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ay
장-미셸 오토니엘展: Jean-Michel Othoniel
현대미술 현장의 다양성을 반영하고자 노력해 온 삼성미술관 플라토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미술가 장-미셸 오토니엘(1964년 생테티엔 출생)의 개인전 ‹ My Way› 를 개최하여 유리 매체의 아름다운 조형성과 삶에 대한 진지한 주제의식 사이의 상호관계를 조명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중간 회고전으로 198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 대규모 유리 설치작업까지 작가만의 폭넓고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소개한다.
지금까지 소개되지 않았던 최신작들을 포함한 이번 전시는 오토니엘의 은밀하고 시적인 초기작들을 시작으로 놀라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환상의 세계로 관객들을 인도한다. 자전적 경험과 트라우마에 근거한 그의 작업은 유황, 인, 왁스, 유리와 같이 예측할 수 없는 민감한 재료들을 실험해 온 것으로 특징된다. 독특하고 희귀한 이러한 재료들은 대부분 신체에 대한 언급으로서 1990년대의 몸 담론이나 성 정체성 논의와 같은 맥락에 놓이면서도 관객들로 하여금 한 인간으로서 작가가 경험하고 인내해야 했던 고통의 시간을 공감하게 한다. 재료의 아름다움과 혐오감 사이를 오가며 삶의 양가성을 천착해 온 그의 작품세계는 주류 미술계의 개념적, 형식적 계보와는 거리를 둔 ' 개인 신화' 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자연과 유기적 세계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장르의 한계에 도전해 온 작가는 1990년대 중반부터 강인함과 연약함을 겸비한 유리의 무한한 색채와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고, 그로부터 유리의 조각적 특성을 넘어 새로운 기념비성을 실현한다. 신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장신구를 건축적 규모로 확장하는 그의 조형방식은 초현실주의를 계승한 것이면서 동시에 역사와 대중문화에 대한 참조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미술사가 무관심했던 아름다움과 환상의 세계를 복원함으로써 시각영역의 풍요로움을 개척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전시의 제목인 ‹ My Way› 가 시사하듯 이번 전시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식으로 존재의 내밀함을 탐구해 온 작가 오토니엘이 지난 25년간 상실과 소멸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켜 온 예술세계를 집약해 보여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지속적인 여행과 우연한 만남들을 통해 예술적 자양분을 얻은 작가가 자신의 삶의 여정을 사진 아카이브로 제시하고, 관객이 품에 직접 개입하는 ‹ 소원을 비는 벽› 을 설치함으로써 작가와 관객 사이의 친밀한 교류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