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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서유경 변호사의 내일, 인터뷰] K-가구도 세계적 콘텐츠 비즈니스

2023-02-15

No.3 아이앰히어 (2부)

 

인터뷰가 깊어질 때 쇼룸 윈도 너머로 하얀 눈이 소복이 내렸다. 그때 문득 아이앰히어의 쇼룸이 하얀 벽면 빛깔의 작은 갤러리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정혜원 대표는 마치 아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듯 가구를 하나씩 소개했고, 가구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는 손길이 인상 깊었다. 아마 정혜원 대표는 작가 이상으로 그 가구를 더욱 풍부하고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리라 생각했다. 그때, 마치 작은 미술관에서 관람이라도 하고 있는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구상우 작가의 바운스 체어가 눈에 밟혔다. 저 의자가 법률사무소의 한편에 자리하고 있으면 어떨까 상상해 보았다.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이 있는 사람보다는 심적으로 당황스럽고 힘든 일을 겪는 사람들이 주로 변호사를 찾는다. 뒷목이 뻐근해지고, 긴장된 사람들을 늘 겪는 일상 속에서, 그 바운스 체어에 앉아서 상담을 시작하면 꽤 위안을 줄 것 같았다. 마침, 코리안 특급 야구선수 박찬호 선수도 그 의자를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의자는 야구글러브에 쏙 쥐어지는 공처럼 사람의 몸을 감싸서 안정감을 주는 가구였다.

 

좋은 디자인이란 사람에게 편하고 자연에 가까운 것 

 


테이블 위 소품을 소중하게 쓰다듬는 아이앰히어 정혜원 대표

 

 

(서변) 쇼룸에 있는 가구들을 보면 각자 개성은 있지만, 또 공통적으로 굉장히 자연스럽게 보여요. 못질한 것 같지도 않고 이음새로 엮인 가구들. 특히 목(木) 재료를 쓴 가구는 더욱 그래요. 이음새를 짰다는 건 재료를 정말로 잘 이해한단 뜻이잖아요? 만들기 전에도 그렇겠지만, 만들고 난 이후는 형태가 변할 수 있으니까. 아이앰히어가 생각하는 좋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요?

 

(아이앰히어) 정말 보편적인 기준일 수 있지만 'Good design for human' 그리고 'Well made' 두 가지입니다. 제 기준에서 ‘사람에게 좋은 디자인, 웰메이드’란 그 재료의 물성을 고려해서 자연스럽게 이어 맞춰간 작품이에요. 다른 재료들과도 이질감 없이 하나의 물성으로 잘 짜인 방식이요. 일부러 ESG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가구가 20년이, 30년이 지나더라도 잘 쓸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재료의 본연에 맞는 가구를 쓰는 것도 환경을 위한 일이에요. 쓰임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소비자의 삶도 자연스럽게 환경친화적이 될 수 있습니다. '굿디자인'과 '웰메이드'라는 두 가지 키워드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가구를 소개하고 싶지요.

 

최동욱 작가, Crest and Trough series bench & stool (사진: 아이앰히어 제공)

 

 

(서변) 그런 작품을 만드는 작가라면 굉장히 성실할 것 같아요. 저도 일하면서 느낀 건데 최초에 반짝하는 것은 재능이지만, 꾸준하게 오래 잘 갈 수 있는 것은 성실함이에요. 작품을 보면 재능만으로 했느냐, 아니면 재능도 있는데 성실하게 했느냐 이런 게 보일 때가 있어요.

 

(아이앰히어) 좋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는 대개 성실해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도 하고요. 밤새 작업을 한다고 몰두했다가 늦게 일어난다든가 그런 게 없어요. 그리고 바깥에서 다른 디자이너나 해외 공간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살펴보기도 해요.

