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2
명품의 로고를 내세워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과시하던 모습이 이제 어색해진지 오래다. 도리어 클래식한 명품의 로고의 사이즈가 커질 수록 시대를 거꾸로 사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요즘, 유럽의 장인 정신이 깃든 품질과 희소성에 가치를 매기던 시각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는 중이다. 하우스에서 생산되는 명품들이 스트리트 아티스트와 호흡하고, 새로운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도 이제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이런 장인들의 아트웍, 브랜드들이 새시대를 맞아 어떤 변화들을 모색해 그 특별함을 내세우게 될까. 우리의 시각은 과연 또 어떻게 변화할까.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자료제공 ㅣ 한국국제교류재단
명품 브랜드의 하우스에서는 이제 더 이상 자신의 로고와 고유의 패턴들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고, 새로운 가능성들을 열어두는 모습들을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브랜드 정체성에 혼선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날로 진화하는 제품 제작 기술과 축소되는 공정들이 이들의 변화에 더욱 자극을 준다.
명품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다 보면, 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들을 외면하기 힘들다. 오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이탈리아의 장인정신, 전통 공예의 제작방식은 이탈리아를 패션 강국으로 급부상하게 한 원동력이었다. 특히 2차세계대전 전후 탄생한 ‘메이드 인 이탈리아’의 이미지는 제품 생산방식과 퀄리티 높은 직물, 수공예품, 생산의 전문화 실험적인 디자인과 독창성 등으로 ‘명품’으로 꼽혔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에도 건재한가? 이들은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을까?
변화의 속도가 빠른 패션시장, 특히나 빨리 입고 소비하고, 다시 또 소비하는 패스트 패션이 익숙한 시대에 공정과 디자인 모두 클래식하다는 이미지가 확고한 이들은 새로운 창조성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특히나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직접 만드는 아마추어, 장인, 디자이너들은 모두 현재 같은 시장 안에서 공존하며, 경계를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제 막 자신의 제품과 이름을 알리는 이탈리아의 디자이너에서부터 장인정신을 디지털 기술로 보급하려는 새로운 시도들, 디자인 소스를 오픈해 사용자를 제작자로 전화하는 새로운 기업의 마인드 등 눈에 띄게 양분되어 있던 디자인시장의 흐름들을 깨뜨리고,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독창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과거를 잇는 현재의 ‘명품’에 대한 함의들 그리고 디자인의 독창성이 어디까지 보장될 것인지, 제작의 관점을 기술발달과 더불어 어떻게 새롭게 해석할 것이지, 모든 상호작용을 개방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