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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 이케아 호텔을 가다

2021-06-07

[디자이너 토크 Designer Talk] 

 

브랜드가 넘쳐나는 시대다. 우리의 일상은 이미 수많은 브랜드의 서비스와 제품들로 넘쳐나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의 이유와 목적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다가온다. 때로는 매력적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브랜드의 수많은 외침들이 소음으로 들리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경험(experience) 마케팅이라는 것을 마주하게 된다. 이미 브랜드의 경험(Brand experience)은 마케팅의 핵심 요소가 된 지 오래다. 우리는 이제 단순히 더 좋은 퀄리티의 제품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스토리에 열광하고 팬덤까지 형성되는 요즘 뉴스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제 그 흥미로운 이야기의 중심에 선 호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힐튼, 메리어트, 리츠칼튼 등의 호텔 브랜드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가 호텔을 론칭하기 시작한 것. 일본의 대표적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인 무인양품(MUJI)은 도쿄, 베이징 등에 호텔 비즈니스를 론칭했고, 스웨덴 이케아(IKEA)는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 알름훌트에 호텔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  세계 주요 도시에 팝업 방식으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의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호텔이 브랜드 경험의 집합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실의 인테리어, 라운지의 조명, 레스토랑 테이블 웨어 등 모두 자사 브랜드의 제품들로 구성되기에 투숙객은 말 그대로 먹고 자면서 온몸으로 그 브랜드를 경험하게 되는 것. 라이프 스타일 기업 입장에서 호텔 비즈니스는 가장 완벽한 경험 마케팅 수단 중 하나인 것이다.

 

이번 ‘북유럽 디자이너 토크 세션’은 그 경험 마케팅의 시초인 스웨덴 이케아 호텔(IKEA Hotell, ikeahotell.se/)과 함께 했다. 호텔의 총괄 디렉터 멀린 룬드그렌(Malin Lundgren)이 함께해 주었다.

 

 

 

토크 세션에 온 것을 환영한다. 소개를 부탁한다.


반갑다. 이케아 호텔 매니징 디렉터로 근무하고 있는 멀린이라고 한다. 이케아 호텔은 1964년 이케아가 처음 탄생한 고향이자 글로벌 본사가 위치한 스웨덴 엘름훌트(Älmhult)에 문을 열었다. 당시 호텔은 75개의 객실에 아담한 수영장이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는데,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가 미국 여행 중 방문한 어느 모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현재 호텔 맞은편에 위치한 이케아 뮤지엄(Ikea Museum)은 당시 이케아 매장이 있던 자리였다. 먼 도시에서 방문한 고객들이 호텔에 묵으며 바로 앞 매장에서 쇼핑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현재 우리 호텔은 전 세계 유일한 이케아 브랜드의 호텔이며, 과거와 미래의 이케아를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다.
(이케아 뮤지엄 Ikea Museum에 대한 기사는 www.jungle.co.kr/magazine/27528)

 

이케아 호텔 전경 ⓒ IKEA Hotell

 


호텔 가든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 IKEA Hotell

 

직관적으로 구성된 웹사이트 ⓒ IKEA Hotell

 


1965년 호텔 설립 당시의 레스토랑 ⓒ IKEA Hotell

 

 

가구 브랜드인 이케아가 호텔을 론칭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그것도 이미 60여 년 전에 말이다. 어떤 컨셉으로 오픈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 당시나 지금이나 우리의 컨셉은 다르지 않다. 이케아 매장에서의 쇼핑 경험과 호텔에서의 편안한 휴식, 식사, 커뮤니케이션 등 통합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호텔 각층의 중심부에 설계된 거실(living room)이라 불리는 공간은 마치 편안한 집에 들어와 쉬고 있는 느낌을 갖게 해준다. 느긋하게 소파에 앉아 TV를 보며 커피를 마시고, 아이들은 한쪽에서 게임을 즐기는 공간. 마치 지금 당신의 거실 같은 공간 말이다. 이케아 호텔이 추구하는 컨셉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현지 오가닉 재료를 활용한 레스토랑 메뉴도 추천하고 싶다.

 

이케아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 즉, 민주적 디자인(Democratic Design) 철학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케아 호텔 역시 그 흐름을 같이 하는가.


그렇다. 호텔의 모든 객실 내부와 공간은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특히 사용된 모든 이케아 제품들은 기능, 형태, 품질, 지속 가능성 및 저렴한 가격의 5가지 민주적 디자인 원칙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숙박하는 고객들에게도 이러한 철학이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케아의 기업 비전인 ‘To create a better everyday life for the many people(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 정신이 깃들어 있다.

 

호텔 로비와 각 객실층에 설치된 종이로 만들어진 사인물이 인상적이다.


