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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 이베르 2인전
미술

문의요망

마감

2009-09-25 ~ 2009-10-13


전시행사 홈페이지
can-foundation.org/465


记 忆 北京 ENGRAMS 윤정선 이베르 2인전


∙ 윤정선. 이베르 2인전, YOON JEONG SUN , LEE BERRE / Painting
∙ 전시기간_ 2009_0925 ▶ 2009_1013 (일요일 휴관)
∙ 초대일시_ 2009_0925_금요일_05:00pm

CAN foundation P.S.Beijing 창작스튜디오 4기∙ 5기 작가 展




▲ 윤정선_Come across_ Acrylic on canvas_40.9x31.8cm_2009






▲ 이베르_Are you a Gentleman # Come To Life_Acrylic.  Pencil On wood board_ 1200 X 1200cm_ 2009



전시글

민은주_ 미술비평, 현대미술연구소


프랑스 학자 피에르 뷔르줄랭 (P.Burgelin)은 유년기 혹은 과거의 기억은 자기 정체성의 토대가 되는 기원이며, 그것을 기반으로 개인은 창조적 정체성의 형성이 가능 하다고 하였다. 이는 오늘날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자전적 기억’에 대한 이론과 연결되며, 이미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통해 많은 예술가들이 고민해 온 주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记 忆 北京’은 베이징 헤이차오 스튜디오에서 함께 체류하며 작업을 하였던 윤정선과 이베르의 ‘베이징(北京)’과 ‘기억(记 忆 )’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자전적 기억’이 어떻게 시작되고 유지되고 반영 되어가는가를 엿볼 수 있으며, 타인과 혹은 사회와 관계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방법을 찾아 볼 수 있겠다. 다시 말해서 기억을 말한다는 행위는 단지 과거의 사물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흔적을 찾아 봄 으로써 미술작품이라는 형식을 통해 새로운 기억을 창조하는 또 하나의 행위인 것이다.

윤정선은 오랫동안 일상과 주변의 풍경을 캔버스에 담는 작업을 하여왔다. 그러나 그 풍경은 실재 존재하는 사물과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낯설게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작업실 주변과 베이징의 거리를 소재로 하였는데 대도시의 어느 장소처럼 생각되지 않을 만큼 고요하고 적막하게 느껴진다. 이러한 느낌은 작가가 주로 사용하는 파스텔 색체와 모노톤의 시각적인 효과에서 오는 것 일 수도 있으나, 대상의 부재에서 오는 무의식적인 상실감에서 오는 것 일 수도 있다. 이는 오랫동안 작가가 다루어 왔던 ‘존재와 부재’ 그리고 ‘기억과 흔적’에 대한 다른 형태의 제시로 볼 수 있다.

이번 작품에는 종종 자전거의 모습이 등장한다. 여기서 자전거는 ‘사람의 흔적’을 보여주는 사물로 대변된다. 북경에서의 생활은 종종 오래 전에 겪었던 일처럼 작가에게 ‘자전적 기억’이 되어 돌아오며, 그 기억은 오래된 사진처럼 담담하게 보여지지만 작가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윤정선의 풍경은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나 기억에 의해 그려지는 동양의 관념산수화 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다. 일상 생활 중에 혹은 여행 중에 마주치는 풍경을 기록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기억하거나 흔적을 찾아내어 캔버스에 담는다. 이는 과거와 현재를, 현실과 이상을 그리고 타인과 자신을 연결시켜 보는 시도이며, 그 관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화면 속의 부재와 화면 밖의 존재를 깊이 응시해 볼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들을 소재로 나무 위에 작업을 해온 이베르는 그의 작업의 연장인 어린아이의 연작을 진행하며 소아질병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작업에 더하였다.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어린아이들은 프로이드가 제시한 유년기의 경험과 의식-무의식 체계로 이해해 볼 수 있다. 작가가 말하는 나약한 유년의 기억은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되었지만 궁극적으로 모든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감추어진 어린 시절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일반적 관념의 어린 아이는 ‘순수함’, ‘아름다움’, ‘희망’ 의 대상이 되지만, 자전적 기억의 유년기는 ‘나약함’, ‘두려움’, ‘상처’, ‘컴플렉스’로 가득 차 있다. 성장을 하면서 개인은 유년기의 기억을 습관적으로 지우고 망각하려 하며 그것을 생각해 내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 그러나, 기억하던 망각하던, 의식하던 의식하지 않던, 유년기의 경험은 성장한 개인의 정체성의 기반이 되어지고 자신의 어느 부분에 유전자처럼 남아 있게 된다. 이처럼, 이베르가 어린아이를 통해 드러내려 하는 자신의 혹은 우리의 깊은 상처는, 곧 그것을 자신의 기억 밖으로 꺼내어 타인과 소통하려는 혹은 개선하려는 작가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Hall of Fame Series는 유년기의 행동장애와 소아질병에 관한 단어들을 ‘헐리우드 명예의 거리’를 장식한 유명 배우들의 핸드프린팅처럼 표현하였다. 본능적으로 유년기를 망각하려는 듯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잊혀진 상처를 작가는 기념하고 기억하기 위한 것처럼 표현하였고, 행동장애와 소아질병을 가지고 있는 – 어쩌면 모든 이들의 내면에 잠재된 장애일 수 있는 – 이들에게 타인과 ‘틀린 것 wrong’이 아니라 ‘다른 것 different’ 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의인지 타의인지 알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경험하여야 하는 것들, 이미 사라졌지만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존재들, 그리고 과거,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낯선 장소를 작가 이베르는 그가 기억하고 느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작품을 통해 솔직하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记 忆 北京 인그램스, 베이징을 기억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곳에서 무엇을 기억하였는가’ 두
작가의 서로 다른 작품을 통해 그들의 기억을 엿본다면, 혹, 자신의 숨겨진 오래된 기억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오랫동안 억압(repression)된 기억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하나의 치료행위라 할 수 있으며, 예술의 오랜 힘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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