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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피 4년 후 '국내 모바일 콘텐츠' 경쟁력 사라져

2008-12-12

SEOUL, Korea (AVING) -- 애플 아이폰, 림 블랙베리 등 외산 단말기의 국내 진출을 막아온 '위피(WIPI) 탑재 의무화' 정책이 2005년 도입 후 4년 만에 폐지되자, '위피 탑재 의무화'로 인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가 육성된 반면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설명: 해외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 자료사진)

위피(WIPI, Wireless Internet Platform for Interoperability)는 국내 이동통신 3사가 같은 무선 인터넷 플랫폼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각각 다른 방식의 플랫폼에 맞춰 제작해 왔던 모바일 게임 등의 국내 모바일 콘텐츠를 육성하는데 큰 역할을 해 왔다.

◆ 위피 탑재 의무 시행 후 세계 최고 모바일콘텐츠 '왕좌' 잃어

한국은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종주국으로 문자메시지, 벨소리 정도의 콘텐츠를 넘어서 방송,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위치기반서비스(LBS) 등의 모바일 콘텐츠를 2000년대 초반부터 제공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모바일 콘텐츠는 2000년대 초반부터 큰 발전을 이루면서 해외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갔고, 2003년경에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위피 탑재가 의무화되면서 외산 단말기와 콘텐츠, 포털의 한국 시장 진출은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국내 모바일 콘텐츠 시장은 별다른 경쟁체계 없이 이동통신사가 정해 놓은 플랫폼에 맞춘 콘텐츠만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에 맞춘 콘텐츠가 아닌 이동통신사가 원하는 콘텐츠를 만들어 나갔던 것. 즉 국내외 수많은 콘텐츠 제작사들과의 경쟁이 아닌 국내 이동통신 3사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소수의 제작사들간의 경쟁으로 온실 같은 국내 시장에서 귀하게(?) 보호되고 육성되어 왔다.

반면 국내 모바일 콘텐츠가 보호ㆍ육성되는 동안 수많은 해외 콘텐츠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고, 최근 1~2년 사이에 미국, 중국, 일본 등의 모바일 콘텐츠 기술력은 한국을 넘어섰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국내 모바일 콘텐츠가 정부의 좁은 시각으로 한국이란 울타리에 갇힌 채 '야성'을 잃어버리면서 왕좌 또한 내준 격이다.

해외의 경우 모바일 제조사들은 자체적인 마켓플레이스를 갖고 있어 이를 통해 전세계 전세계 소비자들의 다양한 취향과 요구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애플의 앱 스토어, 노키아의 모시(MOSH), 구글의 안드로이드 마켓, 림의 블랙베리 애플리케이션 센터가 바로 그것.

◆ 중소기업에는 글로벌 경쟁할 여력이 없다

위피 탑재 의무화가 해제되면서 이제 국내 모바일 단말기 업체는 물론이고 콘텐츠 제작사와 포털 등도 필수불가결한 글로벌 경쟁을 맞이하게 됐다. 과연 국내 모바일 콘텐츠가 세계 최강자의 자리를 되찾아 오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비자가 아닌 이동통신사에 의존해 오면서 국내 모바일 콘텐츠의 경쟁력을 잃어버린 것이 사실이다"며, "초반 출혈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한꺼번에 오픈하기 보다는 국내 기업들이 위피 기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에 대항할만한 기술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개방할 필요성이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모바일 게임의 경우 현재 해외시장에서도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 걸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자금력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의 경우는 내년 4월까지의 유예기간 동안 글로벌 경쟁에 준비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빈약한 인력구조를 가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개발준비는커녕 대응책 마련하는데 만도 부족한 시간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2009년 4월부터 위피 탑재 의무화가 해제되면서 외산 단말기와 콘텐츠의 도입이 한꺼번에 이루어 질 것이다"며, "국내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대안과 관련된 정책도 마련 중에 있으나 세부적인 사항은 밝힐 수 없고 4월 이전에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또한 "위피 탑재 의무화 정책은 국내 콘텐츠들이 각각의 휴대폰에 따라 다른 플랫폼을 사용해야만 했던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된 정책이며, 해외 단말기 제조사들의 스마트폰 등이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이를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자율에 맡기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국내 모바일 콘텐츠가 세계 강자였지만 보호와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정부 정책으로 인해 그 자리를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빼앗겨 버렸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이 더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이 같은 상황이 꼭 실(失)이 되는 것 만은 아니다.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했던 국내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들은 국내 시장에서 이를 먼저 검증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마련됐을 뿐만 아니라 다시 한번 세계 시장의 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물론 국내 소비자들이 외산 단말기와 콘텐츠에 얼마나 빨리 적응해 나갈 지가 가장 큰 변수가 되겠지만, 인기 있는 외산 IT기기가 한국 시장에서는 유독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국내 모바일 콘텐츠 제작사들에게 승산이 있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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