 

(서변) 좋은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성실한 작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게 있어요. 바로 작업일지를 쓰는 거지요. 아이앰히어에게도 작업일지가 있는 작가들에게서 보다 스토리텔링이 쉬울 것이고, 세일즈포인트도 더욱 잘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기술과 공학 분야에서는 특허를 내겠다는 생각으로 연구일지를 쓰는데, 예술과 창작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업일지를 잘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아이앰히어) 저도 작가님들에게 항상 이야기해요. 전시를 한다거나 신작을 준비한다고 하면 스케치나 네이밍에 관한 기록을 꼭 남겨두라고 하지요. 재료를 어디에서 샀는지에 대해서도 품질보증서 같은 것을 공급사에서 꼭 받아서 관리하라고 하고요. 이런 조언을 계속해주지만, 이러한 조언을 주고받는 케이스는 다행인 것 같아요. 이런 코칭을 매뉴얼화하는 것도 되게 중요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K-가구, 한눈에 들어오는 재료 본연의 물성과 근원적으로 느껴지는 편안함

 

구상우 작가의 바운스 체어 모형. 인체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면서도 가볍고 튼튼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다.

 

 

(서변) 아이앰히어는 ‘K-가구’라는 키워드로 해외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요. ‘한국식 스타일’이란 무엇일까요? 

 

(아이앰히어) 가구에는 그 사람들의 생활 속 감수성이나 그 사회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담겨 있어요. ‘K-가구(케이가구)’란 바로, ‘코리안 스타일 퍼니처(Korean Style Furniture)’라는 뜻이죠. 영국에서 전시를 했을 때 한국적 스타일의 특수성에 대해 보다 더욱 잘 알 수 있었어요. 영국의 매체가 상당히 취재를 많이 했어요. K-가구는 재료 본연의 물성이 한눈에 들어오고, 근원적인 편안함을 줘요. 우리 가구 디자이너들은 나무 자체의 형상을 잘 고려하고, 가구의 근원적인 쓰임에 대해 많이 탐구해요. 가구가 인체에 맞게 자연스럽게 활용될 수 있도록 하면서 재료의 물성 자체를 반영하는 한국식 선이 나오는 거죠.

 

한국 디자이너도 미주나 유럽 디자이너처럼 똑같은 재료를 쓰지만 그 재료를 대하는 방식이 달라요. 스웨덴이나 덴마크와 같은 북유럽 국가는 가구 디자인이 많이 발전한 곳이죠. 가구 디자인의 역사를 살펴보면, 그 국가들은 재료를 가공한 선을 강조하고, 제작방식이 다양해요. 한편 한국의 디자이너들은 부드러운 나무의 선을 강조하고, 나무와 나무를 자연스럽게 짜 맞추는 조립방식을 강조해요. 피니싱을 할 때 쓰는 옻칠의 옻도 나무에서 나오는 자연재료잖아요. 인체의 허리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척추의 곡선을 잘 잡아내요. 우리 가구 디자이너들은 곡선을 정말 잘 써요. 처마의 곡선이나 대문의 곡선, 전통 소반의 곡선, 구름문양, 꽃문양… 직선이나 직각이 아닌 타원형에 가까운 유려한 곡선이 우리 디자이너들의 조형언어예요. 

 

(서변) 그러고 보니 해외에서 구매한 명품 브랜드 책상이나 의자를 구매한 분들이 다리길이를 잘라서 쓰는 경우를 꽤 봤습니다. 기본적으로 높아서 발이 동동 뜨는 것 같고요. 

 

(아이앰히어) 깊이 있는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다리가 편안하게 땅을 지지해 주고, 의자가 살짝 등을 말아줘서 보다 내밀한 공간감을 주는 것이 좋아요.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서양인의 체격에 맞춰서 제작되면 우리나라 사람의 체격에 잘 맞지 않아요. 동양인과 서양인의 무릎높이부터 다르죠. 의자에 앉을 때, 땅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거나 무릎이 들린다고 생각해 보세요. 편안함이 없죠. 

