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덴마크 아르켄 현대 미술관 

2021-04-02

세계 3대 미술관, 유럽 5대 박물관,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미술관  등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다양한 타이틀의 미술관 리스트를 접하고 있다. 그 상위권을 차지하는 미술관들이 대부분 유럽에 위치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럽의 오랜 역사와 전통이 공존하는 문화가 그 배경에 있을 터. 나 역시 북유럽에 정착한 초기에 부지런히 주변 여러 나라들을 다니며 미술관, 박물관을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나라와 도시마다 저마다의 특색이 있고 소장된 작품과 전시의 성격이 다양하니 무척 흥미로웠다.

 

문득 그 관심의 포커스를 ‘북유럽의 미술관’으로 좁혀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의 스칸디나비아 국가 역시 수많은 미술관을 보유하고 있고 특별한 그들만의 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원고에서 나는 덴마크 루이지애나 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덴마크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Denmark)에 대해 소개했다. 그 뒤를 이어 이번 원고에서는 덴마크 아르켄 현대 미술관(Arken Museum of Modern Art, www.arken.dk)을 만나본다. 

 

토크 세션을 함께 진행한 아르켄 현대 미술관의 커뮤니케이션 총괄, 마리에 루이스와 함께 

 

 

토크 세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소개를 부탁한다.


세션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다. 나는 마리에 루이스(Marie-louise.dunker)이며, 아르켄 현대 미술관의 커뮤니케이션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얼마 전 그녀는 덴마크 국립 미술관(The National Gallery of Denmark)으로 자리를 옮겼다).  코펜하겐 대학에서 컨템포러리 아트를 전공했으며, 아르켄 미술관에 합류하기 전에는 로얄 코펜하겐,  루이스 폴센, 옥션 하우스 등에서 경험을 쌓았다. 

 

아르켄 현대 미술관은 1996년 코펜하겐 남서부의 인공섬 위에 지어졌다. 독특한 건물의 내외부 구조가 눈길을 끌며 ‘죽기 전 봐야 할 세계의 건축물’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뮤지엄은 당시 진행되었던 건축 설계 공모전을 통해 설계되었는데, 당시 25살의 건축과 학생 소렌 로버트 룬드(Søren Robert Lund)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전체적인 미술관의 형상은 배(ship)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아르켄(Arken)’이라는 이름 역시 ‘노아의 방주(Ark)’에서 따왔다. 원래 설계상에는 바닷가에 더 가까이 지으려 했으나 구조적인 문제로 육지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건물의 내부 인테리어에서는 콘크리트 내벽과 금속 재질의 도어, 크고 두꺼운 볼트 등 다양한 요소들이 실제 선박의 내부를 연상케 한다. 인공섬 위에 지어진 덕분에 이 지역은 ‘뮤지엄 아일랜드(Museum island)’라 불리기도 한다. 미술관 주변으로는 조각 공원, 해안가 등이 있어 아웃도어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한다. 실내로부터 야외의 전시 확장을 고려한 구성이다.

 


덴마크를 대표하는 아르켄 현대 미술관 ⓒ ARKEN Museum of Modern Art 

 

뮤지엄 소개 영상

 

 

개인적으로 전시 기획은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과 문화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이 분야에서 일하며 느끼는 매력은 무엇인가?


이 직업을 갖게 된 것은 상당히 행운이라 생각한다. 특히 뮤지엄의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는 포지션으로서 나는 강제적(?)으로 새로운 전시, 아티스트, 디자인을 배우게 되고 영감을 받고 있다. 그 때문에 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고, 새로운 아티스트를 만나 교감한다. 그 작업을 관객에게 소개하는 과정은 아주 멋진 일이다. 최근 아르켄 미술관이 여러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보다 젊은 아트 뮤지엄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다양한 프로그램도 추진 중이다. 

