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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ILE 여림에 매혹되다』전
미술

문의요망

마감

2009-12-22 ~ 2010-03-21


전시행사 홈페이지
dmma.metro.daejeon.kr/





『FRAGILE 여림에 매혹되다』전
 
이번 전시에서는 “소규모 공동체와 작은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 경험에 내밀하고 직접적으로 다가가려는 새로운 방법에 내재된 시적 잠재력”(로랑 헤기)을 다룬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Fragile〉전의 예술가들은 거대한 역사적 담론보다는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 일상의 소소한 부분들을 섬세하게 표현해낸다. 예를 들어, 우리 지역 청년 작가인 권인숙이 표현한 것은 대학 시절 즐겨 갔던 단골카페나 술집의 풍경으로, 이는 그 공간에 대한 기억을 공유한 이들에게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케이 타케무라Kei Takemura는 자신의 베를린 집, 친구가 뜨개질한 꽃, 친구로부터 받은 사진 속 장면 등 자신의 기억과 체험들을 모아 작품을 만든다. 마리나 페레즈 시마오Marina Perez Simao의 담담한 수채 드로잉나 히라키 사와Hiraki Sawa의 영상은 작가의 내밀한 상상의 세계를 표현한 작품이다.


특별할 것도, 신기할 것도 없는 소소한 순간들. 한눈에 관객을 사로잡는 강렬함이나 자극, 또는 거대한 규모에서 오는 스펙터클 대신, 소곤소곤 귓가에 들려주는 이야기와 같은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이번 전시의 작품들에 담겨 있다. 그저 개인의 일상이라면 그게 무슨 의미인가? 라는 반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사건들을 함부로 흘려보내지 않고 섬세하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은, 반대로 타인에 대해서도 언제라도 열려 있고 공감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뜻이 된다. 나의 기억 속 단골가게에 대해 소중한 추억을 갖고 있다면 타인의 단골가게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으며, 나의 내밀한 꿈과 상상의 세계를 섬세하게 다루는 만큼 타인의 내면에 대해서도 호기심과 배려를 갖고 살짝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비판론자들의 지적대로 일상과 미시서사에 대한 관심이 모두가 자신만의 작은 세계 속에 갇혀 고립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과 태도로 인해 나아가 타인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힘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전시제목인 Fragile, 우리말로 연약함은 따라서 부정적인 특성이나 약함의 표시라기보다는 연대와 공감, 참여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유태계 철학자 엠마누엘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에 따르면 진정한 의미의 주체는 “타인에 대해 열려 있고 타인을 위해 고통 받을 수 있는” 존재이다. 그의 말처럼 연약함은 우리 일상의 이야기들을 그저 작고 시시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서로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 타인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힘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50인의 참여작가들은 드로잉, 회화, 설치, 조각 등 서로 다른 장르와 기법을 사용하고, 서로 다른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갖고 있지만 예술을 통해 그러한 차이를 넘어 대화하고 공감할 수 있음을 증명해준다. 화려한 미사어구나 강한 선언문보다, 진솔한 말 한 마디가 우리 마음을 울리고 위안을 전해주듯 전의 작은 작품들은, 이 겨울, 우리의 가슴에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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