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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패션사진의 발칙한 상상! B컷으로 말한다.

2004-11-10

+ 전시명: 패션사진 B-b컷으로 보다
+ 일시: 2004년 10월 23일 - 2005년 1월 16일 (매주 월요일 휴관)
+ 장소: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림미술관 2, 3층 전시실
+ 문의: (02)720-0667, http://www.daelimmuseum.org

잡지, 화보, 광고를 통해 접하는 패션사진에는 ‘선택과 배제’라는 공식이 숨어있다.
무수히 많은 사진들 중에서 최고의 컷이라고 할 수 있는 A컷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버려지거나 선택의 과정에서 누락돼 작업실 한 켠에 방치된다. 기술적 이유에서든, 상업성이 떨어져서든 선택 받지 못한 사진들을 우리는 ‘B컷’이라고 부른다.
10월 13일부터 내년 1월 16일까지 대림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상업적인 이해관계의 논리에 벗어난 B컷을 모아 사진전을 갖는다.
현재 활발히 활동중인 패션사진작가 김동율, 김상곤, 김우영, 김현성, 박경일, 변순철, 양현모, 한홍일 8명의 B컷 작품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작품성이나 사진작가의 능력과는 별도로 하마터면 쓰레기가 될 뻔한 우수한 작품들을 한곳에서 모았다. 자유롭고 실험적인 작가들의 도발적인 작품이 있는 ‘패션사진 B-b컷으로 보다’전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이번 전시에서 살펴볼 수 있는 B컷 사진들은 전체적으로 A컷의 패션사진과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상이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었다.
작가의 개인적인 스타일과 개성을 담고 있으나 현실적인 요인에 의해 선택되지 못한 사진들도 있고, 실험적인 완성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패션사진에 대한 인식 때문에 배제된 사진들도 있다.
또한, 작가의 주관적인 시선을 통해 포착된 사진들, 패션 혹은 상품이 분명하게 부각되지 않고 모호함과 애매성을 강조한 개인적 스타일의 작업들과 전통적인 패션사진의 어법과 매우 상이한 사진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의 내용이 될 B컷 사진들은 각각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최종적인 이미지로 선택 받지 않은 사진들이 될 것이지만 기술적인 완성도 때문에 선별되지 않은 사진들은 제외하기로 했다.
이 전시가 단지 완성도가 떨어진 사진전을 의도하고 있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이외의 이유 예컨대 특별한 외부적 요인들에 의해서 내적인 완성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정되거나 발표되지 않은 사진들을 통해, 패션사진의 더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훨씬 더 자유로운 작가의 스타일이 뭍어나오는 사진들, 좀처럼 보기 힘든 패션사진의 다양한 느낌들을 전하고 그 무대 전후의 전경을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사진들을 통해 관람객들이 일상적으로 대하던 패션 사진이 아닌 좀더 다른 패션사진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전시를 통해 좀더 많은 일반인들에게 패션 사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한 다양한 피드백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작가들이 개인적으로 애착을 느끼고 있는, 현장의 느낌을 담고 있는 B컷 사진들이다.
촬영지에서 개인적으로 찍은 사진들, 세트장의 소품을 오브제화시켜 카메라에 담은 사진들, 촬영 중간중간의 모델의 모습을 자유롭게 담은 사진들이 이에 해당된다.
카메라의 시선이 향하는 곳은 반드시 일과 연관된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사진들은 작가들의 개인적인 느낌과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느끼게 한다.

최근에는 고성능의 디지털 카메라로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작품 선별을 위해 예비적으로 찍는 폴라로이드를 촬영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의 패션사진가들은 사진의 느낌과 상태를 미리 확인하기 위해 최종 인화에 앞서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는다. 이들 폴라로이드 이미지들은 그 자체가 B컷 사진인 동시에, 현장의 다양한 느낌과 에피소드, 패션사진계의 모습을 전하는 이미지들이기도 하다.

카메라가 갖고 있는 기계적인 메커니즘의 특성상 의도하지 않은 결과들이 초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플래시가 터지지 않았거나 노출과 앵글이 안 맞았는데도 불구하고 독특한 분위기의 효과를 전하는 B컷 사진들이 그 경우이다. 이 의도하지 않은 우연한 효과로 인해, 더욱 눈길을 끄는 색다른 느낌의 B컷 사진들이다.

일반적으로 패션사진이 예술사진과 가장 구별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모호하고 애매한 이미지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품의 부각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에, 패션사진의 경우에는 이미지 자체가 직접적이고 감각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애매하고 모호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이미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패션사진의 경우 감각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섹슈얼리티를 주요 코드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까다로운 검열의 문제로, 직접적인 노출이나 섹슈얼한 효과보다는 애매하고 간접적인 섹슈얼리티를 매개로 하는 경유가 대부분이다. 이런 이유로 오버섹슈얼리티, 곧 직접적인 섹슈얼리티의 부각으로 인해 B컷 사진이 되는 경우가 빈번한 편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모델의 노골적인 포즈나 신체의 직접 노출 등의 이유로 인해 B컷이 된 사진들을 확인해 볼 수 있다.

B컷 사진들은 전반적으로 무언가 어색한 패션사진, 이상하고 색다른 느낌을 주는 패션 사진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모델의 낯선 시선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김상곤씨의 경우 모델의 얼굴만을 클로즈업한 컷들을 보여주는데 사실 이러한 클로즈업 컷들은 모두 B컷 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패션이 부각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각의 컷들은 패션모델의 다양하고 색다른 느낌, 시선을 전해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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