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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뚜벅뚜벅, 후루룩 쩝쩝 <동경 라면산보>

2009-03-03


책 <동경 라면산보> 는 ‘맛있는 라면 한 그릇을 맛보고, 그 주변을 산보하면서 일본을 느끼는 소박한 여행서’를 표방한다. 도쿄타워에 가는 방법도, 신주쿠나 시부야 관광을 위한 일반적인 정보도 없지만, 후루룩 쩝쩝 먹고 뚜벅뚜벅 걷다 보면 저절로 느낄 수 있는 일본의 정서를 담았다.

에디터 | 이상현( shlee@jungle.co.kr), 자료제공 | Proud



“지난 2년간 나는 동경을 중심으로 라면만 먹고 다니는 여행을 기획했다. 기왕이면 라면집뿐만 아니라 라면집 뒷골목의 다양한 풍물도 돌아 다녀보면서, 일본의 옛 정취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을 중심으로 산보(散步)를 해보기로 했다. 원래 우리나라 말로는 산책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일본에서는 산보(散步)라고 말한다. 동경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라면산보를 통해 만났던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과 이야기들이 내 생애 가장 맛있고 행복한 여행으로 만들어주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후루룩 쩝쩝, 라멘의 매력 속으로

가히 라멘의 인기가 절정이다. 소리 소문 없이 매니아를 양산하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라멘 전문점들이 젊은이들의 거리에 속속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홍대 앞이나 강남 등지의 유명 가게(하카다분코, 라면81번옥, 오네상 등) 앞은 연일 길게 늘어선 손님 행렬을 목격할 수 있다. 과연 한국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일본 라면의 매력은 무엇일까. <동경 라면산보> 의 저자 석현수가 그 비밀을 찾아 동경으로 떠났다.

중앙대학교 아트센터의 예술감독이자 한국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독특한 경력과 이력의 저자는 동경 구석구석에 위치한 200여 군데의 라멘 가게를 순례하듯 다녔다고 한다. 직접 시식을 하며, 전문적인 미각과 기준에 입각해,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어울리는 33곳을 엄선했다(라면 매니아를 위하 동경 라면 베스트 25곳을 따로 정리했다). 그는 가게마다 라면의 맛과 특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맛집 소개’에 머물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 다니며 일본의 이모저모를 느낄 수 있는 8개 지역의 산보 코스를 발굴했다.


뚜벅뚜벅, 동경의 매력 속으로

흔히들 해외 여행 가이드에 소개되는 천편일률적인 명소만을 쫓다 보면, 해당 국가의 문화를 느끼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길을 잃어 헤매는 뒷골목에서 ‘진짜’를 만날 수 있다고. 그래서 고수들이 말하는 해외 여행 즐기기 비법 중 하나가 바로 ‘내국인의 시선으로 여행하기’다. 관광차에 몸을 실은 채 파노라마처럼 그곳을 스쳐 지나는 것이 아니라, 내국인들처럼 두 발로 직접 걸어 다니며 ‘생활’을 ‘경험’해보는 것. <동경 라면산보> 는 단순히 라면의 맛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라면 가게에 녹아있는 일본인들의 생생한 삶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를 비롯해 외국에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키치죠지’ 거리, 에도시대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야네센’, ‘아사쿠사’의 뒷골목, 예술이 묻어나는 ‘우에노’ 등 저자가 오랜 일본생활에서 체득한 새로운 명소들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일본인들이 오래 전부터 즐겨 찾아온, 그들만이 알 수 있는 숨은 가게들도 소개한다. 80년 이상 된 야끼토리(닭꼬치)집, 120년 역사의 일본전통과자전문점, 메이지시대에 생긴 커피전문점, 130년 전통의 단팥빵 전문점, 50년이 넘은 도미빵(붕어빵) 가게…. 저자가 발견한 ‘내공’있는 명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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