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푸른 눈에 비친 한국, 메가시티

2010-01-19


한국에는 해외처럼 볼만한 건물이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에 반해 이미 우리의 건축 수준이 상당한 경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오히려 외국인이 알리는 행사와 강연회가 열려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세계 유명 건축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국 건축의 위상을 역설하는 동시에 주변에 훌륭한 수준의 건축이 있음에도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 국내 건축계의 현실을 깨닫게 했다.

에디터 | 이영진(yjlee@jungle.co.kr)

13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의 연계행사로 독일건축박물관장 피터 슈말의 강연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세계 각지로 뻗어나는 한국 건축에 대한 관심을 입증하는 듯 강연회는 전공 학생들과 업계 사람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을 만큼 성황을 이루었다. 독일건축박물관장 피터 슈말의 ‘유럽의 눈으로 본 한국 현대건축’ 강연회는 현대한국건축을 유럽인의 시각에서 분석함으로써 중국, 일본건축과 차별화된 한국건축의 정체성을 점검하고, 미래의 담론을 나누는 자리로 한국건축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증진하고자 마련된 것이다.


강연회에서 독일건축박물관장 피터 슈말은 한국 건축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실 이번 ‘메가시티 네트워크’ 전도 피터 슈말이 먼저 제안한 것. 그의 한국건축에 대한 관심은 2005년 한국이 주관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의 일환으로 개최한 동서양의 공공공간에 관한 심포지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서울을 직접 방문하여 도시 속에서 혁신적 방법론을 시도하는 한국의 건축가들에 대한 놀라웠던 기억을 계기로 한국 현대건축에 대한 전시를 김성홍 교수에게 제안했다. 김성홍 교수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한국의 대표건축가 16인과 2009년 12월 독일건축박물관에서 유럽순회전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그는 이번 ‘메가시티 네트워크’전의 출품작을 두고 “작품들이 다양하지만 한국이라는 메가시티의 크기에 비해 미미하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건축물이 더 많이 지어져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정부와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유럽에 알려진 한국 현대건축물과 세계적 흐름 속에서의 한국 현대건축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한국은 한국엑스포 빌딩과 같은 큰 건축물의 경우 공모전을 통해 경쟁 체제로 열어 최고 수준의 작품을 선발해 작업하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며, 자신의 모국인 독일의 경우 대형 건축사무소에 의뢰하기 때문에 평범한 수준에 머물게 됨을 아쉬워했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이 독일보다 앞선 시스템으로 잘 갖추어져 있다는 것. 특히 그는 한국의 건축 제한에 대해 가능성이 많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에는 지리, 기후뿐만 아니라 건축물 관련 제약이 많다. 하지만 이 때문에 독창적인 건축물이 나오는 것이다. 노래방 같은 독특한 방문화와 기후 때문에 폐쇄적인 공간 구조로 되어 있는 것 같다. 강남 대로변에는 고층 건물이 서 있고 뒤편에는 주택가가 형성되어 있어서 존 (zone)구성이 매우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독일은 식당이 1층이나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데 한국은 2층, 3층, 그 이상에도 위치한 것도 독특했다”는 것.
프랑크푸르트에 소재한 독일건축박물관(DAM) 관장인 피터슈말은 독일의 테크니컬 유니버시티에서 건축학을 전공하였으며, 2000년부터 독일건축박물관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였다. 세계 최초의 건축전문박물관의 하나인 독일건축박물관은 1979년 설립된 이래 세계 건축 담론의 중심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건축만을 전시 기획하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건축 자료 보존관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곳이다. 매년 다양한 전시회와 컨퍼런스가 건축전문가 및 일반대중들을 위해 건축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대중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역동적인 거대도시 공간을 주제로 건축문화의 현재와 미래를 점검해볼 수 있는 ‘메가시티 네트워크: 한국 현대건축 서울’전에 참여한 건축가들이 전시회를 설명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12월 23일부터 2010년 3월 7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전시된다.


