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02
아프리카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흔히 사자와 코끼리, 사막과 초원, 가난과 기아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아프리카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아프리카는 여행지이고, 누군가에게는 탐험의 대상이다. 하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 아프리카는 삶의 상처를 치유하는 거대한 품이 되기도 한다.
경남 하동군 악양면 ‘마을미술관 선돌‘에서 열리고 있는 함길수 작가 초대사진전 《Africa,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아프리카 풍경 사진전이 아니다.
한 인간이 오랜 세월 아프리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하며 위로받아 온 삶의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사진이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에게 조용히 말을 건넨다.
“당신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함길수 작가 (사진제공: 함길수)
함길수는 탐험가이자 사진작가이다. 한양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문명의 경계와 지구촌 오지를 누비며 인간과 자연의 이야기를 기록해 왔다.
하동 악양의 작은 공간인 ‘마을미술관 선돌‘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장소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작은 미술관. 그러나 이곳은 늘 세계를 향해 창을 열어왔다.
<하동에서 시작된 인연>
필자와 함길수 작가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하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하동네트워크’가 있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20여 명의 외지인들이 하동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사랑한다는 이유 하나로 모인 공동체였다.
함길수 작가도 그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함께 하동의 골목을 걷고, 들판을 거닐고, 지리산 자락의 작은 마을들을 찾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쌓인 우정은 어느덧 20년이 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올해 초 우리는 또 다른 여행을 함께 떠났다.
함길수 작가가 리더가 되어 다섯 명의 여행자가 한 달 동안 아프리카 7개국을 종단하는 여정이었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해 남아공까지, 동부 아프리카를 종단하는 긴 여정이었다.
그 여행에서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함길수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아프리카를 사랑하는지. 그리고 왜 수십 차례 그 땅을 다시 찾았는지를.
<주제1. 존재의 온도>
<주제 2. 우리는 서로 풍경이다.>
<아프리카는 사람을 품어주는 대륙이다>
사실 아프리카는 쉽지 않은 땅이다.
뜨거운 태양과 낯선 문화.
예측하기 어려운 교통과 열악한 환경.
때로는 위험과 불안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땅은 사람을 밀어내지 않는다. 오히려 상처 입은 사람을 품어준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수많은 관계와 경쟁 속에서 지쳐 있다.
쉼 없이 성과를 요구받고, 비교당하고, 속도를 강요받는다.
그러나 아프리카에는 그런 것이 별로 없다.
대신 ‘사람‘이 있다.
아이들의 웃음이 있고, 시장바닥의 소란이 있고, 공동체의 온기가 있고, 해가 뜨고 지는 자연의 리듬이 있다.
그 속에 며칠만 머물러도 인간이 원래 어떤 존재였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인간과 대자연의 소리 없는 위로’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아프리카는 말없이 위로한다.
그냥 존재함으로써.
<주제 3. 검은대륙, 빛의 얼굴>
<주제 4. 살아 낸다는 것>
<사진은 결국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
전시장 벽면에는 함길수 작가의 짧은 글이 걸려 있다.
“사진이란, 내가 그것이 되는 것이다.”
이 문장은 이번 전시 전체를 설명하는 핵심 문장이다.
그에게 사진은 기록이 아니다.
사람을 찍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되는 일이다.
사막을 찍는 것이 아니라 사막이 되어보는 일이다.
낙타를 찍는 것이 아니라 낙타의 속도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그는 글 속에서 말한다.
“사진은 결국 그의 인생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 걸린 수많은 얼굴들은 단순한 초상이 아니다.
사진 속 인물은 아프리카인이지만 동시에 함길수 자신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것은 우리 자신의 얼굴로 다가온다.
<주제 5. 인간 이후의 속도>
<주제 6. 태초의 리듬>
<검은 대륙, 빛의 얼굴>
이번 전시는 총 일곱 개의 주제로 구성된다.
