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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ANNA 이만나 : Snowy Night 눈 밤
미술

무료

마감

2014-10-10 ~ 2014-11-07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eugeangallery.com/








이유진갤러리는 2014년 10월 10일부터 11월 7일까지 회화작가 이만나(b.1971)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2012년 영은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후, 이 년이라는 짧지 않은 제작 기간에 걸쳐 준비한 여덟 번째 개인전에 작가는 ' 눈 밤'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다소 특이한 전시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전시를 구성하는 열두 점의 작품들은 대부분 눈이 내린 야경을 그린 것으로 반년 넘게 작업한 가로 4m에 달하는 대작을 비롯하여 다양한 크기의 캔버스 회화 신작들이 소개된다.

 

이만나는 2011년부터 2013년 여름까지 경기도 소재 영은미술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자연 환경에 둘러싸인 다소외진 지역의 작업실에서 개인전에 대한 구상을 하던 중 작가는 폭설로 인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추운 작업실에 혼자 고립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새벽 무렵, 바깥으로 나선 그의 눈 앞에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세상의 모든 경계가 사라진 듯 어제까지 익숙했던 풍경들은 무수한 겹을 두른 눈에 의해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간혹 멀리서 가로등 불빛인지 알 수 없는 빛이 가물거리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작가는 ' 우아하면서도 두려운 느낌' 이었다고 회상한다. 작가는 눈이 만들어낸 풍경의 ' 톤'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고픈 충동으로 흩날리는 눈을 온 몸으로 맞으며 마치 무엇에 홀린 듯 정신 없이 미술관 주변을 헤매 다녔다.

 

그 순간은 마치 꿈 속에 있는 듯 했다. 나의 현실을 은유하는 꿈.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불안해하는, 사방이 나를 따라다니는 반투명한 장막으로 켜켜이 막혀있고, 저 너머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는 채 발을 내디뎌보지만, 항상 현재의 반경 안에서만 식별이 가능한…… . 불빛을 좇아 걸어 들어가니 비로소 가로등 불빛아래 눈 덮인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풍경은 마치 그 불빛에서부터 세계가 시작되는듯한 느낌이었다.

 

이만나의 작업은 늘 예기치 않은 대상 혹은 장소와의 ' 우연한 맞닥뜨림' 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그 대상이나 장소들은 어떤 극적 상황이나 특수성과는 거리가 먼, 일상에서 무시로 마주치는 길가의 담벼락, 나무, 건물 등 흔한 풍경의 일부들이다. 작가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는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평범한 풍경 속에서 ' 낯선 울림' 을 느끼게 되는데,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되는 이 울림은 작가가 이전 전시의 서문에서 밝혔듯 알베르 카뮈가 이야기한 ' 생소함' 으로 가장 잘 설명되는 듯 하다. 우리가 보편화된 방식으로 인지해 오던 외부세계를 관습이 아닌 ' 그것 자체' 로 접촉할 때 기존의 의미들은 모두 사라지고 세계는 그 자신으로 되돌아간다는 카뮈의 통찰은 문학과 미술의 경계를 뛰어넘어 예술가들이 그들의 날카로운 촉으로 감지하는 가시적 세계 뒤편에 숨어있는 비가시적 차원의 세계와 연결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눈 밤’은 단순히 ‘눈이 내린 밤’을 일컫는 단어가 아니라 수많은 보통의 밤과 구별되는 ‘어떤’ 밤을 상징한다. 이만나의 이전 작업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했던 밤 풍경은 ‘눈’이라는 특별한 상황과 만나 조금 더 극적으로 그려진 측면이 있다. 낮 동안의 또렷했던 윤곽과 형태들이 사라지고 희미한 빛에 의해 간신히 식별이 가능해진 밤의 상태와 흰색의 눈으로 인해 지형지물들의 경계가 사라진 상황은 역설적으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비현실적 분위기나 작가의 심리가 투영된 풍경의 서정성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낸다. 이만나의 작품을 소개할 때 언제나 거론되는 독특한 색감과 깊은 톤의 구사는 이번 전시에서 진면목을 발휘한다. 다양한 컬러가 드러날 수 없는 어두운 밤을 표현함에 있어 작가는 집요하리만치 오랜 시간과 노동이 투입된 섬세한 묘사와 뛰어난 색채 감각을 통해 신비스럽고 서늘한 겨울 밤의 대기(大氣)를 캔버스 표면 위로 끌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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