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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展

2008-07-15

여름향기로 흠뻑 물들어 가는 7월, 라틴아메리카의 열정과 신비롭고 예술혼을 불태운 거장들을 만날 수 있는 경이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태양과 정열의 땅, 라틴 음악과 춤이 어우러진 축제의 땅, 천혜의 보고로 자연자원이 풍부하고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함께 하는 곳으로 알려진 라틴아메리카는 탐험해 보고 싶은 미지의 세계로 흥미와 궁금증을 자아내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展’은 미술사에서 크게 족적을 남긴 서유럽이나 미국중심으로 기획된 전시의 틀에서 벗어나 중남미 14개국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라틴아메리카 15개 나라의 특유의 색채감과 다양한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이채로운 전시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서구살롱 풍 미술에 반기를 들고 새로운 라틴아메리카의 특성을 반영한 미술작품을 창조하고자 노력하는 과정에서 나온 작품들로, 20세기 라틴아메리카의 복잡한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과 인종적 문제를 그들의 독특한 미감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모더니즘 미술의 도입이후 현대미술이 성행하기 시작하는 시기까지의 라틴아메리카 근대미술의 정수를 살필 수 있는 장으로 15개국의 대표 작가 80여명의 120여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자료제공 ㅣ MBC 글로벌사업본부 문화사업팀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展’에서는 멕시코의 대표적인 여성작가이자 디에고 리베라의 부인으로 잘 알려진 프리다 칼로는 처절하고 가혹한 운명이 드리운 어둠의 그늘을 삶에 대한 정열과 집념으로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초현실주의적 예술세계를 아름답게 구축한 대표적 페미니즘 작가로서 이번 전시에서 주옥같은 작품 7점을 선보인다.
프리다 칼로의 남편이며 예술적 동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멕시코 벽화가 이자 벽화운동을 이끈 디에고 리베라와, 다이내믹한 리얼리즘의 기법으로 혁명 정신을 벽화에 표현한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멕시코혁명 후의 멕시코 민족재흥운동의 일익으로 미술가조합을 조직하여 혁명과 전란의 영웅적 광경을 강렬한 비극적 인상으로 그리기도 한 호세 클레멘트 오로스코. “멕시코 르네상스”를 주도했던 멕시코 3대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모노크롬 아티스트로 캔버스의 칼집자국으로 2차원의 평면이라는 캔버스가 갖는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개념적인 작업을 통해 조형적인 긴장감은 물론 공간에 대한 문제를 제시하고 공간개념을 이끌어내어 회화와 혼합한 새로운 미를 창조해 낸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과, 풍만한 인물표현으로 우리에게 여유로움과 유머와 풍자의 미학을 느끼게 해주는 콜롬비아의 국민작가 페르난도 보테로 등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20세기 초반부터 1970년대까지의 격랑 치는 바다와도 같았던 라틴아메리카의 역사가 안고 있는 갈등과 상처, 그 치유과정을 담고 있으며, 모더니즘의 도래와 전통적인 요소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중재를 통해 라틴아메리카의 현재를 고찰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의 과거와 현재 또한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은 크게 미술 운동이 일어난 시기를 기준으로 “세계의 변혁을 꿈꾸다 : 벽화주의 운동”, “잃어버린 나를 찾아서 : 개인의 세계와 초현실주의”, “형상의 재현에 반대하다 : 구성주의에서 옵아트까지”, “우리는 누구인가 : 라틴아메리카의 역사와 정체성”으로 나뉘어 전시된다.

1920년대 멕시코에서 시작된 벽화운동은 1910년 발발한 멕시코 혁명이 미술에 미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라틴아메리카 출신 백인지배자들에 대항하여 인디오와 메스티조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일어난 멕시코 혁명은 인디오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보존하고 부흥시켜야 한다는 인디헤니즘 운동으로 이어지며, 이것은 다시 전통적인 원주민 문화에 기초한 새로운 민중예술을 구현하여야 한다는 바람으로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으로 나타나게 된다. 벽화주의 운동은 멕시코에서 발원하여 디에고 리베라,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 호세 클레멘테 오로츠코, 프란시스코 고이티아 같은 대가들을 낳았으며, 1920-30년대 라틴아메리카 여러 지역으로 뻗어나가 페루의 사보갈, 에콰도르의 구아사민과 킹만, 브라질의 포티나리와 같은 작가의 작품을 통해 라틴아메리카 민중의 삶과 생활을 반영하는 작품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 초현실주의가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38년 앙드레 브르통의 멕시코 방문과 1940년 국제 초현실주의 전시가 개최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프리다 칼로, 마리아 이스케르도 등의 작가들은 자신들을 초현실주의 작가로 인식하지는 않았지만, 자신과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충분한 감성을 가지고 통찰한 후, 그것을 전통적인 상징체계에서 영원한 여러 가지 모티브들을 활용하여 작업하였다. 한편, 이들이 보여준 지극히 개인적인 세계는 초현실주의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라틴아메리카에 초현실주의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작가로는 칠레의 마타, 쿠바의 위프레도 램, 아르헨티나의 아이젠 베르그 등 서유럽의 조형언어에 라틴아메리카의 전통적인 특성들을 융합함으로써 마술적 환상을 드러내고 있다.

20세기 초반 입체주의가 라틴아메리카에 도래한 후, 구성주의 경향이 본격적으로 꽃피우기 시작하는 때는 1940년대 중반이후라고 할 수 있다. 대전후 2차 세계대전에 가담하였던 지역에 앵포르멜과 같은 서정적 추상이 주도하였다면, 2차 세계대전을 경험하지 않은 라틴아메리카는 대전의 결과로 원자재 판매의 경제적 호황을 누리게 되고, 급속한 경제적 호황기를 맞게 된다. 지속적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과 근대화, 산업화에 대한 희망을 배경으로 이 시기 라틴아메리카의 화단은 기하추상이 주도하게 된다. 이 시기의 대표적 작가로는 베네수엘라의 알레한드로 오테로, 아르헨티나의 루치오 폰타나, 우루과이의 호세 가마라, 우루과이의 호아킨 토르레스-가르시아가 있으며 이들의 작품에서는 유럽식 구성주의와의 다른 독특함을 발견할 수 있다.

잉카와 마야, 아즈텍 같은 훌륭한 문명과 풍부한 자연자원을 물려받은 라틴아메리카는 오랜 동안 서유럽의 식민지로 착취당하였고, 그 결과 특유의 인종과 문화를 형성하게 된다. 다양한 인종의 혼혈과 문화의 결합은 라틴아메리카의 정체성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는 미술작품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한편, 작품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와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움직임은 때로는 전통의 육중함으로, 또 때로는 모던의 화사함으로 드러나게 되는데, 정체성을 화두로 작업한 작가로는 멕시코의 루피노 타마요, 베네수엘라의 후앙 비센트 파비아니, 헥토르 폴레오. 페데리코 브란트, 브라질의 에밀리아노 디 카발칸티 등이 있으며, 이들의 작품에는 신비한 라틴아메리카의 전통 인디언 문화와 아프리카에서 연원한 중앙아메리카의 나이브한 미술 등이 함께 녹아들어 풍부한 색상과 원초적인 조형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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