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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인터뷰

미스터 그레이를 아세요? 

2018-08-16

눌러쓴 모자와 멋스럽게 수염을 기른 미스터 그레이가 반겨 주는 카페 ‘커피 앤 페이퍼’.

이곳에서 손님들은 삶의 힘듦을 토로하기도 하고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들의 대화를 듣다 보면 왠지 모를 뭉클함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미스터 그레이가 내려주는 향긋한 커피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이곳은 현실이 아닌 문제이 작가의 책 <머무르는 말들>에 등장하는 가상의 공간이다.

 

지인들과 나눈 실제 대화를 작가 특유의 감성적인 그림과 함께 묶어낸 이 책은 사소하지만 어쩌면 큰 울림으로 가슴 속에 머물다간 말들에 대한 기록이다.

 

힘든 하루, 위로 같은 그림을 그리는 문제이 작가를 만나보았다. 

 

words that stay©moonj

 

작가님, 안녕하세요. 정글 독자들에게 인사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그림 그리는 문제이입니다. 제 안에 머무르는 것들, 제가 느낀 감정들을 남기고 싶어 그림 그리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주 오랜 기억에서조차 그림을 그리고 있어서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어요. 
현재는 남기고 싶은 것들이 많아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님 그림엔 강렬한 색이 없어서 보고 있으면 편안한 기분이 들어요. 거의 색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채우는 것보다는 비우는 작업을 좋아해요. 최소한의 선과 색으로 ‘어디까지 생략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습합니다. 

 

가득 채워진 캔버스보다 과감히 비워진 여백을 의도하며, 담담하게 힘을 뺀 색과 선으로 표현해냈을 때 특히 기쁘거든요. 
주로 라인 드로잉이나 무채색의 그림을 많이 보신 것도 그 이유입니다. 

 

alone time©moonj


<머무르는 말들> 책에는 ‘커피 앤 페이퍼’라는 가상의 공간이 등장해요. 카페라는 가상의 공간을 등장시킨 이유가 있을까요?
<머무르는 말들>은 저와 지인들이 주고받은 실제 대화를 기록한 책입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있지만, 저에게만 들려준 가슴 속 깊은 말과 무거운 삶의 고백도 있지요. 

 

책 속의 대화에서 제 주변 인물들을 떠올리지 않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가상의 카페가 배경인 ‘허구적인 이야기’로 보이기를 바랐고, 이와 동시에 글을 보조하는 삽화개념이 아니라 그림 속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나 궁금하도록 전개하고 싶었습니다. 

 

미스터 그레이는 어떻게 구상되고 캐릭터화되었는지 궁금해요.
그레이씨(mr. grey)는 제 그림의 ‘화자’로 이야기를 통일감 있게 전해주는 주인공입니다. 그릴 때 얼굴에 재료의 질감이 풍성하게 나타나는 게 좋아 그리기 시작했어요. 


또 아무래도 수염 있는 남자가 한국에는 많이 없어서인지 그림을 보고 특정 주변 인물을 떠올리지 않는 점이 좋았어요. 


저의 책 <머무르는 말들>에서도 그가 주인공인데 그에 대하여 더 많이 상상하고 구체화했어요.

 

living the moment©moonj
 
<머무르는 말들>의 장면 장면이 마치 실제 본 듯 리얼리티가 느껴져요. 그림의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요?
주로 사람들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바다에 가서 그림을 그린다면 바다보다 그곳에 있는 사람을 그리는 걸 좋아해요 


여행에 가서 그리는 것도 좋아합니다. 여행지에서 보는 장면들은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눈이 예민해지는 것 같아요.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웰시코기는 작가님 반려견인가요?
아니요! ‘베이지’는 그레이씨와 함께 사는 반려견이에요.

 

길을 걷다 우연히 작가님의 작업실을 봤어요. 작업실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이 작업실에 온 지는 반년 정도 됐어요. 1층에 자리해서 카페나 가게인 줄 알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많지만, 사적인 공간입니다. 

 

작업 외에도 좋아하는 초를 켜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처음으로 큰 식물도 키워보고, 여기서 즐겁게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서점 오키로북스와의 콜라보레이션


<머무르는 말들>은 독립출판물이에요. 독립 출판을 해보니 장점이 무엇이든 가요?
오롯이 제 취향과 의도대로 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겠지요. 책을 통하여 많은 분과 연결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주로 어떤 작업 도구를 쓰세요?
캔버스에는 주로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는데, 지금은 온통 검은색과 흰색 물감이네요. 
특별히 다가오는 장면을 바로 그리고 싶어 가벼운 도구들을 항상 가지고 다녀요. 특별한 재료는 아니고 무지 노트와 검정 펜 그리고 연필 같은 것들이에요. 디지털 작업도 자주 합니다. 

 

얼마 전에 전시회도 하셨죠?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요?
한 분 한 분 모두 기억하기는 어려워요. 하지만, 용기 내어 말 걸어 주시고 대화를 나눈 분들은 모두 기억에 남아요.

 

오브젝트 전시


미스터 그레이를 또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앞으로 작가님의 계획이 궁금해요.
가을에 열릴 전시를 준비하며 바쁘게 보내고 있어요. 오랜만에 여름 여행도 갈 예정이고요. 

 

마지막으로 정글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인터뷰를 계기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리며 좋은 작업 많이 선보이겠습니다.

 

에디터_ 김영철(yckim@jungle.co.kr)
사진제공_ 문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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