 

전시의 규모 면에서도 그 디테일과 웅장함을 모두 놓치지 않으며 끌고 가려 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아르켄은 길지 않은 역사임에도 유럽 아트 뮤지엄 중  4번째로 방문객이 많은 곳으로 선정되었다. 한해 약 400,000명 정도가 방문하고 있다. 우리는 내적, 외적으로 지속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유럽의 주목받는 컬렉션 중 하나인 데미언 허스트의 <Love’s paradox>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작품의 컬렉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작품을 알아봐 주니 고맙다(웃음). 새로운 것과 전통적인 부분에 대한 컬렉션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게 고민하고 선정하려 한다. 폭넓은 아방가르드 예술부터 아주 깊고 폭이 좁은 현대 미술 분야까지 다채로운 분야에 관심이 있다. 동시에 다른 뮤지엄에서는 시도하지 않은 신선한 기획을 구상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진행한 피카소 전시의 경우, 그의 주변 5명의 여인에 포커스를 맞춰 전시를 구성하기도 했다. 일반적 대중의 시각이 아닌 특별한 시선을 담아내니 전시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다른 뮤지엄에서는 시도하지 않는 기획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굴하여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전시와 공간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이 많은 우리 미술관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으며 작품의 컬렉팅도 이를 고려해 진행한다. 전시를 위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종종 다른 뮤지엄으로 투어를 가기도 하고 서로 교류한다. 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현대 문화를 이끌어 가는 동반자로 생각한다.  

 


아르켄 미술관에서 기획된 다양한 전시들. Ugo Rondinone, where do we go from here, 1999 ⓒ David Stjernholm

 

Marie Kølbæk Iversen, Nine Bats, 2016 ⓒ Anders Sune Berg

 

Ai Weiwei, Circle of Animals - Zodiac Heads(detail), 2010. ARKEN Museum of Modern Art, long term loan from the Frahm Collection ⓒ Torben Petersen

 


(좌) Farshad Farzankia, Strengen mellem aldrig og sjældent, 2020 ⓒ Malle Madsen
(우) Farshad Farzankia, Himmelhunden, 2020 ⓒ Malle Madsen

 

 

그 도시의 미술관에는 고유의 문화와 전통이 자연스럽게 묻어나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르켄 미술관만의 특별함이 궁금하다.


북유럽 덴마크는 디자인 강국이다. 즉, 디자인에 대해 관심도가 무척 높은 나라다. 이는 자국민의 디자인에 대한 열망과 수준을 말한다. 이러한 덴마크의 문화가 미술관이 성장하는데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한다. 아르켄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예술의 한 부분(Art piece)이라 할 수 있는데, 조화롭게 연결되어 있는 익스테리어와 인테리어는 아르켄 미술관만의 본질을 잘 표현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바로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해안가 역시 미술관의 일부로서 야외 조각 공원으로 구성해 더욱 폭넓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체적인 풍광은 덴마크 자체를 대변하기도 한다. 덴마크인들에게 자연은 일상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아르켄 미술관을 미니 덴마크(Mini Denmark)라 말하는 이유다. 

 


미술관 주변으로 조성된 야외 조각 공원. Thilo Frank, You and I, wandering on the snake's tail, 2016 ⓒ Torben Petersen

 


미술관 주변으로 조성된 야외 조각 공원. (왼쪽부터) Antony Gormley, Another Time V, 2007 ⓒ Torben Petersen / Jeppe Hein, Modified Social Bench U, 2008 ⓒ Torben Petersen / Elmgreen & Dragset, Powerless Structures, Fig. 101, 2012 ⓒ Henrik Jauert

 


새로운 전시의 기획은 마치 텅 빈 캔버스에 시작하는 그림처럼 크리에이티브한 과정일 것 같다. 기획 단계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관계성 혹은 연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획된 전시는 다양한 시대를 표현하고, 다양한 작가들의 세계를 반영하게 된다. 그것들 사이에는 서로를 관통하는 어떠한 맥락이 있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리서치 과정이 상당히 중요하다. 전 세계의 주목받는 작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하는 일 말이다. 물론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와 같이 이미 그 존재 자체로 주목받는 작가도 있겠지만, 현시대의 참신한 신진 작가들도 그 리스트에 있다. 특히 우리 미술관은 스칸디나비아 출신의 작가들뿐 아니라 글로벌한 컨템포러리 작가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속해서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미술관이 계속 진화하고 성장해야 하는 이유다. 