 

매우 값비싼 가구라고 하더라도 잘 맞지 않게 소비될 수 있어요. 컨설팅을 받았던 고객 중 어떤 회사는 기존에 매장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 제품 의자 20세트 정도로 채워두었다고 해요. 1피스 당 1천만 원이 넘는 것이죠. 보기에는 멋지고 좋아 보일지 몰라도, 막상 실제로 써보니 매우 불편하더라는 거예요. 그 제품은 앉으면 사람의 몸이 뒤로 젖혀지게 되거든요. 그럼 마주 보고 대화할 때나 회의할 때 매우 불편하겠죠? 상체가 들리게 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니까요. 자세문제로 대화과정에서 스트레스가 생기죠.

 

박은총 작가, 쓰임이 있는 오브제 ‘앉다’ (사진: 아이앰히어 제공)

 

 

(서변) 한국 사람에게 편안하고 예쁘게 쓸 수 있는 가구의 역사나 특이점들도 연구되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디자인 교육을 받을 때, 해외의 디자인 역사부터 배우고 우리나라 디자인의 역사를 굉장히 간략하게 배웠어요. 특히 공예와 같은 부분은 한국 근현대사 격동기를 지나면서 허리가 잘린 것 같았어요. 만약 대표님이 디자인 학교에서 가구와 관련된 강의를 하게 된다면 어떤 커리큘럼으로 하고 싶으세요? 

 

(아이앰히어) ‘한국 모던 가구의 역사’라는 수업을 하고 싶어요. 우리 가구 디자이너들이 20년 이상 개척해왔던 활동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가령 한국의 아트퍼니처 분야의 선구자인 1세대 교수님들부터, 기업과 중소규모의 공방 디자이너, 컬렉터블 디자이너들의 일련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싶어요. 일반인들이 TV로도 못 봤을 것이고, 도큐먼테이션(documentation)을 통해서도 잘 정리가 되지 않았을 거예요. 그들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보면 굉장히 재밌어요. 콘텐츠화해서 현대 소비자들이 어떻게 가구를 소비를 하게 됐고, 왜 다양한 가구들이 나타나게 됐으며, 어떤 문화가 도래했는지 알려줄 수 있어요. 사실 아이앰히어가 갑자기 뿅하고 기존에 없었던 분야를 만들어낸 게 아니에요. 그들이 개척하고 축적한 활동이 있었기 때문에 비로소 아이앰히어가 초야에 묻혀 있는 좋은 가구를 발견해서 소개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거예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우리나라 모던 가구의 역사를 계속해서 알리고 싶고, 책도 쓰고 싶어요.

 

박은총 작가, 쓰임이 있는 오브제 ‘기댐’ (사진: 아이앰히어 제공)

 

 

(서변) 우리나라에서 기존 가구시장이 성장할 때, 대중들은 가구 디자이너의 이름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제품을 선보이는 회사의 자체적인 규모와 명성, 브랜드를 먼저 봤던 것 같고요. 아이앰히어가 한국의 작가와 디자이너를 모을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해 특별히 참고한 사례가 있나요?

 

(아이앰히어) 영국의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Carpenters Workshop Gallery), 스위스의 비트라(Vitra) , 영국의 콘란샵(The Conran Shop) 세 곳을 들 수 있어요.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는 컬렉터블 디자인(collectible design) 분야에서 아트 퍼니처 작가들 40명 정도와 계약을 해서 전시 위주의 활동을 하고 있어요. 건축가이자 산업디자이너인 베르너 팬톤은 비트라와 협력해서 팬톤 체어라는 아이콘 가구를 전 세계에 널리 퍼트렸죠. 콘란샵은 400개에서 500개 정도 되는 디자이너들의 가구나 브랜드를 편집샵 형태로 선보이는 프런티어에요.

