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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재미로 사는 키도

무신사 | 2015-11-17


12인치 액션 피규어는 토이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하나의 큰 카테고리를 차지한다. 실제 사람에 가장 가까운 형태로 완성되는 이 피규어는 사람의 흡사한 관절을 가지고 있기에 마음대로 포즈를 잡고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키도(Kiddo)는 한국의 토이 시장에 혜성같이 등장한 피규어 아티스트다.

기사제공 | 무신사  


무신사(이하 무) 무신사에서는 처음 인사하는 것 같다. 본인의 소개가 필요하겠다.

키도(이하 키) 피규어와 토이 디자인을 하고 있는 키도다. 반갑다.

키도라는 이름의 의미는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되나?

맞다. 외국에서 친한 친구들 사이에 쓰는 은어 같은 표현이다. “어이-” 같은.

한국 이름이 좋은 것 같다. ‘어이’.

허준 같은 거다.(웃음)  


좋다. 당신은 어디에서 갑자기 툭 튀어 나왔나? 꾸준히 이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니라고 알고 있다.

원래는 미술 학원 강사로 일했다. 어느 날 우연히 피규어를 접하게 된 건데, 보통의 남자들이 그렇듯 나 역시 장난감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흥미가 많았기에 그 참에 배워보기로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게 된 것 같다. 피규어를 만들기 시작한 지는 이제 5~6년 정도 됐다.

그때 딱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한 건가?

직업이라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다. 그것보단 '죽을 때까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먼저 한 것 같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컸다.  


돈에 대한 걱정을 한 적이 없나?

돈에 대한 걱정을 안했다기 보다 '돈을 벌려면 이걸 해야겠다'가 아니라 '재미있는 걸 하다 보면 돈을 벌겠지'라는 식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다. 다른 사람들과 그 순서가 좀 다른 것 같다. 돈은 그저 내가 하는 만큼 벌 것이라고 생각했다. 못 벌면 내가 못한다는 뜻일 테니.(웃음)

그럼 학원 강사는 어떻게 하게 된 건가? 교육자가 꿈이었는지.

아니다. 꿈 같은 건 딱히 없었다. 미대를 간 것도 그저 그림 그리는 일이 좋아서였을 뿐 내가 디자이너가 되겠다거나 그런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서 간 것은 아니었다. 뚜렷한 목표를 세우고 그를 쫓기 보다는 무언가를 하는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껴서 계속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미술 학원 강사도 그런 케이스였다.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재미있어서 했던 것뿐, 학원을 차리고 원장이 되어 미술학도를 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지금은 그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다. 그런 변화에 영향을 끼친 인물이 있나?

누군가에 자극을 받아서 피규어를 만든 건 아니다. 오히려 피규어를 만들기 시작할 때에 피규어 아티스트가 누가 있는지, 또 어떤 시장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마이클 라우(Michael Law, 홍콩의 유명 피규어 아티스트) 같은 작가의 존재를 나중에 알았을 정도였다. 지나고 나서는 아무래도 쿨레인 스튜디오(Coolrain Studio)에서 작업하다 보니 쿨레인(Coolrain)에게 많이 배웠다.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니까.


한국보다 해외에서 반응이 더 좋다고 알고 있다.

아무래도 한국보다는 해외의 피규어 시장이 더 크고 오랜 역사를 지녔으니까. 컬렉터도 훨씬 많고 커뮤니티 활성화도 많이 되어 있는 것에 덕을 본 것 같다.

당신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스트리트 컬쳐, 힙합 컬쳐의 요소가 자주 눈에 띈다.

원래 좋아했던 장르였다. 20대를 보내는 동안 정말 관심이 많았다. 그게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이어진 것 같다. 좋아하는 걸 만들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었기에 아무래도 그렇게 표현이 된 것 같다. 실제로 다른 누군가가 만든 피규어보다 오히려 패션이나 관련 문화에서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괴기스러운 연출이 가미된 작품도 많다. 그런 문화도 좋아서 다루는 것인가?

스릴러 무비, 좀비 무비 같은 것들을 좋아한다. 세기말적 시대 배경도 좋아하고. 그런 데서 영향을 받았다.  


작품 얘기를 해보자. 당신은 옷을 직접 만들고 신발도 직접 만든다. 어떤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나?

취향 차이인 것 같다. 깎아 놓은 형체 위에 도색해 놓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나는 실제 패브릭을 좋아하는 사람일 뿐이다. 보는 입장에서도 그 쪽이 아무래도 접근하기 좀 더 쉬울 것 같고.

하나 만드는 데 정말 오래 걸릴 것 같다.

운동화를 예로 들면, 어떤 운동화를 만드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한데 보통 한 켤레를 만든다고 치면 실제 물리적으로 작업하는 시간은 하루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문제는 준비 과정이다. 패턴을 뜨고 신발 모양을 잡고 수정 작업을 거치고 하는 과정들. 그 과정에만 몇 주가 걸리기도 한다.