 

또 한 가지 언급하고 싶은 부분이 바로 미술관 끝자락에 위치한 카페 공간이다. 이곳도 미술관의 일부다. 기획된 전시에 영감을 받은 특별 메뉴를 내놓기도 한다. 얼마 전 피카소 전시 때는 피카소 메뉴 라인을 준비하기도 했다(웃음).

 

전시 설치 과정 영상(Installation of Daniel Firman's Nasutamanus)
 

 

오랜 준비 기간을 걸쳐 오픈한 전시는 더욱 애착이 갈 것 같다. 전시의 성공 여부는 어떻게 판단하는지 궁금하다.


대부분의 미술관이 그렇듯이 그 전시를 찾은 방문객 수에 의해 평가된다. 동시에 우리는 지속적인 피드백을 얻기 위해 다양한 채널을 활용한다. 티켓박스나 숍에서 직접 방문객들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이를 수집하기도 한다. 그렇게 모인 데이터는 다음 전시 기획에 반영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기획한 전시 중 가장 인상적인 전시가 있다면 공유해달라.


지난 2013년에 전시된 ‘인디아 아트 나우(India art Now)’전이다. 사실 그동안 인도의 예술은 소개된 적이 드물었다. 이 기획을 통해 인도 최고의 아티스트와 아티스트 그룹 13팀이 소개되었다. 인도의 경제 성장은 인도 현대 미술의 발전에 박차를 가했으며, 인도와 서양 문화와 예술적 전통 간의 커뮤니케이션은 인도 현대 미술을 세계로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색다른 전시 경험에 관람객의 반응도 좋았다.

 

반대로 가장 도전이 되었던 전시도 궁금하다.


모든 전시 기획이 쉽지 않다.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의 작품을 들여오는 과정, 등록 및 허가 절차 등 모든 과정이 만만치 않다. 또한 프라이빗 컬렉터에게 연락해서 그들의 소장품에 대한 전시 허가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같은 과정을 위해 엄청난 양의 사전 리서치 작업 요구된다. 전시의 광고나 마케팅 부분도 마찬가지다. 보안과 안전 부분도. 말하다 보니 모든 과정이 도전인 것 같다(웃음).

 

전시 기획 단계에서 특별히 관람객을 위해 고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관람객들이 안에서 길을 잃기 바란다.” 아르켄 건축을 설계한 소렌 로버트가 한 말이다. 우리 미술관의 가이드라인이나 사인물, 그래픽 요소 등이 간결하고 미니멀하게 디자인된 이유다. 관람객들이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하며 자연스럽게 발길을 옮기길 바란다는 뜻이다. 때때로 길을 잃을 정도로 작품에만 몰입할 수 있다면 우리의 역할은 성공한 것이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모바일 환경이 주목받으며 많은 미술관들이 온라인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어떤 면에서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직접 보고 경험하는 것을 대체할 수는 없다. 화면으로만 감상하는 것은 그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공간의 분위기, 소음, 감각, 냄새 모든 것이 감상을 구성한다. 동시에 전시에 대해 접근이 수월하도록(Acceserble) 만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예측불허의 현시대에 우리 미술관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미술관 내에 있는 어린이를 위한 워크숍 공간이 인상적이다. 가족과의 일상을 특별하게 여기는 북유럽의 문화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그렇다. 우리는 어린이들의 교육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해마다 15,0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우리 미술관을 방문한다. 새로운 것을 보고 배우며 경험하는 것은 중요하다. 워크숍 공간은 전시되고 있는 작품에 대해 직접 경험해 본다거나 창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아이들 스스로가 마치 작품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것이다. 주중에 학교에서 단체로 관람을 하고 주말에는 부모와 함께 다시 찾기도 한다. 특히 야외 조각 공원과 근처 해안가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다. 

 


2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전경. 넓은 통유리창 너머의 풍경이 아름답다 ⓒ ARKEN Museum of Modern Art

 

 

전시 기획 단계에서는 아티스트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할 것 같다. 작품마다의 성격이 다르듯 그들의 취향과 요구 사항도 다양할 것 같은데.


