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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뉴스

김진선 '향수 - 산을보다' 展

2012-05-18




태초부터 인간은 자연의 영향력 아래에서 적응하며 생활해왔다.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자연의 위대한 힘은 우리처럼 자연계에도 의식을 가진 영혼이 있다는 믿음이 되어 마음의 안식을 찾는 신앙이 되기도 하였다. 인간은 자연의 섭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작은 우주이면서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자연을 따르고자 하는 본능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작가는 유년시절의 작은 소년이 보았던 거대한 산의 편안한 느낌을 잊지 못한다. 그곳은 시간의 흐름을 빗겨 자신의 수많은 추억과 생각을 품고 있는 마음의 고향과 같다. 작가는 산을 형상화하여 인간 내면의 원초적인 자연에 대한 기억을 이끌어내고 공감하고자 한다.

작가는 연필로 선을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무의식 속에 잊혀져버린 산의 형상을 다시 의식 속으로 불러온다. 연필은 작가의 심리를 직접적으로 대변하는 매개체가 되어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흑연이 가지는 따뜻한 감성과 소박한 질감은 자연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데 적합한 재료가 된다. 부드럽고도 힘 있는 선들의 움직임은 산이 내쉬는 숨결의 일렁임이 되어 숲 사이사이로 퍼져나간다. 기법적인 기교보다는 신념 있게 반복되는 가느다란 선들의 쌓임을 통해 마음 속 산의 형상을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에서 보여지는 원경과 근경의 극적인 대비에 의한 공간감과 선이 쌓여감에 따른 시간의 흐름은 상호관계를 이루며 자연의 보다 높은 궁극적인 실체를 드러낸다. 또한 단조로운 푸르름의 색채는 선이 만들어내는 일정한 방향성을 부각시키고 캔버스의 표면을 따라 감상자의 시각을 이동하게 함으로써 자연의 무한함 속에 빠져들게 한다. 작품 전반에 녹아든 선의 밀도는 산의 육중한 깊이를 더해 우리를 한없이 작게 느껴지게 하는데 그 안에는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자연의 넓고도 넓은 품이 담겨있다.

김진선은 갈수록 삭막해지는 현대인의 내면 속에 숨겨진 자연의 세계를 감성적으로 이끌어내고자한다. 작가가 풀고자하는 인간과 자연에 관계에 대한 끈질긴 물음의 끝에는 산에서 대부분을 보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었다. 그 당시 너무나도 거대하게 느껴졌던 산에 대한 기억들은 반복된 선들을 통해 어렴풋이 형상화된다. 이번 전시는 작가만의 추억에 국한된 향수가 아니라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자연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전시 장소: 갤러리 도스(Gallery DOS)
전시 기간: 2012. 5. 23(수) ~ 5. 29(화) 7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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