그게 참 궁금하다. 실제품을 보고 만드는 건가? 모양을 잡거나 패턴을 뜨는 작업들 말이다.

가장 좋은 건 역시 실제품을 보면서 만드는 것인데 내가 그 모든 옷과 신발을 다 가지고 있을 수는 없는 법. 그래서 가끔 작업 때문에 쇼핑을 하기도 한다. 물론 합리화할 때도 있다. '내가 이걸 만들어야 하니 참고 자료용으로 사야겠다'하는 식으로. 생각해 보면 결국 핑계다.(웃음)

의류도 신발도 결국 갖고 싶은 건 고가일 텐데.

그래서 자료에 의존할 때도 많다. 다 살 수는 없지 않나.(웃음) 실제품을 구할 수 있으면 구해서 보지만 한국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이 워낙 많다 보니 그럴 경우엔 그냥 자료를 최대한 많이 찾아 본다.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은 그런 점에서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다. 원하는 제품을 실컷 만져보고 만들어 볼 수 있을 테니.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 엠엔더블유(withMNW), 푸마(Puma)와의 작업들이 기억에 남는다. 좋아하는 브랜드이기도 하고 좋아하는 문화를 다루기도 했고. 모두 즐거운 작업으로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는 센터폴(Center Pole)과 작업했다. '헤비 아우터'가 주제였는데, 어땠나? 만들기 어려웠을 것 같다.

이런 옷은 처음 만들어 봤다. 역시 굉장히 어렵더라. 내가 패션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패턴 뜨는 법도 모르고 원단에 대한 이해도 역시 뛰어난 것이 아니어서,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시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발품 파는 수 밖에 없었다.

브랜드에서 원단 이름 같은 걸 알려주면 되는 일 아닌가?

아니다. 같은 원단을 쓸 수 없다. 피규어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실제 원단으로 그에 맞는 작은 옷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피규어의 크기에 맞는 얇은 원단을 새로 찾아서 만들어야 한다. 그게 참 힘들다. 찾는 색깔이 없을 때도 있고 찾는 질감이 없을 때도 있고.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이다.  


그래서 총 얼마나 걸렸나?

모든 게 갖춰졌을 때 작업을 시작하면 옷 한 벌 만드는 데에 한 3일 정도의 시간이 쓰이는데 준비 기간까지 합하면 거의 3주 정도 걸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중간에 만들다가 원단 느낌이 도저히 안 나온다 싶으면 새로 원단 찾아서 다시 만들어야 하니 그럴 경우면 시간이 더 걸리는 거고.

그 일을 4번이나 한 셈이다. 피규어를 4체나 만들었으니.

센터폴의 아우터 컬러별로 다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됐다. 광고 모델인 원빈이 입었던 베이지 컬러의 제품과 여성용으로 만든 레드 컬러의 제품을 포함해서 4가지 아우터를 만들었다.

아무튼 프리미엄 아우터 한 벌을 실제로 만들었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볼 수 있다.

센터폴의 아우터를 만들며 가장 중점적으로 한 생각은 무엇인가?

브랜드 자체가 아웃도어 브랜드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아우터를 등산할 때만 입으라는 법은 없다. 트래킹을 하거나 가벼운 야외 활동 시에도 얼마든지 입을 수 있고 일상 생활에서도 스타일리시하게 입을 수 있으니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던 것 같다.

센터폴이 이번 시즌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캠페인을 내세우고 있다. 당신은 평소 어떤 마음으로 작업하는가?

재미있으면 되는 것 같다. 돈이 우선이 되지 않게 하려고 한다. 재미없는 것 같으면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하지 않는다. 나랑 잘 맞아 보이고 재미있을 것 같으면 대가 없이도 작업을 하는 편이다. 새로운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겠다 싶을 때 작업을 한다. 재미있어서 시작한 일이니까. 재미가 없어지면 결국 일이 되고 일이 되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 재미를 늘 찾으려고 한다.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작업할 필요는 없으니까.

올 겨울엔 무얼 해보고 싶나?

일본에 가보고 싶다. 추운 지방에도 가보고 싶고. 계속 작업실에만 있는 것 같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데 결국 그렇게 막상 떠나면 또 작업실 생각이 계속 나고 더 많은 작업을 해야 할 것 같고 그런다.

그건 결국 스트레스 아닌가?

좀 다른 개념 같다. 일에 대한 걱정이라기 보다 새로운 작업에 대한 갈망인 것 같다.

도대체 액션 피규어의 매력이 뭔가?

아무래도 실제 사람과 흡사하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 매일매일 포즈를 바꿔가며 상황을 만들어 갈 수도 있고. 그런 게 큰 장점이 아닐까?

무신사의 피규어도 만들어 줄 수 있나?

스케쥴 표를 좀 보겠다. 내년에 있을 전시 준비 때문에 바쁘다.

관련링크 : 센터폴 www.centerpol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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