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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아프리카 사진展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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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2013-07-12 ~ 2013-11-13




 

 

  노을녘에 종려나무를 심는 사람 
    Old Dongola, Nubian, Sudan, 2008.

 

  누비아 사막에 석양이 물들면
  하루 일을 마치고 종려나무를 심는다.
  뜨거운 모래바람이 치면 말라 죽고
  다시 심으면 또 말라 죽어가도
  수단 사람들은 날마다 모래둑을 북돋고
  나일 강물을 길어다 종려나무를 심어간다.
  이름 없는 사막의 수행자처럼.

  

 

  나일 강가의 저녁 기도 
    Old Dongola, Nubian, Sudan, 2008.

 

  나일 강에 붉은 석양이 내리면 수단 사람들은
  저문 강에 얼굴을 씻고 네 번째 기도인 마그립을 올린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나일 강처럼
  나 또한 나의 길을 굽힘 없이 흘러가리라 다짐하면서.
  모래에서 태어나 한 줌 모래로 돌아가는 인생을
  신의 뜻대로 선하고 의롭게 살아가겠노라고.

 

 

 


   

 

  수단의 어머니   
    Old Dongola, Nubian, Sudan, 2008.

 

  무슬림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수단은 
    미 제국에 맞선 ‘아프리카의 자존심’으로 불리운다.
  “나는 수다니입니다.” 모래바람 치는 길에서 만난 어머니가
  옷자락을 휘날리며 걸어와 악수를 청하더니
  자기 집에서 차 한잔하고 가라며 손을 이끈다.
  키도 말씨도 마음씨도 시원시원하기만 하다.

 

 


   

 

  다르푸르 난민들의 저녁 준비 
    Al Qadarif, Sudan,  2008.

 

  검은 수단의 붉은 눈물 다르푸르.
  2003년부터 30만 명이 학살되고
  270만 명이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수단 서부 다르푸르 토착민 푸르족들은
  중앙 권력을 장악한 북부 아랍인들의 차별과
  정부군과 민병대(잔자위드)의 학살에 맞서
  힘겹게 분리독립운동을 펼쳐왔다.
  이고지고 떠나온 다르푸르 난민들이
  오늘도 낯선 땅에서 저녁을 맞이한다.

 

 


   

 

  뜨거운 하붑이 지나가면 
    Karima, Nubian, Sudan, 2008.

 

  거대한 모래폭풍인 하붑이 지나가면 

  농부들은 논밭에 쌓인 모래를 거둬내고 

  말린 낙타똥을 빻은 거름을 뿌린 뒤 

  나일 강물을 끌어와 씨앗을 뿌린다. 

  주어진 한계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해 분투하는 것이 

  자신의 할 일이라는 듯이.

 

 


 

 

  인류 최초의 피라미드 
    Meroe, Nubian, Sudan, 2008.

 

  나일 강 동쪽을 따라 펼쳐지는 광대한 누비아 지역은
  이집트 다음으로 일찍이 문명이 발달한 곳이다.
  인류 최초의 피라미드는 찬란한 고대의 기억을 품고
  지금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 잠들어있지만
  이 땅의 아이들은 오늘도 말린 대추야자를 지고 
  뜨거운 사막을 가로질러 고유한 삶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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