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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숨은 그림 찾기

무신사 | 2015-07-13


비판가, 평론가. 단어가 갖는 사전적 정의를 그대로 담았다. 크리틱(Critic)은 한국 스트리트 아카이브에 있어 가장 먼저 거론되는 역사적인 패션 브랜드다. 당시의 독립 브랜드들이 그러했듯 크리틱 역시 티셔츠에 자신들만의 그래픽을 프린팅하는 것으로 브랜드의 시작을 그렸다. 지금에야 자본주의나 거대 기업을 비판하고 조롱하는 것을 어린 아이의 거친 생각으로 볼 지 모르겠으나, 당시 크리틱의 행보는 늘 화두였다. 시장의 태동부터 바라봐 온 에디터의 입장에선 그런 초심을 아직도 일정 부분 잘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에, 크리틱이 매 시즌 선보이는 개성 있는 그래픽에 거는 기대 역시 늘 컸다.

기사제공 | 무신사
 

'치킨 킬러'와 '사이코 버처'는 크리틱의 새로운 컬렉션이 발표 될 때면 늘 먼저 찾아보는 캐릭터 시리즈다. 풍자 코드가 가장 많이, 가장 잘 녹아나는 이 캐릭터들은 2011년, 디렉터 이대웅의 손에 의해 처음 그려졌다. 거대 기업과 시스템을 패러디하며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두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캐릭터였다. “디자인적으로 누구나 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야 패러디가 재미있어지니까.” 이대웅 디렉터가 말했다. “이 두 브랜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었기 때문에 그런 재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이었다.”

킨 킬러는 말 그대로 '닭'을 재료로 쓰는 브랜드를 풍자하는 것이 컨셉이었다. 사이코 버처 역시 당시 대두되었던 건강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스케이트 보드에 '헬스(건강)'라는 단어를 적어놓고 브랜드 캐릭터가 그를 '플립(뒤집기)'하는 포즈를 취하게 하며 사회적 이슈를 대중에게 던졌다. “사실 처음부터 길게 생각하진 않았다. 여태껏 장기적으로 보고 시작한 일은 없었는데, 크리틱은 결국 그래픽이 계속 나와야 하는 브랜드고 그래픽으로 이야기해야 하는 브랜드니까. 이 두 캐릭터를 결국 일종의 '플랫폼 토이'와 같은 장치로 활용하게 된 것이다.”

2011년 봄/여름 시즌의 첫 등장 이후 치킨 킬러와 사이코 버처는 일종의 변화를 거치며 지금의 형태에 이르게 되었다. 기본적으로는 정형화 된 포즈지만 디테일하게는 약간씩 다른 포즈를 취한다. 치킨 킬러는 '킬러'에 주안점을 두고 계속해서 '킬러' 시리즈로 이어지게 되었고 사이코 버처는 계속해서 패스트푸드 브랜드를 풍자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 그때 그때 유행하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쫓는 힙스터를 풍자하는 캐릭터로 두고 명맥을 잇도록 했다. “나름 둘 다 의미가 있는 셈이다. 그걸 좋아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 같아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의미가 크게 중요하진 않다. 결국 패션은 패션일 뿐이니까.”

크리틱은 최근 <무신사>와 함께 새로운 사이코 버처를 그려냈다. 여름 시즌을 맞아 '납량특집' 컨셉으로 드라큘라를 담았다. 패션적 요소로 코스튬을 하진 않았지만 센스있게 이번 시즌 대세 아이템 츄바스코(Chubasco) 샌들을 신겨 포인트를 주었다. “사이코 버처는 매 시즌, 당시에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풀 착장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은 최대한 하지 않았다. 시즈널 컨셉에만 초점을 두어 드라큘라를 크리틱만의 방식으로 직관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그 덕분에 오히려 츄바스코 샌들에 포커스가 잘 맞춰진 것 같아 만족한다.”

크리틱은 처음부터 그림으로 말해왔다. 구구절절 설명을 더하지 않았고, 눈으로 보여지는 그대로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쉬운 방식으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것. 치킨 킬러와 사이코 버처는 앞으로도 즐거운 풍자를 통해 크리틱의 이야기를 해 나갈 것이다. 날카로운 생각은 잠시 접자. 그들이 바랬듯, 그저 즐겁게 받아들이자. 크리틱은 단지 그것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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