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05
+ 전시명: 갖고 싶은 의자展
+ 일시: 2004년 12월 18일 - 2005년 1월 16일
+ 장소: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1,2 전시실
+ 문의: (02)580-1537, http://www.designgallery.or.kr
의자는 사람이 앉기 위해 개발된 도구로써 우리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접할 수 있는 가구이다.
등받이, 좌석 및 그것을 받쳐주는 다리로 이루어져 있고, 각 시대와 생활양식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의 의자가 만들어졌다. 따라서 의자는 사람들이 그 시대에 어떤 관심들을 가지고 있었고, 그 당시 생산 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이 어떠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는 2004년 12월 18일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앉는 수단이자 미적 표현 매체인 의자를 테마로 ‘갖고 싶은 의자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를 통해 시대와 상황별로 사용 되었던 의자들과, 실제로 의자가 사용되는 환경을 살펴봄으로써 자연스러우면서도 실용적인 의자들의 매력에 빠져보자.
취재 | 권영선 기자 (happy@yoondesign.co.kr)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진보됨에 따라 디자인은 새롭게 변화 되어 간다.
이번에 ‘한가람 미술관’에 소개되는 의자 대부분은 유명 디자이너의 손을 거쳐 대량생산 된 19세기 말부터 근래에 이르는 제품들이다.
‘시대의 아이콘’이란 테마답게 그 동안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의자들이 연대별로 소개되어 볼거리가 다채롭다.
1830-1860에 토넷(Thonet) 형제가 벤트 우드(Bent wood) 가공 방식을 적용한 No.14 의자를 시작으로 게리트 리트벨트, 마르셀 브로이어, 얀 야콥스등의 디자이너가 만든 의자들을 설명과 함께 살펴 볼 수 있다.
의자는 개인이 쓸 수 있는 물건인 동시에 항상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일상의 작은 소품이다.
작지도 크지도 않은 크기는 인체 비례와 비슷하게 적당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형태가 구조를 이루고 있는 만큼 디자인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이런 이유에서 많은 디자이너들은 그들만의 의자를 소유하거나 디자인하기를 원한다.
실제로 유명 디자이너들은 그 사람 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자신만의 의자를 가지고 있고,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필자는 60여 점에 이르는 유명 디자이너들이 디자인한 아름다운 의자들을 볼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
이번 테마장을 감상하기 전에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의자에 대한 고정관념들을 멀리 던져버리자.
어쩌면 이런 고정관념들이 현재에 있는 의자 디자인을 정형화 시켰는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이곳에서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는 의자의 모습을 실험적으로 변형하고 있었다.
기존의 의자 형태를 변화 시키기도 하고, 의자 위에 옷을 덧씌워 새로운 기능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선보인 새로운 의자들은 의자가 갖는 본질적인 속성에 대한 새로운 재해석의 여지를 열어주고 있다.
실제 우리 생활의 의자는 위의 제 1부와 2부에서처럼 혁신적이거나 유명한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의 의자들은 우리네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조명해 주고 있었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조지은, 이요섭, 임재형)의 사진은 옛 향수를 가득 불러 일으키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너무도 현실적인 일상의 사진들은 의자를 낯설게 느껴지게까지 한다.
이 곳의 의자들은 우리의 허리를 편안히 보호하는 등의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적 배려는 없다.
다만,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필요에 의해 수정되고 변형되어진 우리들의 일상이 투영되어 있을 뿐이다.
이번 전시는 총 3가지 테마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대를 대변하는 의자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제1부 시대의 아이콘’과 의자의 실험적인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제 2부 실험적인 의자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 일상의 의자들을 살펴 볼 수 있는 ‘제 3부 현실의 의자들’로 꾸몄다.
이는 우리가 가장 가까이 접해 있는 가구지만,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의자의 역사적 배경과 관련자료를 살펴 봄으로써 의자가 가진 가치를 되돌아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자들이 눈에 많이 띄는데, 한자리에 모으는데 힘든 점은 없었는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열린다고 했던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개인 소장가 두 분의 도움으로 이곳에 전시되어 있는 고가의 유명 의자들을 모셔올 수 있었다. 실제로 전시장의 절반 정도의 의자들이 그 분들의 소장품들이다.
나머지는 현재 우리나에 수입하고 있는 국내 수입업체들의 협찬을 받아 진행을 했고, 기타 다른 것들은 외국에서 힘겹게 빌려왔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유명 의자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다.
전시장에 가져오기 가장 힘들었던 의자를 하나만 꼽는다면?
마르셀 부어의 긴 라운드 체어를 가져오는 것이 가장 힘이 들었다.
이 의자는 일반 강철 파이프를 사용한 의자들과 달리 알루미늄판을 가공한 보기 드문 사례로, 대량생산 되는 것도 아니고 고가이기도 해서 일본에서 빌려주길 꺼려했던 의자이다.
모셔오기 힘든 만큼 보관 또한 각별히 신경 써야 하는 의자 중의 하나이다.
이번 전시의 준비기간이 궁금하다.
실제 준비 기간은 약 3개월로 그렇게 길지 않다.
하지만, 준비기간이 짧았다고 이번 전시가 부족하거나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의자 디자인을 직접 했었던 김상규 큐레이터의 도움으로 일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고, 예전부터 의자전을 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갖고 싶은 의자전’를 진행하면서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물을 화두로 현재의 디자인 문화를 살펴보는 시리즈 전시를 기획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었다.
일상생활 디자인 기획전의 그 두 번째 테마가 궁금하다.
테이블 웨어를 생각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진 않았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에 유명했던 집기와 식기들을 모두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획전을 생각하고 있다.
아직까지 이번 ‘갖고 싶은 의자전’에 가지 못한 정글 회원들을 위해 한마디 해달라.
의자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정보가 숨어있다.
그 시대의 기술적 조건과 사회적 통념, 디자이너의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그 어떤 물건이라도 의자만큼 그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소품이 드물다고 생각한다.
이번 ‘갖고 싶은 의자전’은 일생생활 디자인 기획전의 화려한 막의 시작으로 한가람 미술관에서 야심만만하게 준비한 것이다.
가까운 친구나 연인과 함께 가보는 것은 어떨까?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숨결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의자의 색다른 모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