‘존재의 온도’
‘우리는 서로의 풍경이다’
‘검은 대륙, 빛의 얼굴’
‘살아낸다는 것’
‘인간 이후의 속도’
‘태초의 리듬’
‘인간 중심의 가치’
주제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관광 사진전이 아니다.
인문학적 질문을 던지는 전시다.
특히 ‘검은 대륙, 빛의 얼굴’이라는 제목은 인상적이다.
아프리카는 오랫동안 서구의 시선 속에서 ‘어둠의 대륙’으로 규정되어 왔다.
그러나 함길수는 그 안에서 오히려 빛을 발견한다.
아이들의 눈빛.
노동하는 사람들의 손.
서로를 바라보는 미소.
그리고 공동체의 연대.
그 빛은 전기가 아니라 ‘생명력‘이다.
그래서 사진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래 남는다.
<주제 7. 인간중심의 가치>
<사하라를 건너며 발견한 것>
전시장 한편에는 사하라 사막 종단 기록이 소개돼 있다.
모로코에서 모리타니아, 세네갈에 이르는 여정.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며 그는 사막을 건넜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것은 사막이 아니었다.
자신 안에 숨어 있던 두려움이었다.
“두려움은 내 안의 문제였다.”
그의 글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문장이다.
아프리카는 위험한 곳이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게 만드는 거울이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아프리카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사랑은 이해에서 시작된다고.
그 이해는 결국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었다고.
필자와 함길수 작가의 인연은 20여 년 전 하동에서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 올해 초엔 아프리카 여행을 함께 했다. 비행기 탑승 전, 한 컷 남긴 사진.
<작은 미술관에서 만난 거대한 세계>
하동 악양의 작은 공간인 ‘마을미술관 선돌‘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장소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 잡은 작은 미술관.
그러나 이곳은 늘 세계를 향해 창을 열어왔다.
이번 전시 역시 그렇다.
관람객은 하동의 작은 미술관에서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대륙을 만난다.
그리고 그 대륙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만난다.
전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 순간 사진보다 ‘사람‘을 보게 된다.
사진 속 사람들.
그 사람들을 바라보는 함길수의 시선.
그리고 그 시선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얼굴.
결국 이번 전시는 아프리카 사진전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전시다.
‘삶‘에 대한 전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로‘에 대한 전시다.
상처받은 사람을 품어주는 대륙.
그 대륙을 사랑한 한 탐험가.
그리고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발견한 ‘인간의 온도’.
이번 전시는 그 따뜻한 체온을 사진으로 전하는 전시다.
전시장을 나서며 오래 남았던 것은 사막도, 초원도 아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결국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프리카는 그 가장 오래된 진실을 우리에게 조용히 가르쳐주는, 그런 대륙이다.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인
작품사진_ 함길수 작가
<전시 정보>
전시기간 : 2026. 5. 29 ~ 7. 31
전시장소: 경남 하동군 악양면 ‘마을미술관 선돌‘
<함길수 작가 소개>
함길수는 탐험가이자 사진작가이다.
한양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문명의 경계와 지구촌 오지를 누비며 인간과 자연의 이야기를 기록해 왔다. 2004년 SBS와 함께 알래스카에서 칠레 최남단 푼타아레나스까지 약 7만 8천km를 종단한 ‘록키·안데스 아메리카 대탐험’을 비롯해 시베리아와 유라시아 대륙 횡단, 아프리카 종단 등 수많은 탐험 여정을 이어왔다.
그는 EBS <세계테마기행>을 통해 아프리카와 중동 등 세계 여러 지역의 삶과 문화를 소개하며 대중에게 잘 알려졌으며, 특히 아프리카를 수십 차례 여행하며 그 땅의 자연과 사람을 깊이 있게 기록해 왔다.
함길수는 여행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인간과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바라본다. 그의 사진은 풍경보다 사람을, 사건보다 존재를 응시한다.
저서로는 《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사람이 그리움을 부른다》, 《SOUL OF AFRICA》 등이 있으며, 현재도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글과 사진, 강연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전하는 삶의 지혜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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