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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용산과 해방촌, 활자와 책문화의 새로운 길 

2021-03-31

[‘로컬 속의 로컬’ 문화 공간을 찾아서 02] 국립한글박물관과 해방촌의 서점들

 

‘로컬 속의 로컬_ 문화 공간을 찾아서’는 수많은 공간들 중에서 사람들이 방문할 가치가 있고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공간들을 조명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서울 곳곳의 로컬 공간들을 방문하면서 현재 가장 의미 있게 살펴볼 만한 공간을 선정하여 랜선으로 투어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이번 시간에는 용산과 해방촌, 활자와 책문화의 새로운 길을 테마로 타이포 디자인과 독립서점과 책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공간들을 소개한다. 과거부터 이어져온 활자와 책은 과연 지금 어떠한 문화로 표현되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진화해 나가게 될 것인가? 

 

 

활자의 과거부터 오늘을 만나는 시간 - 국립한글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옆 국립한글박물관이 위치하고 있는데 현재 기획특별전 ‘문자 혁명 - 한국과 독일의 문자 이야기(Letters in Print - Korea and Germany Compared)’가 열리고 있다. 2021년 4월 25일(일)까지 개최하는 이 전시회는 같고도 다른 한국과 독일의 문자 혁명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누리고 있는 문자 생활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인쇄술을 통한 문자의 보급과 확산은 한국과 독일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자 발달의 핵심적인 요소로 이 전시회에서 두 나라의 문자 문화의 발의 과정을 유물과 사건, 통사적 흐름, 시공간적 구분을 통한 비교 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에 의의를 가지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전경 (사진: 손민정)

 

 

독일의 구텐베르크박물관, 라이프치히대학도서관과 함께 2019년부터 논의된 이 전시에서는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명으로 만든 책 <토이어당크(Theuerdank)>(1517년), 종교 개혁가 마르틴 루터(Martin Luther)의 <전단지>(1520년)와 <독일어 성서>(1536년) 등 독일에서 온 귀중한 자료 총 33건을 만나볼 수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에서는 <간이벽온방언해>(1578년, 보물 제2079호), <월인석보>(1459년, 보물 제745-3호) 등 중요 자료들을 대거 소개한다. 한글 금속활자 인쇄본으로서 <월인천강지곡>(1447년 경, 국보 제320호) 진본과 <사리영응기>(1449년)의 가치도 새롭게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한글박물관뿐만 아니라 미래엔교과서박물관, 국제성서박물관, 동국대학교 등 여러 곳에서 귀중한 자료를 대거 출품하여 한국과 독일의 자국어 문자 문화를 한눈에 비교하여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하였다. 

 

특히 3부 ‘궁체와 프락투어’의 부분에서는 한국과 독일의 인쇄 서체의 변화와 특징을 각각의 사회문화적 관점을 통해 전시로 구현하여 서체에 담긴 시대와 문화, 가치를 소개한다. 다양한 서체의 발달의 역사적 흐름을 비교하여 보면서 디자인적인 영감을 얻을 수 있으면서 서체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전시 구성이다. 

 

 

 

'문자 혁명' 전시회 전경 (사진: 손민정)

 

 

‘문자 혁명’ 전시회는 박물관 홈페이지(www.hangeul.go.kr)에서 사전 예약을 할 경우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문자 혁명 - 한국과 독일의 문자 이야기’ 사이트(munja.hangeul.go.kr)를 통하여 온라인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책을 만나는 시간 - 독립 서점과 작은 큐레이션 서점이 모여 있는 해방촌 지역 


이렇게 활자는 다양한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계속해서 흘러왔지만 디지털 문화가 발달한 시대를 맞이하면서 ‘오프라인 서점, 오프라인 미디어와 책이 저물어 가는 시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다양한 소규모 독립 서점들과 동네 서점들이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고, 새롭게 책과 활자 문화는 진화하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남산 밑 해방촌 지역에는 독립서점과 작은 큐레이션 서점들이 많이 모여 있다. 대표적인 작은 서점 3곳을 소개하고자 한다. 

 

#별책부록

 

 

별책부록 (사진: 손민정)

 


편집숍처럼 주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독립서점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중에서 ‘별책부록’은 추천에 꼭 포함된다. 따스한 햇살이 은은한 ‘별책부록은’ 취향과 영감을 찾는 공간으로 국내외 독립 출판물과 디자인·예술 관련 단행본, 소규모 브랜드의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다. 2014년 마포구 동교동에서 처음 오픈했고, 2015년 현재 위치인 용산으로 이전하여 운영 중이다. 다양한 책과 관련한 프로젝트와 새로운 책 출판 역시 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신흥로16길 7

 

#고요서사

 

 

 

고요서사 (사진: 손민정)

 


문학을 만나는 시간을 제공하는 ‘고요서사'는 좋은 책을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는 ‘내면의 고요’와 박인환 시인이 일제강점기 때 운영했던 서점 ‘마리서사’를 떠올리며 ‘고요서사’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고요서사’는 독립서점이 아니라 서점에서 큐레이션한 문학책들로 구성된 문학 전문 서점을 표방하고 있다. 문학에서 핵심적으로 다루는 가치나 주제들, 예를 들어 인권, 젠더, 역사적 비극, 대안적 삶 등과 연관된 인문·사회·예술 책도 함께 소개하고 있고, 서점을 찾는 손님들에게 다양한 소설과 문학과 연결된 책을 소개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설·시 낭독회, 작품과 어울리는 와인을 함께 마시며 자기만의 작품 해석을 시도하는 독서 모임, 읽고 쓰기에 관한 워크숍 등을 운영하며 새로운 유형의 책 관련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신흥로15길 18-4