각 층의 사인물과 로고는 재활용 종이로 만들어졌고, 리셉션 데스크 역시 오래된 구리 소재로 제작된 지붕에서 그 모티브를 가져왔고, 석회암으로 된 플로어 바닥은 60 년대부터 이곳에 있었다. 이케아는 우리의 역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이미 보유한 자원을 사용하는 것은 기업 전통의 일부이다. 특히 이케아의 주요 비전 중 하나가 바로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관한 이야기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재와 소비방식,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호텔을 방문하는 주 고객은 누구인가.


주 숙박 고객층은 비즈니스 여행객, 커플 및 자녀가 있는 가족이다. 이케아의 글로벌 본사가 가깝기에 업무 관련으로 출장을 온 관계자들이 많이 찾는다. 또한 바로 앞 이케아 뮤지엄이나 근교의 무스 사파리 공원, 자전거 하이킹 코스들을 즐기기 위한 가족단위 방문객도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각 층마다 미니 거실이 마련되어 있다 ⓒ IKEA Hotell

 


패밀리 룸 객실 내부 ⓒ IKEA Hotell

 


호텔 로비의 인테리어 ⓒ IKEA Hotell

 


집안 거실처럼 편안한 느낌의 호텔 로비 ⓒ IKEA Hotell

 


호텔 정문 앞에 설치된 이정표. 이케아의 도시 답다 ⓒ IKEA Hotell

 


스칸디나비아의 오가닉 메뉴로 구성된 레스토랑 ⓒ IKEA Hotell

 


이케아 호텔 바로 맞은 편에 위치한 이케아 뮤지엄 ⓒ IKEA Hotell

 

 

직접 숙박을 해보니 호텔의 모든 가구, 공간, 소품들이 이케아 제품이다. 브랜드를 경험하는 최적화된 방법인 것 같다.


그렇다. 모든 객실과 공간은 이케아 제품과 함께 스칸디나비아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집처럼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 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실제로 가족단위의 투숙객들로부터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받는다.

 

혹시 다른 도시에도 이케아 호텔을 오픈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없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트렌드는 이미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실용주의 철학은 이케아의 비전과도 연결된다. 실용적인 솔루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일상을 경험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커다란 과제이며 숙명이다. 이 가치는 쉽게 변질되거나 달라지지 않기에 그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

 

경험이 주는 가치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경험한다는 것은 강렬한 기억을 남긴다. 그 경험이 좋든 나쁘든 머릿속에 오래도록 잔상이 머문다. 지금 이 세상의 모든 브랜드들이 경험 마케팅에 주목하는 이유다. 이제 고객은 경험을 통해서만 소비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물건, 혹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꽤나 복잡한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분석함과 동시에 이성적, 감성적 소비심리를 모두 고려해야만 한다. 단순히 ‘이 제품을 쓰면 더 좋아요’가 아닌 그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것. 특히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 등 공유 플랫폼의 폭발적 확산으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무한대의 영역으로 확장된 경험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번 토크를 함께 진행한 이케아 호텔은 이 경험 마케팅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무려 1964년에 이케아 매장과 연계한 호텔 비즈니스를 시작하였으니 말이다. 먼 도시에서 쇼핑온 고객들이 호텔에 편히 머물며 이케아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전략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고 지금의 이케아가 있게 한 시초였다. 이를 보며 프랑스의 저널리스트 이자 철학자인 알베르 까뮈(Albert Camus)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은 경험을 창조해 낼 수 없다. 그것은 반드시 체험해야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동의한다. 체험하지 않은 경험은 무형의 허상에 가깝다.

 

기업의 브랜드뿐 아니라, 우리 자신 역시 경험을 자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험을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성장하고 ‘나’라는 브랜드 가치를 견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경험의 순간은 저마다 고유의 가치를 담고 있음을 기억하자. 결국 미래의 나를 이끌어 줄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어 줄 테니까.

 

- 에필로그 -
이번 원고를 마지막으로 지난 2017년부터 4년간 연재해 온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이야기]의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북유럽 디자인에 대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객원편집위원 조상우 -

 

글_ 조상우 객원편집위원(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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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칸디나비아디자인이야기 #북유럽 #디자이너토크 #이케아호텔 

조상우 디자이너
현재 북유럽 스웨덴에서 산업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바일 디자인 그룹 책임 디자이너, 소니 모바일(Sony mobile) 노르딕 디자인 센터를 거쳐, 현재 스웨덴 컨설팅 그룹 시그마 커넥티비티(Sigma connectivity), IoT 부문 수석 디자이너로 근무하고 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근원지에서 살아가며 느끼는 경험들을 바탕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www.sangwoo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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