커뮤니케이션은 매우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초기 공유 단계(Sharing session)에 공을 들인다. 작가와 미술관 측 서로의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공유하고 동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지향점을 바라보고 나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물론 아티스트마다 기준점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기에 최대한 존중하며 조율해 나간다. 이 과정을 최소 1년 전부터 시작한다. 마이클 크비움(Michael Kvium)과 진행한 ‘Cirkus Europa’ 전시가 그랬다. 그는 전시에서 회화, 설치, 미디어 등의 다양한 전달 채널을 활용했고, 현시대의 이슈들인 전쟁, 난민, 기후변화 등을 서커스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달하는 상당한 규모의 전시였다. 

 

마이클 크비움 전시 소개 영상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분야를 막론하고 여전히 트렌드의 중심에 있고, 그 흐름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노르딕 디자인의 역사와 ‘엘레강스’라는 디자인 언어는 현시대에 인정받아 당연하다. 예전 로얄 코펜하겐에서 근무할 당시 이 부분을 많이 경험했다. 테이블웨어로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유사한 패턴과 구성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과 명예의 표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영역이 다양한 곳으로 확장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올해 기획하고 있는 특별한 전시가 있는가? 


아쉽지만 대부분 보안사항이다(웃음). 

 

전시 기획자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고개를 들어 세상을 바라보라고 말하고 싶다. 일상을 살다 보면 내 책상 앞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한 가지 방향으로만 보지 말고 과연 그것들이 어떻게 인류에 영향을 끼치는지까지 들여다볼 수 있기를 바란다. 모든 일에는 커다란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다. 내가 전시 기획을 사랑하는 이유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전시는 분명 관람객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준다. 다음 세대를 위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해 나가고 싶다. 

 


특별함이 주는 가치


미술관. 왠지 모르게 설레는 단어다. 그곳에는 기대감과 신비로움이 있다. 미술관을 들어서는 우리의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다. 여담이지만 나는 미술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가 유난히 풍미 깊고 그윽하다는 생각을 한다(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도시마다 미술관의 분위기와 규모는 분명 다르지만 그곳에서 느껴지는 묘한 공기의 흐름, 고서의 냄새, 나지막한 웅성거림, 빛바랜 햇살의 느낌이 좋다. 공간 속에 담긴 특별함이랄까.

 

“특별함 (Uniqueness)”


덴마크 아르켄 미술관과 세션을 진행하면서 인터뷰어와 인터뷰이 사이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다. 아르켄은 공간 자체가 주는 특별한 경험과 그곳을 채우는 작품의 독창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다. 건물 내·외관에 담긴 스토리텔링과 공간을 넘나들며 전시된 작품의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야외 조각 공원은 전시룸과 완벽한 연장 선상에 있다. 그곳이 아트 섬이라 불리는 충분한 반증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 특별함을 경험하기 위해 아르켄을 찾는다. 

 

특별함이란 결코 수월하게 창조되지 않는다. 그 이면엔 철저한 배려의 준비와 치밀한 계획이 가려져 있다. 어디선가 읽은 에이브러햄 링컨의 말이 떠오른다. “나에게 나무를 벨 수 있는 8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중 6시간을 도끼의 날을 가는 데 쓸 것이다.”  


전시 브랜딩(Exhibition branding)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전시의 기획부터 아티스트와의 소통, 작품의 구성과 배치, 브로슈어 디자인, 홍보 마케팅, 도슨트 협업까지 어찌 보면 그 모두가 치열한 ‘준비’의 과정이니까. 그 오랜 준비와 공력이 투입된 뒤에야 비로소 그 끝자락에 ‘특별함’이란 존재가 드러나니 말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바라고 기다리는 그 특별한 순간 역시 수고로운 준비들과 세밀한 계획이 있어야만 만날 수 있는 것 아닐까. 모든 순간에 결코 우연이란 없으니 말이다.

 

글_ 조상우 객원편집위원(www.sangwoocho.com)
                                  

facebook twitter

#스칸디나비아디자인 #스칸디나비아디자인이야기 #덴마크아르켄현대미술관 #북유럽미술관 

조상우 디자이너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인 그룹 책임 디자이너, 소니 모바일(Sony mobile) 노르딕 디자인 센터를 거쳐, 현재 스웨덴 컨설팅 그룹 시그마 커넥티비티(Sigma connectivity), IoT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근원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www.sangwoocho.com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