 

#스토리지북앤필름 

 

스토리지북앤필름 (사진: 손민정)

 

 

‘스토리지북앤필름’은 필름 카메라와 책을 만날 수 있는 서점으로 시작해서 현재 대표적인 독립 서점으로 성장하였다. 촬영한 사진들을 바탕으로 사진집이나 사진 무크지를 창간, 퍼블리싱 하고 있다. 또한 북페어를 개최하고, 독립출판, 책방,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팟캐스트로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다양한 주제의 서적을 자유롭게 배열하고 있는 서점으로, 자유분방하면서 힙한 독립서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토리지북앤필름’은 강남역 '일상 비일상의 틈’이라는 공간에도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신흥로 115-1

 

 

활자의 새로운 비전 - 책 문화 생산자들이 모이는 공간 ‘노들서가’


용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노들섬은 오늘날 새로운 문화 기지로 주목받고 있다. 노들섬에 위치하고 있는 ‘노들서가’는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서 책 한 권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 되는 이곳은 책 문화 산업 발전을 위해 형성된 공간이다. 

 

노들섬을 기획하고 있는 어반트렌스포머는 “도시 계획의 관점에서 사용자들을 위한 좋은 경험의 판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노들 서가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 문화 생산자들의 플랫폼’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노들서가는 책 문화 생산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큐레이션 서가를 통해 책을 깊이 있게 소개하고 독자와의 만남 프로그램을 통해 출판사와 동네책방, 독자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들서가 (사진제공: 노들서가)

 

 

노들서가는 4가지 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만드는 마음 - 출판사, 파는 마음 - 서점, 쓰는 마음 - 작가, 읽는 마음 - 독자. 4가지 마음이 모인 4가지의 생산자가 있다고 여기고 독자 역시 책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주체라고 여기며 다양한 사람들에게 책을 쉽고 참신하게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노들서가는 지리적인 특수성을 가지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 외에도 연인 혹은 친구들과 한강을 찾았다가 들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주민들과 특별한 날에 방문하는 타깃이 혼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데, 이러한 방문객을 고려한 큐레이션을 위주로 서가를 구성하고 좋은 책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자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통된 주제를 통해서 책을 소개하고자 하는 노력을 들 수 있다. ‘처음'이라는 주제의 경우에는 출판사의 첫 책, 작가의 첫 책을 소개하고, ‘과정’이라는 주제에서는 책을 만드는 과정을 전달하기 위한 기획을 진행하였다. 

 

‘북캐’ 큐레이션을 위한 질문지 (사진제공: 노들서가)

 

 

현재는 북 속의 캐릭터 ‘북캐’를 주제로 책 속의 캐릭터를 소개하고, 출판사가 하나의 캐릭터가 되어서 책들을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도와 공감대를 형성, 책의 발견하고 구매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하고자 한다. 또한, 소비자가 자신의 ‘북캐’를 찾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코너를 마련해 두었다. 

 

이에 더하여 단순히 큐레이션 기획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생산자를 모으는 큐레이션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기만의 방’이라는 출판사의 경우 명쾌한 이미지와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출판사의 페르소나를 설정하여 그 사람이 읽으면 좋을 법한 책을 계속해서 큐레이션 해나가는 것을 표방하고 있다. 

 

“한 출판사의 다음 책이 기다려지는 책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노들서가는 큐레이팅의 범주 확장으로 좀 더 다양한 분야의 큐레이터들이 책을 매개로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또한, “노들섬이 책의 공간뿐만 아니라 식물, 음악, 업사이클링, 아트, 푸드 등의 요소들이 모여 공존하고 있기에 이것들이 같이 어우러져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들서가 집필실

 


노들서가 독자와의 만남 

 

노들서가 공연 모습 (사진제공: 노들 서가)

 

 

노들서가에서는 독자들이 책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하는 노력도 하고 있다. 특히, ‘노들서가 집필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준히 써 내려가며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글이 만날 날을 꿈꾸고 있는 일상의 작가가 영감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더하여 일상 작가의 서재 라이브러리 공간이 구성되어 있어 책을 통해 작가들과 또는 독자들과 생각을 나눠볼 수 있다. 또한, 일상 작가 교류 프로그램이 있어서 작가들과 노들서가 매니저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각을 교류하는 자리를 마련, 작가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이야기 나누고 서로의 꿈을 응원해 주기도 한다. 

 

책 문화는 어쩌면 사그라들고 있는 문화의 한 측면일 수도 있으나 계속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문화이다. 새롭게 접근해서 다양한 관점에서 책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공간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책 문화와 활자 문화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로컬 문화를 반영, 로컬 문화를 생성하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이를 위하여 새로운 콘텐츠, 다양한 디자인, 혁신적인 기획과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위의 공간들은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새로운 비전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로컬 속의 로컬 문화 공간’의 의의를 가지고 있다. 

 

글_ 손민정 객원기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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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정 객원기자 instagram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밀라노 공대에서 (Politecnico di Milano)에서 제품 서비스 시스템 디자인을 전공 후 서비스 디자인, UX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롭게 만들 디자인의 힘을 믿고, 늘 새로운 디자인을 찾아서 길을 나설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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