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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신세계갤러리 기획초대 주효진 설치展
광고/그래픽/편집 마감

2004-05-25 ~ 2004-06-02


shoe freak

-행사명:주효진 설치展
-장소:인천신세계갤러리 인천 남구 관교동 15 인천신세계백화점
-문의:Tel. 032_430_1157


신세계 백화점 내 갤러리를 들어서면 우선 정면에 전시장 벽면을 가득 채운 콜라주 설치가 눈에 띈다. 크기 7*4m의 이 대형 평면 설치작품은 멀리서는 단지 흡사 일본만화의 여전사와 같은 이미지이나 다가가 볼수록 모두가 픽셀화 된 작은 하이힐 구두들의 콜라주임을 알 수 있다. 속눈썹이며 머리카락이며 심지어는 갈라진 입술표면까지도 작은 구두들로 섬세하게 표현되어있다. 그리고 하나 하나의 구두들은 모두가 쉽게 알아챌 만한 수입 명품들이다. 수천개의 구두들로 빼곡이 이루어진 작가의 자화상은 하이힐을 사랑하며 또 증오하는 그리고 명품에 집착하는 수동적 소비자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전시장 벽면에 액자와 설치된 다채로운 구두들을 보자. 이 구두들 역시 이름을 들으면 익숙한 유럽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명품 하이힐들이다. 모두가 화려하고 우아하며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여자라면 누구나 갖고 싶은 욕망을 느낄법하다. 그러나 작가는 이 디자인을 도용하여 이를 '신을 수 없는' 구두로 재 디자인 해 낸다. 이는 하나같이 본래 구두로서의 기능성을 상실한 기형적 형상을 하고 있다. 구두굽 대신 콘크리트 못을 박거나, 밑창이 없거나, 굽이 앞에 붙어있거나 하는 등... 관객들은 모두 화려한 디자인에 현혹되었다가 다시금 들여다보고는 '과연 이걸 신을 수 있을까?'란 의문을 갖는다. 이모든 디자인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액자에 전시되어 있다. 구두들만큼이나 화려한 디자인의 액자는 어딘가 촌스럽고 어설프다. 역시 눌러보니 물렁물렁한 고무다. 순간 화려한 수입액자의 인상이 싸구려 장난감과 같은 이미지로 바뀐다. 이처럼 작가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디자인과 그것을 만지거나 신어보면 알 수 있는 그 기능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전시장의 어두운 한켠에 매달려있는 웨딩드레스는 영상설치의 일부분이다. 영상은 치맛속으로 보여지며 관객은 드레스 치맛속을 들여다보는 형태로 감상하게 된다. 드레스를 부풀려주는 패치코트는 특수 제작하여 흡사 돔형식의 지붕과 같은 공간을 형성한다. 치맛속으로 보여지는 영상은 변기 속에 투영된 여인의 발-구체적으로 40여 년을 딱딱한 구두에 혹사당한 우리 어머니들의 발이다. 제각기 휘어진 발가락을 이리저리 꼼지락거리고 있는 형상은 뼈가 돌출 되고 갈라진 굳은살과 함께 기형적 인상을 준다. 이는 섹시한 하이힐에 열광하고 명품에 또 한번 열광하는 패션중독 공화국의 희생자인 우리 여성소비자들의 속살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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