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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한강버스, 서울의 얼굴이 될 수 있는가_ 세계 도시 수상버스와의 디자인 격차

2025-09-21

서울시는 최근 ‘한강버스(Hangang Bus)’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수상 교통수단을 선보였다. 강을 활용한 이동 수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고,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취지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디자인 측면에서 한강버스가 보여준 첫인상은 실망스럽다. 서울이라는 세계적 도시의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평범하고, 도시의 얼굴이 될 만한 상상력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강버스는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배를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디자인은 도시 브랜드를 확장하기보다는, 캐릭터 광고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의 한강버스, 캐릭터 래핑의 한계

 

서울시가 공개한 한강버스는 기본적으로 직사각형의 단순한 형태를 지녔고, 외부는 컬러풀한 캐릭터 래핑으로 장식됐다. 마치 이벤트 차량이나 광고용 프로모션 버스를 수상에 띄운 듯한 인상이다. 대중 친화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도시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 교통수단으로서는 지나치게 가볍다.

 

한강은 단순한 강이 아니다. 서울의 상징이며, 수많은 다리와 빌딩, 역사적 풍경을 관통하는 도시의 얼굴이다. 따라서 한강버스는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배를 넘어, 서울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문화적 아이콘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디자인은 도시 브랜드를 확장하기보다는, 캐릭터 광고판 수준에 머물고 있다.


파리·런던·시드니, 도시와 함께 움직이는 수상버스

 

세계의 주요 도시는 오래전부터 수상 교통수단을 단순한 운송 이상의 차원에서 다뤄왔다.

 

파리의 바토무슈(Bateaux-Mouches)는 투명한 유리 캐빈으로 설계되어, 탑승객이 세느강을 따라 도시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단순한 페리가 아니라 파리의 낭만을 대표하는 ‘움직이는 살롱’이다.

 

파리의 바토무슈(Bateaux-Mouches)는 투명한 유리 캐빈으로 디자인되어, 탑승객이 세느강을 따라 도시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단순한 페리가 아니라 파리의 낭만을 대표하는 ‘움직이는 살롱’이다.

 

 

런던의 템즈 클리퍼(Thames Clippers)는 곡선형 선체와 블루 톤의 외관을 통해 ‘글로벌 금융도시 런던’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수상버스임에도 미래적인 속도감과 역동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런던의 템즈 클리퍼(Thames Clippers)는 곡선형 선체와 블루 톤의 외관을 통해 ‘글로벌 금융도시 런던’의 이미지를 반영한다. 수상버스임에도 미래적인 속도감과 역동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시드니 페리(Sydney Ferries)는 항구도시의 상징성을 드러내며, 선명한 녹색과 노란색 톤으로 도시 풍경 속에서 확실한 앵커 역할을 한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와 같은 랜드마크와 어울려, 시드니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시드니 페리(Sydney Ferries)는 항구도시의 상징성을 드러내며, 선명한 녹색과 노란색 톤으로 도시 풍경 속에서 확실한 앵커 역할을 한다. 오페라하우스와 하버브리지와 같은 랜드마크와 어울려, 시드니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

 

 

이들 도시는 수상버스를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키워왔다.


도쿄, 애니메이션과 결합한 수상버스

 

도쿄의 사례는 서울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마츠모토 레이지(松本零士)가 디자인한 ‘히미코(Himiko)’와 ‘호타루나(Hotaluna)’는 마치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미래적 형태를 갖추고 있다. 은하철도999와 캡틴 하록의 세계관을 반영한 듯한 유선형 외관과 독특한 창 배치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애니메이션 도시 도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탑승객은 단순히 강을 건너는 것이 아니라, 도쿄가 자랑하는 문화적 자산 속으로 들어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교통수단 자체가 관광 상품이 되고, 도시 브랜드와 직결되는 대표 콘텐츠가 된 것이다.

 

 

은하철도999와 캡틴 하록의 세계관을 반영한 듯한 유선형 외관과 독특한 창 배치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애니메이션 도시 도쿄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북유럽, 절제와 미래를 담은 수상버스

 

북유럽의 수상 교통수단은 또 다른 접근을 보여준다.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등지에서는 환경성과 미래성을 전면에 내세운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다.

 

스톡홀름의 오션 버스(Ocean Bus)는 수륙양용 형태로 설계되어 도시의 개방성과 친환경 이미지를 담아낸다. 단순하지만 깔끔한 형태가 도시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관광과 교통을 동시에 만족시킨다.

 

 

스톡홀름의 ‘오션 버스(Ocean Bus)’는 수륙양용 형태로 설계되어 도시의 개방성과 친환경 이미지를 담아낸다.

 

 

스톡홀름의 Candela P-12 Nova 같은 전기 하이드로포일 페리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는 듯한 실루엣을 보여준다. 하이테크 기술과 미니멀한 디자인이 결합해, 그 자체가 하나의 미래적 상징이 된다.

 

 

스톡홀름의 Candela P-12 Nova 같은 전기 하이드로포일 페리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나는 듯한 실루엣을 보여준다.

 

 

노르웨이의 전기 페리는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형태와 친환경 기술을 강조한다.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기능성과 효율성을 디자인으로 드러내며 도시와 자연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노르웨이의 전기 페리는 장식적 요소를 배제하고, 기능성과 효율성을 디자인으로 드러내며 도시와 자연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들 사례는 화려한 그래픽이나 캐릭터 대신, 형태와 기술, 환경성 그 자체로 도시의 미래 비전을 표현한다.


서울이 놓친 것

 

세계 주요 도시와 북유럽의 사례에서 보듯, 수상버스 디자인은 단순한 외형 장식의 문제가 아니다. 도시 정체성, 환경적 책임, 기술적 미래성을 담아내는 매개체다. 그러나 서울의 한강버스는 이 중요한 기회를 놓쳤다.

 

서울은 전통과 현대, K-컬처와 IT 기술이 공존하는 세계적 도시다. 그렇다면 한강버스는 캐릭터에 의존하는 대신, 한글 자모를 모티브로 한 형태, 한국의 전통 이미지와 미래 우주선을 융합한 디자인, 혹은 미디어 파사드를 활용한 ‘움직이는 갤러리’로 발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한강버스는 여전히 평범한 유람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서울의 상상력은 어디에 있는가

 

서울은 이제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왜 상상력을 두려워하는가? 왜 세계 도시는 교통수단조차 혁신과 문화적 상징으로 삼는데, 우리는 캐릭터 래핑에 머무르는가?

 

한강버스는 단순한 배가 아니다. 그것은 서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움직이는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 한강버스가 진정으로 서울을 대표하는 교통수단이 되려면, 지금 당장 다시 디자인되어야 한다. 환경성, 기술성, 조형성이 어우러진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 (jsw0224@gmail.com)
사진_ Candela, Tokyo Cruise, Wikimedia Commons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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