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8
단군이래 가장 길다는 추석 연휴가 곧 끝난다. 직장인에게는 ‘황금연휴’였겠지만, 많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표에게는 ‘먹구름 연휴’였다.
연휴 동안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대신, 자영업자의 계산기 속 숫자는 멈춰 있었다. 매출은 사라지고 고정비는 그대로 남았다. 그 와중에도 월세와 급여, 세금은 꼬박꼬박 나간다.
공휴일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국민의 권리’이지만, 그 권리의 무게는 모두에게 같지 않다. 누군가는 쉴 때 누군가는 버티고, 누군가의 휴식이 누군가의 노동 위에 세워진다. 이 불균형은 매년 명절마다, 연휴마다 되풀이된다.
황금연휴의 이면, 누가 그 비용을 내는가
한 달에 공휴일이 하나도 없으면 보통 20일을 일한다. 사업자는 그 20일 동안 벌어서 30일 치 월세와 30일 치 급여를 감당한다.
그런데 이번처럼 긴 연휴가 끼면, 실제로 일할 수 있는 날은 15일 남짓이다. 결국 절반의 시간으로 한 달의 고정비를 메워야 하는 셈이다.
직원에게는 월급일이 변함없고, 건물주는 월세를 늦춰주지 않는다. 하지만 매출은 일수에 비례하지 않는다. 이 구조 속에서 중소사업자는 늘 ‘시간의 불평등’을 짊어진다.
누군가는 공휴일이 많아져서 좋다고 말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만큼의 손실이 누적된다. 결국 ‘쉬는 사회’의 비용은 누가 내느냐의 문제다. 현재 그 부담은 전적으로 사업자 개인이 지고 있다.
‘공휴일’은 국민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공휴일을 근로자의 권리로만 인식해왔다. 물론 그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사람, 고용을 책임지는 사람의 ‘생존권’ 또한 보호받아야 한다.
공휴일이 늘어나도 사업주는 쉴 수 없다. 문을 닫으면 손해고, 문을 열어도 고객은 적다. 그 결과 ‘쉬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버티는 사람’만 남는다.
이러한 악순환이 장기적으로 자영업 붕괴와 중소기업 도산으로 이어진다. 결국 근로자의 일자리 안정성마저 위협받는 셈이다.
공휴일을 진정한 ‘국민의 권리’로 만들려면, 그 비용 또한 국민 전체가 나눠 져야 한다. 즉, 공휴일의 경제적 공백을 개인이 아닌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근무수당’은 사업주가, ‘휴무수당’은 정부가
필자는 여기에 ‘휴무수당제’라는 개념을 제안하고 싶다. 근로일에는 사업주가 ‘근무수당’을 지급하고, 공휴일에는 정부가 ‘휴무수당’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즉, 일한 날은 사업주가 책임지고, 쉰 날은 국가가 책임지는 구조다. 정부가 실업자에게 ‘실업수당’을 주듯, 근로자에게는 ‘휴무수당’을 주는 것이다.
이 제도는 복지 확대가 아니라 경제의 재설계다. 노동의 공백을 개인의 손실로 방치하지 않고, 사회 전체의 비용으로 환원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긴 연휴가 와도 누구도 손해 보지 않는다. 근로자는 안정된 휴식을, 사업주는 지속 가능한 경영을 이어갈 수 있다.
누군가는 쉴 수 있고, 누군가는 쉴 수 없는 사회. 이 구조 속에서 ‘함께의 행복’은 불가능하다. 정책이 진정한 복지로 작동하려면, 그 부담을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
‘월급’이라는 개념을 다시 보자
우리는 ‘월급’이라는 단어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월급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월급이 누군가에게는 매달 꼬박꼬박 들어오는 생계의 끈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압박의 숫자다. 같은 ‘월급’이라 불러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감정은 180도 다르다.
공휴일이 늘어날수록 그 간극은 더 커진다.
사업주는 매출이 줄어도 월급은 그대로 지급해야 하고, 직원은 매출이 줄어도 휴무를 보장받는다. 이 모순된 구조가 누적될수록 ‘고용의 불안정’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온다.
‘휴무수당제’는 이런 불균형을 조정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장치다. 노동의 가치뿐 아니라 ‘쉼의 가치’ 역시 국가가 인정하는 것이다. 휴식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투자로 인식되는 순간,우리의 경제는 비로소 지속 가능한 구조로 나아갈 수 있다.
진짜 ‘상생경제’는 이런 것이다
정부는 공휴일을 늘리는 정책에 앞서, 그 연휴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한 시간이 될 수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누군가는 쉴 수 있고, 누군가는 쉴 수 없는 사회. 이 구조 속에서 ‘함께의 행복’은 불가능하다. 정책이 진정한 복지로 작동하려면, 그 부담을 사회 전체가 분담해야 한다.
‘휴무수당제’는 단순한 보조금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연대 시스템이다. 쉬는 사람도, 일하는 사람도, 고용하는 사람도 모두 함께 버틸 수 있는 제도. 그것이 진짜 의미의 공휴일 평등이며, 새로운 시대의 ‘상생경제’다.
‘황금연휴’가 모두에게 황금이 되려면
명절마다, 연휴마다 반복되는 중소사업자의 한숨은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구조의 문제이며, 제도의 사각지대다.
공휴일이 많아지는 시대일수록, 그만큼의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다.
정부가 ‘휴무수당’을 책임질 때, 비로소 공휴일은 누군가의 휴식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가 된다.
황금연휴가 진짜 황금이 되려면, 그 황금빛은 노동자와 사업자 모두의 손에 닿아야 한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 (jsw0224@gmail.com)
#디자인정글칼럼 #누구를위한황금연휴인가 #휴무수당제 #상생경제 #중소사업자의현실 #노동과쉼의균형 #연휴경제학 #공휴일의평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