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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세종이 태어난 곳에서 다시 시작되는 정치 - 청와대로 돌아온 대통령에게 보내는 기대

2026-01-02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돌아왔다.
취임 1330일 만의 복귀다. 이 결정은 단순한 집무 공간의 이동이 아니다. 대한민국 통치 권력이 다시 역사와 시민의 한가운데로 돌아왔다는 상징적 선언이다. 

 

용산 이전이 효율과 보안을 명분으로 삼았으나, 실상은 역사·시민·상징 정치로부터 거리를 두려는 권력의 선택이었다면, 청와대 복귀는 국가 운영의 철학과 책임을 다시 묻는 정치적 결정이다.
무엇보다 이 복귀가 특별한 이유는, 이곳이 곧 세종의 품이기 때문이다.


세종은 왜 ‘성군’으로 남았는가

 

세종대왕은 단순히 유능한 왕이 아니었다. 그는 백성을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근본으로 인식한 군주였다. 그래서 세종은 늘 묻는 정치를 했다. “백성은 지금 무엇이 가장 힘든가”, “이 제도는 누구를 위해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훈민정음 창제는 그 질문의 가장 위대한 답이다. 문자는 지식인의 전유물이던 시대에, 세종은 글을 모르는 백성들이 억울함을 말하지 못하는 현실을 국가의 문제로 인식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훈민정음이다. 이는 단순한 문자 발명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한 가장 혁신적인 복지 정책이었다.

 

세종의 정치는 늘 사람을 향해 있었다.
농사직설을 편찬해 농민의 삶을 개선했고, 측우기를 만들어 과학적 행정을 가능하게 했으며, 의료 제도를 정비해 백성의 생명을 국가 책임의 영역으로 끌어왔다. 음악·과학·천문·출판에 이르기까지, 세종의 업적은 모두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백성이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다.

 


 

 

 

 

 

청와대 복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그 공간에서 어떤 정치가 펼쳐질 것인가가 중요하다. 세종의 탄생지로 돌아온 대통령이, 세종의 정신을 국정의 기준으로 삼을 때, 이번 복귀는 단순한 원상회복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 페이스북)

 

 

권력의 자리, 세종의 철학으로 돌아오다

 

청와대는 조선 왕조의 법궁인 경복궁과 맞닿아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대한민국 시민혁명의 무대였던 광화문광장이 펼쳐져 있다. 이 공간 축은 단순한 지리적 배치가 아니다. 왕권에서 시민으로 이어지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이 이 공간으로 돌아왔다는 것은, 권력이 다시 역사적 책임의 자리로 복귀했음을 의미한다. 세종이 머물렀던 공간, 세종의 철학이 숨 쉬는 자리에 들어섰다면, 이제 정치는 그에 걸맞은 품격을 요구받는다.

 

세종은 결코 독단적인 군주가 아니었다. 집현전을 중심으로 학자들의 토론을 장려했고, 반대 의견을 경청했으며, 정책 결정 과정에서 숙의와 검증을 중시했다.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합의 민주주의’와 ‘전문가 기반 행정’의 원형이 바로 세종 시대에 있었다.


한글은 민주주의의 뿌리다

 

세종의 업적 가운데 오늘날 가장 강력한 정치적 의미를 지니는 것은 ‘한글’이다. 한글은 모든 국민이 국가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문자다. 이는 곧 국정이 소수 엘리트의 암호가 아니라, 국민 모두의 언어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선언이었다.

 

이 관점에서 광화문광장은 다시 정의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광화문광장을 ‘세종·한글 광장’으로 재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광화문을 민주주의의 언어 공간, 시민 소통의 상징 공간으로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다.

 

광화문에 세종대왕 동상이 서 있고, 그 앞에서 시민이 말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구조는 상징적으로 완결된 민주주의의 장면이다. 세종이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면, 오늘의 국가는 그 문자를 사용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제도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광화문에 세종대왕 동상이 서 있고, 그 앞에서 시민이 말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구조는 상징적으로 완결된 민주주의의 장면이다. 세종이 백성을 위해 문자를 만들었다면, 오늘의 국가는 그 문자를 사용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제도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 (사진출처: 구글)

 


이재명 대통령에게 바라는 세종의 정치

 

이재명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새로운 상징물이 아니다. 세종대왕이 보여준 통치의 태도다.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먼저 보고,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을 고민하며, 권력의 편의보다 국민의 이해를 우선하는 정치다.

 

세종은 성과를 과시하지 않았다. 그 대신 제도를 남겼다. 그 제도는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다. 오늘의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도 단기 성과가 아니라, 다음 세대가 사용할 국가의 언어와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다.

 

청와대 복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제 그 공간에서 어떤 정치가 펼쳐질 것인가가 중요하다. 세종의 탄생지로 돌아온 대통령이, 세종의 정신을 국정의 기준으로 삼을 때, 이번 복귀는 단순한 원상회복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치의 품격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청와대 시대는 다시 열렸다.
이제 우리는 묻는다. 세종처럼 백성을 사랑하는 정치가 시작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시대의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무거운 책무다.

 

글_ 정석원 편집주간 (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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