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주는 순진함에 매혹되다. 장 뒤뷔페 - 우를루프 정원 展

2006-12-01


한불 수교 12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대사관의 협력으로 마련된 <장 뒤뷔페 - 우를루프 정원> 展 은 내년 1월 28일까지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린다.
장 뒤뷔페는 프랑스의 국민작가로 오랜 기간 상당한 작품을 남긴 현대미술의 거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전 생애 작품 5,000여 점 중 178점(회화 110점, 드로잉 및 판화 58점, 조각 10점)을 만날 수 있어 프랑스 현대 미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이다.

미술사적으로는 빠질 수 없는 위대한 미술가 ‘장 뒤뷔페’. 아직 우리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지만 그의 작품을 접하는 순간 ‘원초적’인 아름다움이 주는 순진함에 매혹된다.
신문지나 쓰레기까지도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는 장 뒤뷔페의 독창적인 작품 세계, ‘우를루프 정원’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

취재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총 3대의 비행기에 나누어 무려 70개의 운송 크레이트에 보관되어 운반된, 수백억에 달하는 작품의 출품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장 뒤뷔페의 전시를 살펴보기에 앞서 그는 과연 어떤 인물인지 알아 보자.

1901년 프랑스 남부 아브르에서 태어나 1919년 파리의 아카데미 줄리앙에서 단 6개월을 수학한 것이 정규 미술교육의 전부였던 장 뒤뷔페는 약 25년간 미술계에서 은퇴하고서 포도주 상인으로서 가업을 이었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열정을 버리지 못하고 소묘와 그림그리기를 지속적으로 작업을 하던 중, 그의 나이 43세, 1944년이 되어서야 드루엥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는 1985년 84세의 나이로 죽기 전까지 수 천 점의 작품을 쉼 없이 그려냈다.
이런 그의 작품 세계는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바로 현실 세계에 대한 실천적 관심, 즉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변화에 주목하고 이를 작품 세계로 옮기는 과정, 그리고 그러한 일상의 발견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일상이란 “모든 것이 의미를 지니는 세계”이다.
따라서 무심히 지나치기 쉬운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맹이, 바닥을 형성하는 흙, 그리고 심지어 신문지 및 쓰레기까지도 장 뒤뷔페의 세계에서는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장 뒤뷔페는 자신이 강조했듯, “화가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것” 임을 실천으로 옮긴 화가이다.

처음부터 어떠한 전통적인 관습을 거부했던 그에게는 미술사적 전통이나 문화계의 관습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그를 감동시켜 화가의 길을 가게 한 것은 결코 조화롭고 균형 잡힌 그리스 조각이 아니라 어린 아이의 서툰 그림이나 정신병자의 솔직한 그림들이었다.

그는 자신이 화가로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발견해냈다.
바로 정신병자들의 미술에 관한 한스 프린츠요른의 저술 <정신병 환자의 형상> 이었다.
여기서 장 뒤뷔페는 미술관의 미술품이나 가장 실험적인 새로운 미술보다도 훨씬 더 자신에게 유효하다고 여겨지는 표현의 야수적인 힘을 발견했던 것.
이를 통해 자신만의 사물에 대한 접근법을 만들어 나가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완성했다.

이번 전시는 1919년~1984년까지의 장 뒤뷔페의 전 시기 작품을 모두 조망할 수 있도록 회고전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전시의 부제인 ‘우를루프 정원’은 그의 연작 중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고 대중적으로 사랑 받았던 ‘우를루프(L'hourloupe)’ 연작(1962-74)의 작품 제목 중 하나이다.
‘우를루프’는 장 뒤뷔페가 직접 창안한 단어로, 불어 어감으로는 뭔가 환상적이면서도 어쩐지 그로데스크한 분위기의 대상이나 인물을 연상시킨다고 한다.
그는 스스로 만든 이 ‘우를루프’의 세계에 빠져들어 자신이 접하는 모든 주변의 사물과 대상과 사람들을 그 세계 안으로 끌어들였다.
또한 우리가 인식하는 실재와 나란히 존재할지도 모를 ‘그 어떤 신세계’를‘우를루프’로 표현하고자 했고, 이번 전시는 전시 그 자체가 장 뒤뷔페를 통해 우리가 만나는 ‘또 다른 신세계’일 수 있기에, 이와 같은 부제를 붙인 것이다.

그럼 지금부터 독창적인 그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 보자.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