 

산업화 이전의 과거에는 기성가구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어요. 필요한 가구가 있다면 직접 만들거나 동네 공방의 장인이나 대장장이를 찾아가서 필요한 가구나 집기류를 만들어 달라고 했겠지요. 하지만 건축이 발전하고 바우하우스라는 기조와 산업 디자인이 발전하면서 생활형 가구 디자인 역시 기업적 비즈니스로 성장했어요. 이후 한국은 기업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양산을 하거나 수입가구를 소개하는 유통상 중심으로 발전했어요. 

 

이제 아이앰히어는 카펜터스 워크숍 갤러리처럼 고유의 독창성을 가진 작가를 발굴하고, 비트라가 베르너 팬톤의 체어를 아이콘 화하여 세상에 널리 알린 것처럼 한국 디자이너의 가구를 연구하여 널리 알리고 싶어요. 다양한 개성을 갖춘 한국식 가구들을 모아서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고 싶고요.

 

플랫폼으로서 가구 디자이너의 비즈니스를 표준화하고 서포트할 수 있는 방법 

 


아이앰히어가 작가를 소개하는 동영상을 배경으로 정혜원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 서유경 변호사

 

 

(서변) 법률을 이야기해 보면, 기존의 디자인보호법의 경우 물품에 적용될 형태로서의 디자인을 보호하려 합니다. 객체로서 디자인을 보호하려는 입법이 나왔던 것은 산업혁명 시기, 즉 대량생산체제가 시작되면서예요. 아이앰히어는 가구의 지식재산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요?

 

(아이앰히어) 저작권 등록이나 디자인권 출원·등록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보자고 합니다. 디자인 관련 권리를 가진다면, 아이앰히어가 라이선스 피(license fee)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합니다. 우리나라 가구 디자이너들이 가구를 잘 만드는 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디자인을 어떻게 보호받아야 하는지, 그리고 보호를 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이앰히어는 천천히 디자인권리에 대한 인식을 넓혀 가보자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네 분 정도의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작가들이 작업을 할 때 본인의 이름으로 권리가 생길 수 있게 해 주고, 공동으로 출원을 해서 비용적인 부분도 지원을 하기도 하고요.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서 공정 프로세스가 있는 작업들 중에서 가장 입체적인 것들이 가구예요. 신체를 통해서 이용하고, 어딘가 공간에 속해야 하는 품목이니까요. 정말 예술적인 관점에서 창작성을 위해 기록할 필요도 있지만, 신체가 씀으로 인해 안정성 문제나 가구 자체의 내구성 문제, 오염성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에도 프로세스에 대한 기록이 꼭 필요해요. 그 과정 하나하나를 되짚어보면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어디에서 고치면 되고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김성수 작가, SLT Series 와인홀더 (사진: 아이앰히어 제공)

 

 

(서변) 그 점은 기존의 가구 디자이너들이 혼자서 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산업적 관점과 기업에서의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그 점에서 대기업에서 쌓았던 경험이 굉장히 도움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앰히어) 제가 직접 매니징해줄 수 있는 작가들은 정말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작가들이 더 많아서 항상 미안한 마음이에요. 플랫폼으로서 가구 디자이너의 비즈니스를 표준화하고 서포트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작가들끼리 그룹을 형성하면서 기대하는 부분이 있어요. 각자의 공방에서 혼자서 일하던 분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해외에 전시를 할 수 있게 하거나, 서로 교류하면서 각자 아는 것을 알려주고, 모르는 것을 배워가면서 서로가 서로를 서포트하는 것이죠.

 

가구 자체도 콘텐츠, 궁금한 매력을 발굴하며 소유하는 마음까지

 

루체드의 소파에 앉은 아이앰히어 정혜원 대표

 

 

(서변) 아이앰히어의 도록이나 팸플릿을 보면 작가와 디자이너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작업하는 모습, 그들의 프로필과 작업에 대한 철학, 그리고 최근 활동 사례까지 널리 보여주고 있지요. 현재 가진 목표와 지향점에 대해 알려주세요.

