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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아날로그 감성 자극하는 ‘뉴트로 포스터’

2019-11-08

식을 줄 모르는 복고 열풍에 포스터 디자인에도 뉴트로 감성이 녹아들고 있다. 뉴트로는 복고를 뜻하는 ‘Retro’와 새로움을 뜻하는 ‘New’가 합쳐져 완성된 단어다. 레트로가 과거의 모습을 재현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면 뉴트로는 과거의 일방적인 재현이 아닌 현재의 감성까지 담아낸다. 뉴트로 열풍은 708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물론 젊은 세대와도 함께 호흡한다.

 

‘2019 대강포스터제’ 전시전경 ⓒ Design Jungle 

 

 

제2회 2019 대강포스터제 ‘젊음의 모닥불은 훨훨 타올랐어요’에서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뉴트로 감성으로 재해석한 다양한 포스터를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부천 ‘아트벙커B39’에서 42명의 디자이너와 조촐하게 시작한 행사는 올해 서울 ‘일민미술관’으로 장소를 옮겼으며 참여 디자이너도 62명으로 늘어났다. 

 

‘2019 대강포스터제’ 전시전경 ⓒ Design Jungle 

 

 

21세기형 복고, 세대 간의 소통
대강포스터제는 대학가요제의 ‘대’, 강변가요제의 ‘강’에서 나온 네이밍이다. 서로 성격이 다른 가요제를 하나로 통합해 만든 포스터 전시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완성도 높은 결과를 선보이고 있다. 

 

대강포스터제의 최초 발상은 1970년대라고 한다. 이후 1980년대 그리고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가요제들이 배출한 명곡에 강한 영감을 받은 현시대의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처럼 70~80년대 가요제 수상 곡을 주제 삼아 국내 20~30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모여 그들만의 감성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2019 대강포스터제’ 전시전경 ⓒ Design Jungle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가요제 수상곡 중 하나를 골라 그 곡을 주제로 포스터를 만들었다. 사운드를 시각화해 시공간과 분야를 넘어 단절된 시대를 잇는 자리를 마련한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 가진 생각과 감정을 담아 현대적인 디자인을 선보인다. 

 

시대순으로 구성된 전시전경 ⓒ Design Jungle 

 

 

가사가 전해지는 포스터
전시는 1970년대를 시작으로 시대순으로 나눠 전시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제1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은상을 받은 이명우의 〈가시리〉를 주제로 완성한 포스터가 눈에 들어온다. ‘얄리 얄리 얄라셩 얄리 얄리 얄라리’라는 고려가요 〈청산별곡〉의 가사 일부를 차용한 노랫말을 포스터에 담았다. 디자이너 조태용은 많은 색을 활용하기보다 회색을 배경으로 검은색의 굵은 폰트로 디자인해 모노톤만으로 그 당시의 감성을 고스란히 포스터에 녹여냈다.

 

‘2019 대강포스터제’ 전시전경 ⓒ Design Jungle 

 

 

디자이너 윤나래는 그룹 샤프의 〈연극이 끝난 후〉를 디자인했다. 가사의 내용처럼 연극이 끝난 후 적막한 무대를 바라보며 흩어져버린 순간을 되뇌이며, 시간이 겹쳐지고 분할된 이미지를 표현했다. 

 

대강포스터제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포스터(www.instagram.com/bigriver__)

 


〈도깨비 잔치〉라는 노래에 걸맞게 도깨비 이미지로 포스터를 완성한 디자이너 김미리내는 팝아트적인 요소가 느껴지는 이미지와 레터링을 선보였다. 복고의 콘셉트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유머러스한 디자인으로 신선함을 전달한다. 〈도깨비 잔치〉처럼 지난해와 같은 음악을 가지고 디자인한 작품들도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음악을 듣고 서로 다른 감성으로 읽어낸 디자이너들의 감각을 엿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16회 MBC 강변가요제’에서 금상을 받은 그룹 육각수의 〈흥부가 기가 막혀〉의 포스터는 디자이너 권기영에 의해 완성되었다. 가독성보다는 전체적인 콘셉트를 전달하는 삽화를 넣은 디자인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함축한다.   

 

‘2019 대강포스터제’ 전시전경 ⓒ Design Jungle 

 

 

이외에도 바다새, 4막5장, 시나브로, 무한궤도, 이상은, 전람회 등 가요제에 참여한 가수들의 음악이 62점의 포스터로 완성되었다. 전시는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는 서정적인 가사와 주옥같은 음악들이 마치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디자이너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들은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풍의 폰트와 디자인으로 세대를 아우르며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소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후원을 받아 완성된 굿즈는 아트샵에서 만나볼 수 있다. ⓒ Design Jungle 

 

 

‘2019 대강포스터제’는 그 당시 가요제를 대표했던 노래의 노랫말들을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으로 연결하며, 젊은 디자이너들은 뉴트로 풍의 키치적 표현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삼은 그래픽의 컬러 매치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히 과거 유행했던 것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감성에 접목하여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창조하고 있다. 전시는 11월 17일까지.

 

에디터_ 한혜정(hjhan@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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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정 객원기자
경계를 허무는 생활속 ART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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