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나얼의 5번째 개인전 ‘Life and love are same’

2007-06-19



우리가 알고 있는 뮤지션 나얼이 5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뮤지션인 그가 그림을 그린다는 말이 들린 이후, 아니 그 이전부터 그는 해오던 데로 묵묵히 그림을 그려왔다.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둔 것은 그의 목소리뿐이었다. 화가로서 그의 활동은 넘치는 음악성을 표현하기 위한 쇼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저 그렸을 뿐이다, 자신의 손에 연필이 쥐어지고 낙서가 아닌 그림을 그린다고 느꼈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벌써 아니면 늦었을지도 모르는 5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지금, 그의 작품에 순수하게 접근해 보려 한다.

취재 │ 이동숙 기자 (dslee@jungle.co.kr)

자연스럽게 손을 놀려 그림을 그리던 아이는 어느 날 흑인 음악에 심한 열병을 앓게 된다. 그 열병은 무한한 애정으로 그림 안에서 표출된다. 흑인을 오브제로 작업을 시작하게 한 것은 음악이었다. 또,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주어진 재능인 그림으로 보여주던 그를 세상으로 끄집어 낸 것도 음악이었다. 소리는 순식간에 사람들 귀를 타고 다녔고 그 보다 느린 그림은 이제 우리들 앞에 차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얘기했다. “노래 부르던 아이가 그림도 그린다”고. 하지만 이제 둘의 속도는 비슷해가고 사람들은 이제 다시 말한다.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노래도 잘 부르더라”고. 이와같이 그에게 있어 음악과 그림은 절대적인 분리가 불가능한 것이 되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관심의 밖에 있던 것들에게 관심을 준다는 것은 쉽지만 또한 어렵다. 인식은 하되 행동은 어렵게만 느껴지는데, 그 이유가 관심을 주는 방법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나얼은 그에게 주어진 그림이라는 재능으로 소외된 것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표현해 냈다. 핍박 받았던 아픔의 역사를 가진 인종 흑인, 그리고 세상에 내던져진 쓸모 없는 물건들을 사람들이 애정을 쏟아 마지 않는 작품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아티스트가 바로 이런 것이리라.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놓치고 만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주는 것, 리듬을 타고 들려오는 그의 작품들이 그러했다.

삶과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관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번 개인전은 버려진 것에 대한 재생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는 것에 그 의미를 두고 있다. 버려질 수도, 그리고 소외될 수도 없는 것들로 가득 찬 우리 삶에 있어 소중한 것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은 내가 아닌 나와 우리 그리고 순간이 아닌 영원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마음이 모아진다.
- 나 얼의 작업 노트 중 -

전시가 열리고 있는 T-SPACE의 완성되지 않은 듯한 공간은 그의 자유로운 작업들과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그가 그 동한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 주제인 ‘Life and Love are same’ 를 바탕으로 모았다. 나얼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곡이라는 스티브 원더의 ‘Isn’t She Lively’ 라는 곡의 가사 일부로 인생과 사랑은 같다는 말로, “결국 하나님께서 주어주시는 대로 사는 것이므로..(나얼은 크리스찬이다) 결국 하나라는 말에 공감이 갔다”고 한다.

그의 작품들을 자세히 살펴 보면 모두 버려진 것들로 그의 손을 통해 새롭게 다시 역할을 부여 받은 것이다. 어딘가에서 자신의 역할을 마친 창문틀, 문틀에 자신의 그림을 끼워 넣었고, 자신의 손에서 미친 듯이 그림을 그려내던 붓은 전시장 한 켠에 또 하나의 작품으로 그를 표현하는 오브제로 만들었다. 어느 한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낸 뒤 버려져야만 했던 것들에 대해 새로운 역할과 관심을 부여함으로써 소외되고 버려질 것은 없단 걸 보여준다.

