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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가내수공업 domuji handicraft
미술

무료

마감

2009-10-22 ~ 2009-11-25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choegun.com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얼굴에 물을 묻힌 창호지를 겹겹이 바르면, 여러 겹으로 쌓인 종이가 코와 입에 달라붙어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이 질식사를 하게 만드는 처형 방법을 뜻하는 도모지(塗貌紙)에서 유래했다는 ' 이러니 저러니 할 것 없이 아주' 라는 뜻을 가진 < 도무지> 를 그는 자기 자신에게 비닐랩을 씌우는 방법으로 대체하고 있다.
랩에 의해 뒤틀리고 다물어진 입술은 말을 할 수 없음과 동시에 역설적으로 말을 하지 않음을 상징하고, 자신을 그 대상으로 삼아 꼭꼭 닫혀있는 분노와 적개심을 은연 중에 드러낸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사회 지배층의 잘 짜놓은 헤게모니에 오래도록 푹 절어 변혁의 의지나 행동은 그저 잡음에 가까운 웅성거림에 그칠 뿐만 아니라 그 작은 목소리 조차 함께 이야기하고 움직여야 할 피지배층에게 오히려 지탄을 받게 되는 것으로 드러나는 모순된 현실과, 날카롭고 거대한 이빨은 깊은 수면 아래로 감춘 채 잘 차려 입은 옷과 얼굴에 띈 미소로 카메라와 마이크 앞에 등장해 오늘도 이 사회의 대중을 유아적 사고를 가진 존재로 판단하여 이들은 우리가 교육하고 세뇌할 수 밖에 없다는 사뭇 진지한 사명감에 벅차있는 자들에 대한 적대적 의지의 화살을 미련하고 답답하게 굴고 있는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돌려 놓은 것이라고 했다.

평일 저녁이나 주말이면 엄마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손에 손잡고 놀러 가는 우리 시대의 ' 놀이터' 대형 마트에 진열된 수많은 상품 대해 가루.. 는 연일 뉴스에서 떠들어대고 있는 소비지출 증가의 필요성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되묻는다.
풍자 대상이 되는 존재를 틀로 떠서 재활용플라스틱과 우레탄을 부어 만든 < 도무지 가내수공업 domuji handicrafts> 은 제목 그대로 가내수공업의 결과물, 즉 대량생산체제의 시대에 어긋난 것 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한 세상 거의 모든 것들이 상품화되고 소비재의 일부분으로 구성되어가며, 제품이 필요에 의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소비 그 자체를 위해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이 시대에 대하여 비닐 랩으로 포장한 상품처럼 진열해 쇼핑 카트에 담아 놓은 < 도무지 가내수공업> 은 이와 같은 현상이 시스템으로 이득을 보는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수많은 복제품을 먹고 입고 마시면서 얻어지는 풍요로움과 자기 과시의 환상은 하얗게 조형된 데드마스크 같은 얼굴 속의 쓰레기(재활용플라스틱)로 여지없이 깨어지고, 작업 기간 동안에 자신이 사용하고 배출한 것들을 고스란히 다시 작품에 집어넣음으로써 부산물과 잉여품이 다시 주산물이 되는 과정을 표현함과 더불어 일상 속에서의 먹고 싸고 자는 반복된 생활을 그대로 작품에 드러내 보이고 있다.
데드마스크나 기성품(ready-made)을 오브제로 삼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고 오히려 진부하기까지 하지만, 이것조차 그는 이 시대를 비꼬고 조롱하기에는 조악한 듯 익숙한 상품이 가장 적절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

한편 멍청하고 갑갑한 자기 자신을 표적의 우선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던 초기의 < 도무지 가내수공업> 은 이제 그 대상을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적 성찰을 통한 자아의 각성이나 삶의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과 고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각종 매체를 이용한 선전을 통해 점점 거대화 되어 가는 종교의 현 양상을 자극적인 방법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뿌리깊게 자리잡은 배타적 이기는 각 종교의 교리를 내세운 대중 앞의 가면으로 치장되고 있다고 말하고 또한, 각 종교의 성자는 작가가 비닐 랩을 씌움으로써 말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작 그 포장된 얼굴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매스미디어의 상품진열대에 전시되고 판매하여 상품화함으로써 그 원래의 사상이 제대로 전달, 실천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가루.. 는 이러한 작업의 결과물에서 소통 부재의 현실,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각 종교의 거대화 및 배타성에 대한 메시지를 때로는 노골적으로, 한편으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전달하고 있으며, 물음과는 상관없이 전혀 엉뚱한 대답을 하는 자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조롱하고 풍자함과 동시에 경고와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2009년 10월 22일부터 11월 25일까지 논현동 플래툰 쿤스트할레 PLATOON KUNSTHALLE 1층 쇼케이스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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