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2
SEOUL, Korea (AVING) --
그 동안 사진으로만 접해 궁금한 점도 많았고, 재규어의 강한 개성이 마음에 들어 개인적으로 꼭 타보고 싶었던 차량이어서 그런지 설레는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었답니다.
이왕이면 녀석과 어울리는 옷을 입으면 좋을 듯싶어, 코디를 위해 옷장을 홀딱 뒤집어 놓아 시승을 마치고 밤에 집에 와서 옷장 정리할 때 고생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느낌, 영국 신사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함께 자리했을 때 녀석과 어울릴지 상상하던 모습을 지금 생각해 보니 데이트 가기 전에 단장하던 모습 같아서 글을 쓰며 잠시 웃었습니다.
이번 시승기를 통해 소개해 드릴 ‘재규어 XJ 2.7D’는 2.7리터 V6 트윈터보 디젤엔진과, ZF사의 6단 변속기를 장착한 멋진 녀석입니다.
‘디젤 모델이면 시끄럽지 않을까?’
재규어 역사상 가장 조용한 디젤 모델이라 하니 기대가 많이 되지만, 솔직히 디젤 모델의 정숙성에 대해 약간 의심을 품은 채 녀석과 드디어 만났습니다.
그러나 녀석의 ‘고요한 심장소리’를 온몸을 통해 느끼는 순간, 머릿속으로 그리던 디젤차의 모습이 점점 지워지며 녀석의 은근한 매력이 그 부분을 대신하게 되었죠. 물론 아이들링 상태(정차하여 시동만 걸린 상태)에서 느낀 첫 인상이지만 ‘아.. 이렇게 조용한 디젤차도 있구나..’ 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와 함께한 녀석은 특이하게 롱 휠 베이스(Long Wheel Base)모델이었는데요, 간단히 말씀 드리면 기본 모델보다 길이가 긴 리무진 차량이라 생각하시면 이해가 쉽겠죠?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어쨌든 녀석과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되었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녀석과 함께 뻥 뚫린 곳으로 향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꽉 막힌 도로를 벗어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질주하는 녀석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가속 성능이 매우 좋았는데요, 토크가 높은 디젤엔진의 특성이 한 몫을 한 것이 아닐까요? 게다가 고속 주행과 코너링 모두 안정감을 유지하는 녀석은 정말 운전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도와주더군요.
차량의 진동은 고속 주행시에 페달을 통해 약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일반적인 운전자 분들이라면 느끼기 어려운 수준의 진동입니다. 또한 rpm을 높였을 때의 엔진음은 기분 나쁜 소음이 아닌 스포츠카의 멋진 소리라고 하면 상상이 되시나요?
그리고 브레이크 이야기를 잠깐 하자면, 사실 녀석이 덩치가 커서 ‘브레이크가 밀리지 않을까?’ 하는 등의 걱정을 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나 봅니다. 달리기 실력만큼이나 멈춰 서는 실력 또한 좋았습니다.
운전하는 즐거움뿐 아니라 녀석과 함께 하는 동안에도 즐거움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들이 숨어있습니다. 운전석과 조수석 헤드레스트 뒷면에는 LCD모니터가 있는데 뒷좌석에서 컨트롤이 가능하여 승객의 지루함을 달래주고, 뒷좌석 창문에는 차양막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재규어 XJ’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외관과 더불어 만족스런 주행 성능, 그리고 다양한 편의사양을 갖춘 멋진 녀석이죠?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이렇게 멋진 녀석에게 더 바라는 점이 있으니 말입니다. 우선 앞 좌석에서는 컨트롤 패널의 버튼 모양과 배열을 새롭게 했으면 합니다. 사용하기엔 나쁘지 않지만, 아날로그의 느낌을 살렸기 때문이라 해도 LCD모니터의 세련된 이미지와 약간 어울리지 않는 듯 느껴지는군요.
이왕 욕심 부린 김에 몇 가지만 더 바란다면 뒷좌석에도 썬루프가 있다던가, 뒷좌석 팔걸이의 컨트롤 패널을 터치스크린으로 만든다던가, 뒷좌석 옆 창문 유리는 편광유리를 사용하여 차양막을 올리는 수고대신 버튼 하나로 빛을 걸러주는 등의 약간 무모한(?) 옵션을 넣는 것도 재미있을 듯싶습니다.
녀석과 함께했던 하루가 어느덧 저물어 갑니다.
함께한 시간 동안, 녀석의 ‘고상한 품위’라는 향수에 물들어 가는 느낌은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자신만의 색채와 향기를 분명하게 발산하는 당당함이 있기에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 것이 아닐까요?
헤어질 시간이 다가와 운전석에서 내렸지만 집에 오는 내내 녀석의 향기가 남아있어 머릿속이 온통 녀석의 생각으로 가득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오늘, 문득 녀석의 고요한 심장소리가 그리워 집니다.
[글, 사진 : 박찬규]
<재규어 xj 2.7d 시승기 보도순서>
01. 고요한 심장소리, '재규어 XJ 2.7D'
02. 영국 신사의 느낌, '재규어 XJ 2.7D' - 외관
03.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재규어 XJ 2.7D' - 내부
04. '재규어 XJ 2.7D'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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