧고 허탈하다.


서동욱은 대학을 마치고 간 유학지 파리에서 5년간 거주했다. 이후, 그의 작업에는 센티멘털리즘과 나르시시즘이 공존한다. 작가는 이데올로기가 사라진 현대, 대도시에서 살아가는 20-30대 지식인 중산층의 진부한 모습을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플래쉬 속 불안한 도시의 젊은이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기에, 작가는 청춘의 모습을 비꼬거나 조롱하지 않고 동질감과 연민 속에서 그려낸다. 작가는 이러한 짧은 젊음의 허무함을,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이 상이한 두 매체인 영상과 유화에 사적인 글쓰기와 내레이션을 중첩시켜 그만의 서정적인 세계를 만들어 낸다.


글_ 양지윤 /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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