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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스토리×디자인] 2019년 인류는 다시 한 번 자연의 아늑한 품속과 보살핌을 갈구한다!

2018-12-28

팬톤 ‘올해의 색 - 리빙 코랄(Living Coral) 16-1546’이 제안하는 2019년을 위한 색

 

요전 12월 6일 국제 디자인계를 위해 색상 표준과 디지털 색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팬톤(PANTONE®)이 ‘2019년 올해의 색(Pantone Color of the Year 2019)’으로 팬톤 색상번호 16-1546 리빙 코랄(Living Coral), 즉 살아있는 산호색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낙관’과 ‘보살핌’을 표현하는 색상인 만큼, 팬톤은 일 년 내내 따뜻한 태양과 푸른 바다가 있는 도시 마이애미의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 미술페어장에서 2019년 올해의 색을 발표했다.

 


변화하는 자연, 디지털화·기계화가 심화되어가는 일상, 경제적·환경적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지금, 현대인은 다시금 대자연의 포용, 따뜻한 포용, 관계와 공동체간의 친밀함에 굶주려 있다. 이같은 시대정신을 반영하여 팬톤 색체연구소는 오는 2019년 올해의 색으로 ‘리빙 코랄(16-1546)’을 선정해 발표했다. Courtesy: Pantone.

 

 

팬톤은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소셜 미디어가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더 맹격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현대인은 과거 그 언제보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감과 정감을 더 깊이 갈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 같은 사회적 트렌드를 반영해 친근하고 따뜻하며 활기찬 ‘리빙 코랄’을 2019년 올해의 색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바닷속 바닥에 군집을 이루며 서식하는 살아있는 산호(living coral)는 물살에 따라 부드럽고 유연하게 흐느적거리는 연체 생물체로 분홍과 오렌지를 배합한 것처럼 투명한 듯 선명하고 발랄, 경쾌한 빛깔을 발한다. 산호는 바닷속 민감한 생태계 균형이 유지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오염되지 않은 청정하고 신비로운 바다 생명의 증명이자 상징이다.

 

웹 디자인을 위한 ‘리빙 코랄 16-1546’ 색상 제안. 팬톤 PMS 컬러가디드에는 색상에 대한 역사와 배경 스토리도 설명해 주어 디자이너에게 스토리텔링 구성을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Courtesy: Pantone.

 

 

아름답기로 유명한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가 백화현상을 겪는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산호의 백화현상은 환경오염과 수온상승에 따른 영양부족 증상으로 과학자들이 치료 실험에 돌입했다. 바다는 육지와 더불어 수많은 생명체가 공존하는 중대한 자연 생태계인 만큼 생명 그 자체를 상징하며, 그 속에 사는 산호는 생명과 삶에 동반되는 생명력, 열정, 낭만, 환희, 풍요로움 같은 생의 밝음과 긍정성을 의미한다.

 

인쇄, 포장, 디지털 디자인을 포함한 그래픽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는 색상 전문가와 디자이너라면 PMS 즉, 팬톤 배색 시스템(Pantone Matching System)을 늘 사용한다. 팬톤 배색 시스템은 미국에서 창설된 색채전문기업 팬톤(PANTONE®)이 인쇄출판업계에서 사용되는 인쇄물의 그래픽용 잉크색의 식별, 배합, 응용을 쉽게 표준화하기 위해 1950년대에 설립했다. 오늘날 제품, 인테리어, 인쇄 및 포장, 패션, 화장품 색조에 이르기까지 색채가 관여하는 모든 디자인 분야에서 두루 사용되는 색채 의사소통의 표준 시스템이 되었다.

 

팬톤이 출간한 푸드무드 라이프스타일 요리책(Foodmood Cookbook) 중에서 ‘리빙 코랄’ 색상군 색채들을 활용하여 구성한 요리 아이디어. 빨강, 주황, 노랑(금색)을 다양한 비율로 배합한 산호색 계열은 식욕을 돋구기 때문에 2019년 요리 디자인에 유용하게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Courtesy: Pantone.

 

 

팬톤사는 2000년도부터 미술, 패션, 디자인계를 포함한 시각 문화 트렌드 예측의 일환으로 매해 팬톤 올해의 색을 선정한다. 작년 2018년 미래지향적이고 하이테크 디지털 시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는 의미에서 울트라 바이올렛(ultra violet) 18-3838을 선정해 발표했다. 우주적 미래에 대한 전망, 과학과 기술의 진보, 이성적인 사고와 예술성을 상징한 울트라 바이올렛은 안타깝게도 너무 지나치게 테크적이고 차갑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그다지 폭넓은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2018년 연말 출시된 애플 아이폰 Xs 모델은 자칫 차갑고 이성적인 디지털 모바일 기기에 온기와 정감을 주는 코럴색상 폰을 선보였다. Courtesy: Apple.

