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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첸의 옻칠 주방가구 '여명채' 장인, 조훈상 작가를 만나다

2010-06-01

SEOUL, Korea (AVING) -- '옛것이 좋다'는 말이 있다. 현대의 편리한 기술이 없었던 시절, 생활상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선조들의 지혜는 뛰어났다. 현대의 기술과 과학은 편리하지만, 우리는 그만큼의 댓가를 치르고 있다. 환경오염을 비롯해 여러 다양한 증후군, 원인 모를 질병들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사진설명: 옻칠장인, 조훈상 작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맥이 끊어지고 있는 우리의 전통성을 찾아 현대적으로 다시 되돌리는 작업을 하는 장인이 있다. 리바트 리첸의 프리미엄 옻칠 주방가구 '여명채(黎明彩) '를 제작한, 옻칠 장인 '조훈상' 작가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잃어버린 전통성의 복귀, 옻이라는 자연 소재를 통한 친환경성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조훈상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첸에서 선보이는 여명채가 주방가구 분야에서 국내 최초인 만큼, 옻칠은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옻칠이 공예적인 요소가 많아서 손이 많이 간다. 과거엔 수공예적 산업이 주를 이루다가, 산업화와 함께 제품의 대량생산화가 이뤄지면서 타산이 안 맞는 것은 자연스레 멀리하게 됐다. 이런 상황을 거치며 점차 쇠퇴했기 때문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전통성의 명목을 그나마 유지한 것이 '나전칠기'다. 지금도 윗 세대의 어른들은 고이 간직한 나전칠기장을 아낀다.


▽옻칠의 장점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중국지역에서는 7000년전의 옻칠 식기가 그대로 발견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것들이 종종 발견되고, 과거 당시 열매들이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한다. 방습과 방염, 방충 등에 강하기 때문에 음식을 담아도 변하지 않는다. 옻칠한 가구 안에 은기를 넣으면 은의 색도 바래지 않는다.

게다가 옻칠은 미생물과 곰팡이의 생성과 발생을 억제시켜 주기 때문에 가구 증후군과 관련되는 아토피나 비염 증세를 완화해주기도 한다. 다양한 부분에서 장점이 많다. 특히, 리바트 리첸에서 사용한 자작나무 바디도 내구성과 내습성이 좋아 옻칠과 궁합이 맞다고 볼 수 있다.


▽옻칠 장인으로 몸담기까지의 히스토리를 듣고 싶다

대부분 수입 가구를 많이 쓰고, 만드는 사람도 잘 만든다. 제품이 좋다. 수입제품은 디자인도, 역사도 오래됐다. 우리는 그것을 쫒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통과 한국의 감성을 최대한 살려 현대적으로 접목하는 일이다.

여전히 우리는 귀한 자리에서 한복을 입는 경우가 많다. 즉, 아직도 우리에겐 전통이 차지하는 부분과 비중이 분명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문제는 한국의 전통성이 유난히 강하다는 점이다. 현대와 전통이 적절히 어우러진 것이 없다. 이것이 문제다. 해외에 전통성을 알리는 일도 좋지만, 너무 옛것만을 드러내는 것은 오히려 우리 스스로가 전통을 일상이 아닌 특별한 것으로만 받아들이게 한다.

그래서 나는 전통을 직접 배워보고자 했다. 무형문화재 분들을 만날 방법을 찾다가, 문화재보호재단의 과정을 통해 교육을 받게 됐다. 그 과정 속에서도 전통을 찾는 사람들은 전통을, 현대를 찾는 사람들은 현대적인 것만을 제작하고 있었다. 여전히 '한국적인 것'은 '조선적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하는 일은 해외에 우리의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이전에 일상과 현대에서도 만날 수 있는 전통성이 필요하다는 의식에서 시작한 일이다.


▽사실 전통가구라고 한다면 '엔틱'이 주를 이루고, 엔틱이라면 '프렌치풍'이 대부분이다. 국내의 전통성이 현대적으로 자라지 못한 이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구는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발전해 갖추어 온 것이 없다. 중간에 끊어진 동시에 서구의 방식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산업화와 함께 간편하고 값싸게 가구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옻을 대체할 수 있는 '니스'가 등장한 것도 한 원인이다. 작업과정이 까다롭고 어려운 옻을 니스가 간편하게 해결해줬다. 니스 말고도 옻칠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화학물질이 많다. 서구적인 가치관, 자본주의 방식이 자리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다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제력이 성장하는 동시에 환경과 건강에 대해 눈을 돌리게 됐다고 생각한다. 여명채를 제작한 것도 그 작업의 연장선이다.


▽옻칠 도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게 되나?

칠을 하기 전의 원자재를 '백골'이라고 표현하는데, 이걸 사포로 다듬어 준다. 그 후 옻나무의 추출액에서 불순물을 제거한 상태인 '생칠'을 한다. 여기에 소나무에서 추출한 휘발유 같은 액체인 '희석제'를 섞어 원자재에 바탕칠을 한다.

그 다음 사포로 샌딩작업을 하고, 흙과 생칠과 물을 1:1:1 비율로 섞은 '토해'를 그 위에 바른다. 토해가 마르는데는 온도 25~27도, 습도 70%의 후덥지근한 환경이 적당하다. 건조공간이 따로 필요한 작업이다. 건조한 후에는 다시 사포질을 한다. 처음엔 거친 사포를 사용해 다듬지만, 갈 수록 점점 부드러운 사포로 다듬고 다시 칠하는 과정을 반복한다. 여기에 생칠의 수분이 날아간 엑기스 상태인 '정제칠'을 반복한 후, 하이그로시 작업으로 마무리한다. 여명채의 도어 9개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20일 정도라고 보면 된다.


▽여명채란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나?

여명은 새벽, 희미하게 빛이 밝아오는 때를 말한다. 옻빛을 이야기 할 때 칠흑 같은 밤에 비유하곤 한다. 검붉은 새벽을 옻칠을 통해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름이다.

(사진설명: 깊이 있으면서 우아한 품격을 자랑하는 옻칠 도어. 장인의 솜씨가 묻어난다)

▽앞으로의 방향이나 소망이라면?

언제나 경제와 문화는 항상 연결돼 있었다. 경제적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대량 생산품보다는 나만의 것을 찾게 됐다. 앞으로는 작가의 정신이 담긴 것이나 희소성이 있는 작품적 상품이 늘어나고 주목 받을 것이다. 리첸의 여명채도 그러한 정신의 하나라고 봐주길 바란다. 나는 이러한 역사 속에서 이어져오고 살아남은 전통성을 현대 속에서 계승시키고 발전시키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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