Jungle : 이번 전시는
나얼 : 전시 제의가 와서 하게 되었다. 그 동안 작업했던 작업들로 전시장을 채웠는데, 전시장이 무척 맘에 든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전시장의 분위기와 작품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Jungle : 골판지 캔버스, 등 여러 콜라주 재료들은
나얼 : 작품들의 전체적인 주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버려진 것들을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 전체적인 주제이다 보니 소재들도 버려진 것들을 사용한다. 작품을 둘러싸는 액자도 버려진 창문틀이나 문을 가져다가 사용하는 식으로.

Jungle : 요즘 새롭게 사용하는 재료는
나얼 : 버려진 옷, 천을 작업에 사용하고 있다.

Jungle : 드로잉 재료는
나얼 : 콩테, 아크릴, 볼펜 등 그 중 자주 쓰는 것은 콩테다. 콩테가 다루기가 쉽지는 않은데, 연필보다는 강한 느낌을 줄 수 있고 해서 자주 사용한다.

Jungle : 그림을 그린다고 스스로 인지한 시기는
나얼 : 그림은 나에게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그냥 그렸다. 집안 분위기도 그렇고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자연스러운 행위였고 음악이 오히려 나중에 시작한 것이다.

Jungle : 흑인 오브제를 그리기 시작한 이유는
나얼 : 중학교 시절부터 흑인 음악에 미쳤었고 대학교 1학년 때쯤 좋아하는 흑인 뮤지션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까 흑인이란 인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지금까지도 오브제로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Jungle : 나얼의 그림은 슬픔이 느껴진다는 말에 대해
나얼 : 자세히 보면 밝다. 색도 화려한 편이고,..
나의 그림들은 어둡고 슬픈 그림이 아니다. 뭐랄까... 생명을 주고 싶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다. 내가 그리는 흑인들은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가장 순수한 사람들로 흑인이야 말로 인간 중에서 가장 동물스러운(자연적인 순수함을 인간다운이 아닌 동물다운에서 찾았다) 존재가 아닌가 싶다.
경험을 하지 못했을 때에 가진 선입견이란 것이 참 무섭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 또한 검은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그것을 자메이카에 가서 처음 느꼈다. 공항에 내렸을 때 온통 검은 물결에 두려움을 느꼈는데 그것은 엄청난 선입견이 빚어낸 공포였던 것이다. 그 사람들은 알고 보니 참 순수하였고 우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검은 색이 가진 선입견이 주는 이토록 사람을 왜곡시켜 보이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아마 내 그림을 보는 사람도 흑인의 아픈 역사를 느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검은 색이 주는 내면의 선입견이 그런 감상을 유발하는 것 같다.

Jungle : 나얼의 그림에서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것은
나얼 : 소외된 것들에 대해 관심을 좀 가졌으면 좋겠다. 버려진 것들이지만 다시 쓰일 수 있고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Jungle : 뮤지션이란 타이틀로 인해 불편한 점은
나얼 : “노래하는 애가 그림을 그리나 보다”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이런 유명세로 그림을 그리는 데 더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도 있지만, 그저 난 그리던 대로 열심히 그릴 뿐이다.

Jungle : 오히려 음악과 그림이 서로 만나 감성의 표현을 증폭시켜준다는 생각이 든다. 이 두가지 재능의 관계는
나얼 : 음악을 하다 지쳤을 때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게 되고, 그림을 그리다 지치면 노래를 하게 되고 서로 연결이 되어 나를 버티게 해주는 또 감성을 표현해주는 힘이 되는 것 같다.

Jungle : 친구들과 만든 아트모임 ‘에이프릴 샤워’는
나얼 : 친한 친구 4명이 만든 모임으로 영상, 디자인 등의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다가 모여서 뭔가 일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인가수 에코브릿지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고 앨범 자켓 등 아트디렉팅 작업을 최근에 하기도 했다. 앞으로 그저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을 순수한 열정에 의해 즐겁게 하고 싶을 뿐이다.

Jungle : 앞으로 작품활동의 구체적인 계획은
나얼 : 계획된 것은 없다.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장 작가다운 기본적인 마인드인 것 같다. 전시도 많이 하고, 계속 앞으로 꾸준한 활동을 하고 싶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