 

 

분홍과 오렌지색을 섞은 듯한 붉은톤의 산호색이 색상의 하나로 처음 정식 등록된 때는 1513년 영국에서였다고 한다. 당시 산호색은 바닷속에 서식하는 젤리 같은 자포동물(cnidaria)들이 지녔던 붉은톤에서 비롯되었으며 오렌지 색채군으로 분류됐다. 바다밑 환상적이고 황홀한 세계를 수놓으며 서식하는 산호는 활기를 주고 최면을 걸듯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이 있다.

 


고대시대부터 유럽인들은 산호는 메두사(Medusa) 신화와 연관시켜 생각했다. 죽은 메두사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로 물들어 신선한 산호의 붉은빛이 유래됐다고 여겼다. 17세기 대항해 세계 탐험을 하게 된 유럽인들은 지중해나 이국적 나라에서 가져온 산호를 진귀한 희귀품으로 수집하고 옆에 두고 보았다. 얀 브뤼겔(Jan I Breughel), 〈4대 요소 중 불(The Element of Fire)〉중 세부, 1608년, 구리 판 위에 유채, Oil on copper, 46 x 66 cm, 소장: Pinacoteca Ambrosiana, Milan.

 

 

바다에서 자라는 폴립(polyp)으로 무리 지어 자라는 칼슘-카보네이트 생명체인 산호는 그 신비로운 색과 형상 때문에 일찍이 고대 이집트인들에 의해 귀금속을 만드는데 쓰기 위해 채취됐다. 고대 로마인들은 산호 장신구를 달고 다니면 액운을 피할 수 있다고 믿었고, 르네상스 시대 그림 속에는 산호색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와 산호 묵주가 등장해 산호색은 영묘함을 상징했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들은 산호에 카메오 초상을 깎아 넣은 장신구를 즐겨 썼고, 1960~70년대에 오면 사랑과 평화를 외치던 히피들이 자연에로의 회귀, 순수의 상징으로 천연 산호를 들고 다녔다.

 


클로드 모데(Claude Monet), 〈일출(Soleil levant)〉 캔버스에 유채, 1872년, 48cm×63cm. 소장: Musée Marmottan Monet, Paris

 

 

미술과 공예 장인들은 레알가르(realgar)라는 매우 독성이 강한 천연광물에서 산호색을 채취했다. 레알가르는 추출농도에 따라 진한 빨강과 노란색을 발하는데, 이때 진한 주황색을 빼내면 산호색이 됐다. 유럽, 인도, 중국에서는 버밀리언(vermilion) 빨강에서 산호색을 추출해 쓰다가 19세기 중엽에 이르면 카드뮴 빨강(cadmium red)과 카드뮴 노랑(cadminum yellow)을 배합한 주황색 안료를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산호색은 훨씬 널리 자주 쓰이는 색상이 됐다. 그 덕에 프랑스 인상주의 회화의 거장 모네(Claude Monet)는 산호색 찬연한 일출과 일몰 풍경화를 그렸고, 독일 표현주의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시적 율동감 넘치는 추상화에 산호색을 즐겨 써서 미술을 ‘영적 사상과 인간 내면에 대한 외적 표현’이라고 재정의했다.

 


여행은 공동체와 포용, 인간과 자연과의 유대, 궁극적으로 치유를 향한 여정이다. 산호색을 기업 아이덴티티 및 로고 색상으로 활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그 가운데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Airbnb)는 현재 산호색을 로고를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성공적 IT기업이다. Courtesy: Airbnb.

 

 

산호색을 둘러싼 역사와 심벌을 뒤로하고 2019년 한 해 패션, 제품, 그래픽, 웹을 포함한 디자인계와 디자이너들이 한 번쯤은 고려해보고 배색에 사용하게 될 리빙 코랄 산호색이 전파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세상만사의 디지털화로 삭막해진 세상에 따뜻함과 온화함을 선사하고, 이 색감이 선사하는 자연의 위로와 보살핌으로 현대인에게 다시금 낙관적 분위기와 치유력을 제안해 볼 뿐이다. 팬톤 색채 연구소가 선정한 그 해의 색을 통해서도 그 한 해 일상을 정복하게 될 유행색이 될 것이라는 단정적인 예측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환경에 떠밀려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트렌드를 추측해 본다. 2019년 한 해 인류는 산호색을 어떻게 수용하고 활용할 것인지 관찰하며 2019년 디자인 일상을 시작해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글_ 박진아(미술사가·디자인컬럼니스트, jina@jinapar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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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칼럼니스트
사회학과 미술사학을 전공한 미술사가·디자인평론가로 현 월간미술 오스트리아 통신원, 미술·디자인·문화 분야 기고가·서적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1994~1997년 뉴스위크 한국어판, 1997년 월간 디자인의 객원기자로 시작해 2013년까지 정기 기고했다. 1998~2000년 미국 스미소니언 미국미술관, 뉴욕 모마, 이탈리아 베니스 구겐하임 컬렉션에서 일한 후 2000년부터 현재까지 오스트리아에서 미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기고 및 번역 일을 하고 있다. 개인 홈페이지(Jinapark.net)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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