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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아날로그적 감성이 숨쉬는 아트북 축제_런던 북페어

2003-12-17



전시기간 : 2003년 11월 28일~30일
전시장소 : 런던 ICA홀
전시규모 : 유럽과 아시아에서 참여한 작가들로 총 100여개의 부스로 구성

프랑크프루트 북 페어와 함께 세계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런던 아티스트 북 페어가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했다. 그 동안 미국이나 유럽에서의 북아트는 형식과 내용면에서 놀라울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거두었는데 그 중 가장 주목할만한 점은 다양한 북 아트 교육과정이 마련되어 점차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 출판사와 관련 비영리 단체들, 전문 갤러리와 교육센터 등에서 주관하는 탄탄한 북아트 교육과정이 신설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문 북아티스트는 물론 어린이들에게까지 북아트는 미술 교육으로서 자리잡고, 대중화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편, 런던 북페어는 비록 프랑크푸르트 북 페어 전시장처럼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내실 있게 진행되어 왔으며, 전세계 북 아트스트와 북 컬렉터들을 영국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영국에는 런던 아티스트 북 페어와 요크셔의 할리팍스 아티스트 북 페어가 있다. 매해 열리는 이러한 아티스트 북 페어는 북 아트스트들에게는 만남의 장소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직 우리나라나 일본 등 아시아에서는 개최된 바가 없는 북 페어가 영국에서는 두 곳이나 된다니 참으로 부럽고, 다른 유럽 국가들과 근접한 위치적인 배경이 또한 세계적인 북 페어를 이끄는 데 하나의 밑거름으로 자리 잡지 않았나 싶다.

이번 페어가 열린 ICA(컨템퍼러리 아트 홀)는 영국의 영화협회인데, 매년 수많은 외국 영화를 상영하고 영화제가 열리는 곳으로 시내 중심가인 버킹 햄 궁전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페어가 열리는 전시장 앞으로 펼쳐진 가로수와 아름답게 가꾸어진 나무들은 사이를 누구라도 한번쯤은 거닐어보고 싶은 곳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서울에 비하면 런던의 모습은 상당히 느려 보인다. 하지만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고 탄탄한 기반 아래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올해 북 페어 전시의 트렌드는'복고주의' 였다.

30년에 한 번씩 순환한다는 패션의 복고주의와 같이 올해 런던 북 페어에서도 1960,70년대 북아트 작가인 에드가 루스차나 요셉보이스의 초기작들을 보는 듯한 작품들이 대거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리고 제록스 복사기나 흑백 인쇄의 대량 생산을 통해 프린트 된 작업들도 눈에 띄었다. 복제 예술과 또한 컴퓨터의 발달과 보급으로 이제 북 아트도 많이 그 수순을 밟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 순수 독창적인 판화와 페인팅 작업만으로 이루어진 예술가의 책들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한 독일 작가의 경우, 400~500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의 책이 첫날 오픈하기도 전에 다섯 권이나 팔렸다. 물론 작품의 가격은 5파운드(1만원)부터 2500파운드(520만원) 까지 천차만별이다. 그 중에서 나도 내심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었는데 다른 부스를 돌고 온 사이 이미 "sold"(팔렸음) 이라는 문구가 걸려 있었다. 역시 좋은 작품은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작품의 평가는 순수하게 관람객들의 몫이다.
북페어 행사에 참가한 어느 누구도 자신의 약력을 붙여 놓거나 시상 경력 등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작품으로만 순수하게 평가 받는다는 인식이 이미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많이 사람들의 발길이 멈춰지는 곳은 손 맛과 정성이 배어있는 수작업 작품들일 것이다. 새로운 시대에는 종이책은 소멸될 것이라고 누가 장담했었던가? 오히려, 종이의 물성을 살리고 활자와 이미지를 조화롭게 결합시켜 아날로그적인 장점을 살린 책이 필요하다. 수작업으로 이루어진 아날로그의 감성과 교감은 아무리 디지털이 지배하는 시대라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역시 아날로그적인 존재이기에...


개인적으로 올해 런던 북페어 행사에 참여하면서 남다른 의의를 느낀다면 북아트 그룹인 '북 프레스' 수료생과 명지대학교 학생 등 다양한 인원이 참했다는 점이다.

'북 프레스(Bookpress)'는 책을 압착하는 수동기계를 의미하는 말로, 북 아트 작품 제작 시 최종 마무리 단계에서 사용한다. 마무리와 완성도 있는 프로페셔널한 작가들의 모임이라는 의미를 갖고 1998년 처음으로 만들어졌다. 이 북아트 그룹은 20대에서 40대까지의 북 아트를 사랑하고 배우는 모임으로 정규 5개월 과정을 이수한 수료생들이다. 매월 갖는 정기 모임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한 발 더 나아가 북 아트스트로서의 밑거름을 닦는 발판을 제공한다. 아직 우리나라의 여건상 전문 북 아티스트들은 없지만, 디자이너, 교직에 있는 혹은 대학원생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자신의 본업에 충실하며, 책을 만드는 버거운 두 가지 일을 하지만 모두들 책 만드는 것을 사랑하고 즐겁게 모여 이야기 하며 서로의 공통 분모를 가진다.


이미 북 아트의 개념이 널리 보급된 서구와 달리, 후발주자로서 한국에서의 북아트는 몇 년 전부터 놀라울 만큼 발전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북 아트 강좌를 통해, 혹은 문화센터나 아카데미에서 북 아트는 점차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올해 12월에 열리는 문화관광부 주최의 세계 북아트전에서는 또 한번 한국의 북아트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김나래 ( www.bookarts.pe.kr)

The London Institute at camberwell college of arts (M.A - Book Arts course 졸업)
London college of printing - 18세기 가죽 제본장정(BETC 디플로마)
The London institute 도서관, 옥스퍼드대 도서관, The tate 갤러리,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북아트 컬렉션), 컬럼비아대(Book & paper 센터) 등에 작품소장
Artists book year Book 1998-1999 (maggi 출판사-런던) 출간
북아트 아름다운 책 만들기 (임프레스 출판사, 2003) 출간

현재 북 프레스(Book press) 운영
명지대 산업디자인과 객원교수, 인하대학교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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