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광(閃光)과 같았다. 덮치듯 갑작스레 내게 달려든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무엇은. 두려우리만큼 황홀하게 쏟아지는 그 빛이 눈에 들어온 순간, 온 몸을 휘감는 전율과 함께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느낌 하나가 나를 멈춰 세웠다. 그때 알았던 것이다. 예기치 못했으나 결코 심상치 않은 일이 이미 내게 시작되고 있었음을.
누군가가 웃으며 말했다. 가슴으로가 아니야, 그건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자연스럽게, 육감으로 알아차리는 거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해가 뜨고 달이 졌다. 우주의 자전과 공전 사이, 세상을 잉태한 부모들이 그보다 서너 곱절은 더 많은 자손들에게 生과 死를 물려주었다. 그렇게 대대손손 이어져온 숨이 결국 나에게까지 도달하여 내 몸을 이루고 또 하나의 예감을 만든 것이다. 내 몸 속의 피가 난생 처음으로 심장을 출발하여 온 몸 구석구석을 돌다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던 그 순간, 내 몸은 죄다 알아챘을 것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물려준 우주의 섭리를, 한평생을 지속할 뜨겁고도 곤고한 삶의 작동원리를. 한 생각 돌아서서 단박에 도를 깨친 수도승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