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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뉴스

삼저주의

2012-07-18



지음 구마 겐고 , 미우라 아쓰시 옮김 이정환 감수 임태희 출판사 안그라픽스 정가 18,000원


크고 높고 빠른 삼고(三高)에서 작고 낮고 느린 삼저(三低)로

디플레이션, 정권 교체, 흔들리는 합리주의……. 모든 것이 불안한 지금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건축가 구마 겐고와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가 제안하는 삼저. 삼저의 눈으로 미래의 건축과 도시, 주택, 사회가 갖추어야 할 모습을 바라본다.


세계적 건축가 구마 겐고와 인기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의 만남


『자연스러운 건축』 『약한 건축』 등으로 삼저를 실천해 온 건축가 구마 겐고와 일본에서만 80만부가 팔린 『하류사회』의 저자인 사회학자 미우라 아쓰시. 이들의 만남은 미우라 아쓰시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미우라 아쓰시는 최근 일본에서 인기 있는 남성이 키가 크고, 연봉이 높고, 고학력자인 사람이 아니라 수입이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삼저적인’ 사람이라는 조사 결과에서 ‘삼저’라는 콘셉트를 떠올렸다. 막연했던 생각은 오늘날의 도시와 건축을 ‘삼저’와 관련지어 바라보는 작업으로 구체화되었고 미우라 아쓰시는 그 동업자로 구마 겐고를 떠올렸다. 일찍이 지역에 기반한 건축물과 『자연스러운 건축』 『약한 건축』에서 삼저를 실천해 온 그였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의 작업은 과거를 되짚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근대의 도시와 건축은 많은 부분에서 삼고적이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도 삼저의 움직임은 있었다. 삼저에 대한 호기심은 단게 겐조, 마키 쿠미히코, 안도 다다오 등을 거쳐 고트프리트 젬퍼,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크리스토퍼 알렉산더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풀리고 나아가 오늘날의 삼저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한다.


리노베이션과 재사용, 중고품 이용
오늘날 삼저를 실천하는 방법

이들은 건물을 새로 짓는 ‘신축 시대’는 이미 끝났다고 예고한다. 그리고 그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방법으로 ‘리노베이션’과 ‘재사용’을 권한다. 미우라 아쓰시는 발품을 팔아 발견한 고택의 내부를 필요한 부분만 리노베이션해서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리노베이션 과정에서도 새것을 사용하기보다는 대부분 ‘질 좋은’ 중고품을 동원했다. 리노베이션의 좋은 점으로 미우라 아쓰시는 저렴한 집세와 고택의 고풍스러움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또한 집세를 받기 위해 날림으로 새로 지은 건물보다 조금 오래되긴 했지만 예전에 지어진 건물이 훨씬 튼튼하다고 말한다. 그는 앞으로는 이러한 고택이 많은 사회로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사용’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이들은 대학들이 교외로 이전하는 현상을 주목한다. 이는 교육의 비즈니스화 때문이며 대학 교육은 도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교육은 사람들이 뒤섞여 활기가 넘치는 환경에서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외로 이전한 한 대학의 건축과 교수는 환경이 바뀌자 학생들이 그림 실력이 줄었다고 한다. 이에 대한 이들의 제안은 통쾌하다. 대학에 건물 따위는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문 닫은 야채가게에서도 교육은 이루어질 수 있다. “야채가게 위에서 농학부 수업을 한다거나 혼자 남은 야채가게 할아버지와 학생이 함께 생활한다거나. 그렇게 하면 야채와 노인이 익숙해지면서 농업을 공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뉴타운 계획 전면 재검토, 지역마다 활발한 D.I.Y. 모임
한국에서도 시작된 삼고에 대한 반성

삼고에 대한 반성은 한국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그동안의 뉴타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집은 많아지지만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집을 갖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거권을 인권 차원에서 다루며 무분별하게 진행된 도시 재개발을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겠다는 뜻이다. 한편 지역에서는 사용자 스스로 자기가 사용할 물건을 만드는 D.I.Y. 모임이 유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역 목공방으로 사람들은 직접 톱을 들고 나무를 썰어 탁자와 의자를 만든다. 직접 디자인까지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 하나의 삼저
북디자이너 정병규의 디자인

원서의 표지는 구마 겐고의 손 글씨로 장식되어 있다. 미우라 아쓰시는 출간 과정에서 편집자에게 책의 표지에서도 삼저의 느낌이 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구마 겐고의 글씨는 그가 바라던 느낌 그대로였다. 한국어판에서는 구마 겐고가 쓴 글씨의 느낌을 한글로 살렸다. 원서의 디자인을 시각적으로 번역한 셈이다. 그 작업은 북디자이너 정병규가 맡았다. 정병규는 마스킹 테이프를 이용해 삼저의 느낌, 즉 검박함, 꾸밈없음 등을 표현했다. 또한 그는 본문 글꼴 하나하나부터 그 위치까지 세심하게 살폈다. 그 결과 날렵하고 경쾌한 느낌의 원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삼저’가 완성되었다. 내용과 더불어 책의 꼴에서도 독자들은 ‘삼저주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50대 두 남자의 수다스런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한다. 이제 우리는 ‘생산성’에 집착하지 않음으로 세상을 구원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낮은 곳에서부터 건축이 생겨야 한다는 것을 예감하는 건축학도나 낡은 집을 고쳐 살고 싶은 ‘심플족’에게 이 책은 소소한 재미와 상당한 용기를 불어넣어 줄 것이다.
―조한혜정(문화인류학자,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팽창하는 도시, 새집에만 익숙한 우리들에게 이제 일본처럼 몰락하는 도시와 빈집의 풍경을 받아들일 때가 오고 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일본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국에 곧 다가올 전주곡, 아니 이미 다가온 현실이다. 건설 신화의 쇠퇴를 감지한 현명한 독자 모두에게 일독을 권한다.
―김성홍(건축가,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나는 이 책을 통해 건축이나 디자인이 삶을 유리시키고 이 일을 하는 사람과 대중을 격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가장 지혜롭고 현명한 선택이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다시 한번 각오와 확신을 거듭했다. 이 책은 우리들이 기억해야 하는 것은 지금이라고 하는 접점의 중요성임을 생각하게 해 준다.”
―임태희(디자이너, 건국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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