 

(아이앰히어) 단기적 목표는 쇼룸(show room)을 상설 갤러리처럼 운영해 보는 거예요. 최대한 많은 작품들을 상설로 선보이는 거죠. 장기적으로는 아이앰히어 뮤지엄으로 발전시키는 거예요. 벤치마킹으로 말씀드렸던 비트라는 스위스에서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Vitra Design Museum)을 설립했습니다. 한 명의 가구 디자이너들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도 하고 있어요. 굉장히 볼 것과 배울 점이 많은 관광 명소이고, 비트라라는 브랜드의 아이콘이기도 하죠.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는 앞으로는 우리나라 전국에서 고군분투하는 가구디자이너, 공방 운영자, 중소형 브랜드의 제품이 아이앰히어를 통해서 소비자와 함께 연결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하는 거예요. 본인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홍보 채널이자, 세계적으로 K-가구를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저는 가구 자체도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K-뷰티, K-드라마 못지않게 K-가구 역시 생활 속에서 계속 보고 싶은 기능성 제품이자 유익한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게 하는 게 아이앰히어의 꿈이자 비전이지요.

 


김성수 작가, SLT Series Side Table (사진: 아이앰히어 제공)

 


김성수 작가, SLT Series Side Table (사진: 아이앰히어 제공)

 

 

(서변) 가구 유통 사업뿐만 아니라 아트 비즈니스, 콘텐츠 비즈니스와도 맞물려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작가로서의 인격과 개성, 아이디어, 성과 이런 것들을 보호할 필요가 높다는 목소리가 있어요. 그에 감응해서 민법상 인격권이나 인격적 표지를 인정하려고 하거나, 부정경쟁방지법이 개정되고 있죠. 누가 만들었는지 그 예술성을 살펴본다면 주체에 맞는 전략을 내놓는 컨설팅으로 변모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출발점이 바로 작가에 대한 아카이빙, 스토리텔링, 이력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앰히어) 소비자가 가구를 소유하는 과정 자체에도 콘텐츠가 필요해요. 어떤 가구 디자이너가 만들었는지, 가구 디자인이 어떤 테마를 갖고 전시되었는지에 대해 사진과 영상을 통해 계속 보여주잖아요. 그 과정에서 익숙해지고, 궁금한 매력점을 계속 발굴해 가면서 결국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까지 이르게 되거든요. 더불어, 아이앰히어가 소개하는 가구는 10년 후, 20년 후에도 빈티지(Vintage)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소장 가치가 높은 가구예요. 에디션 포스트를 붙이는 것도, 가구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두는 것도 그 맥락이죠. 

 

오리진(Orijeen)의 서현진 디자이너와 아이앰히어의 백광호 디자이너가 협업한 컬러플로우 유닛

 

 


인터뷰를 마치고 난 다음, 나는 어떤 사람으로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고 싶은지 질문을 던져 보았다. 어찌 보면 삶에서 가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연한 듯 짜인 공간에서 잘 적응해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가구를 고를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공간은 삶으로 채워진다. 

 

정혜원 대표도 아이앰히어를 만들기까지, 산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꾸준하게 생각해 왔다고 했다. 기업의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도와 현장에서의 실무관리능력은 분명히 큰 장점이지만, 그 장점이 특별하게 빛을 발하는 이유는 정혜원 대표가 아이앰히어를 통해 하고자 하는 일의 가치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일은 본질적으로 사람에게 이롭다. 가구 디자이너들은 예술성을 지키면서도 판로를 개척할 수 있게 되었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공간의 정체성을 형성해 줄 가구를 손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개성을 지향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아이앰히어의 도전이 바로 그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내일, 인터뷰' No. 3_ 아이엠히어 (1부) "한국의 예술가구를 소비자의 품으로"

 

인터뷰어_ 서유경 (법률사무소 아티스 변호사·변리사)
인터뷰이_ 정혜원 (아이앰히어 대표)
사진_ 이준범 (스튜디오 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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