앞서 강연회에서 ‘한국건축은 북한의 건축도 포함한다’는 우리도 미처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언급했다. 독일도 우리와 상황이 비슷했을 것 같은데, 통일이 되기 이전 서독에도 유명 건축가나 집단이 있었는가? 그리고 현재의 서독과 동독의 건축적인 교류 어떤가?
우리는 통일에 대한 완벽한 준비를 마치기 전에 통일을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서구와 동독간의 미디어 소통은 남한과 북한 정도는 아니었고,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었다. 하지만 서독에 비해 동독의 건축가들은 높게 평가받지 못했다. 천편일률적인 박스형 건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념비나, 재건축하는 등의 능력은 탁월했다. 서독에는 건축사무소가 많았고, 이 사무소들은 통일이 되면서 동독에 있는 건축가들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서독에서는 건축가들이 뉴욕, 런던 등의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고, 동독의 건축가들의 국내 활동이 활발한 실정이다.

외국인의 시각으로 본 한국 건축의 아름다움이 무엇이며, 다른 아시아와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한옥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본과 비교했을 때 한옥의 온돌은 매우 우수하다. 나는 온돌을 연구하면서 한국의 전통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었고 그 우수성에 대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는 수백 년은커녕 50년 이상 된 건축물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것들이 없어지는 것은 역사가 사라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무리 글로벌 사회라고는 하지만 국가마다 창의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체성을 잃는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할 수 없다.

서울에 여러 차례 방문했다고 들었다. 전시회에 참가한 작품들을 실제로 보고 이미지와 실제와의 간극이 컸던 건물이 있었나?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품들은 대부분 실제로 보았다. 사진으로 본 바와 별로 다른 것은 없었다. 한국에서 본 건축물 중에 최근에 완공된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는 사진으로 보던 것보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프랑스의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가 지은 건물로 알고 있는데, 현재 그 부지의 맥락과는 조금 맞지 않는 듯했다. 건축물은 현지 경험과 설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최대한 현지 부지에서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지에서 건축팀을 구성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일 것이다.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는 한국에 36번 이상 방문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이야기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건축가다(웃음). 이화여대 캠퍼스 복합단지(ECC)는 지하층을 구성한 것과 겹겹이 쌓은 형태 ‘스태킹’이 돋보이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하지만 워터파이프의 작은 디테일은 그 건물의 전체적인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미니크 페로에게 결과물에 대해 만족하는지 묻고 싶다.

이번 메가시티 네트워크 전에서는 한국의 13명의 건축가들이 참여했다. 중국의 건축 전시회 ‘M8’도 열었다고 들었는데 한국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완전히 다른 경우임을 밝힌다. 중국의 전시회를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파트너를 구하는 일이었다. 중국에서는 정부부처의 관여가 심했다. 또 소개받은 중국의 건축 출판사는 수익에 중점을 둔 비즈니스맨으로서의 입장이었다. 이에 비해 한국 전시회는 접근법이 상당히 달랐다. 체계가 잡혀있고 건축을 대하는 태도와 접근 방식이 매우 우수하다. 한국으로서는 잘 된 것이며, 축하받아 마땅할 일이다.

한국의 건축도 초고층 빌딩 등을 비롯해 서구 문물이 많이 받아들여진 건축이 유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밀집된 유형(typology)들이 새로웠다. 나는 한국의 건축이 서구의 영향으로 새로워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이는 한국의 지리적 제약 때문이다. 공간을 극대화 하고자 초고층 빌딩과 건물 내에 방적인 개념의 공간이 생기는 것 아닌가? 제약, 규제가 많은 한국의 조건 때문에 이를 잘 극복하고 건축물을 짓다 보니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건물이 생성되는 것 같다. 조민석의 에스트레뉴만 해도 그렇다. 한국의 지역적 특성인 특수 제약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유럽에서는 절대 탄생할 수 없는 건축물이다.

한국이 21세기 창조적인 도시를 만드는데 건축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이 ‘창조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광고, 영화, 디자인 그리고 무엇보다 건축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창조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에게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특히 좋은 공공프로젝트에 건축가들에 대한 기회를 열어두어야 하며 그에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