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26
새롭게 단장한 메르세데스-벤츠 뮤지엄은 많은 기대만큼이나 많은 찬사를 받으며 5월 20일,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세계 건축 설계 사무소 중에서도 높이 평가받고 있는 사무소, UN Studio에서 건축설계를 맡았다. UN Studio의 대표이자 비선형적이고 유기적인 건축의 대표 건축가라고 할 수 있는 Ben van Berkle은 메르세데스 벤츠 뮤지엄은 각각의 혁신적인 공간적인 원리들이 동시에 어우러져, 새로운 표상을 창조해냈다고 설명하고 있다.
취재| 김민선 객원기자 (k.minsun@gmail.com)
맨 먼저 들어서면, 벤츠 박물관과 벤츠 센터등 각각의 건물을 가르키는 화살표 조형물이
큰 광장에서 공간내의 방향성을 제시하면서 자칫 분리되어 보일 수 있는 공간들을 연결시키고 있다. 박물관 외관은 티타늄 소재와 유리로 마감을 하고, 형태는 각 층을 구별할 수 없는 비선형적인 형태로 마치 대형 은색 리본을 땅 위에 말아서 감아놓은 듯하다. 자연스러우면서 동시에 세련된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이미지를 잘 살린 형태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게 되면 거대한 미래 우주 정거장에 들어온 듯한 경이로운 착각을 일으킨다. 내부는 둥근 삼각형 형태의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하여 노출 콘트리트로 마감한 전시실이 둘러싸여 있는데, 메르세데스-벤츠 역사를 담은 움직이는 큰 동영상이 계속적으로 콘크리트 벽을 스크린 삼아 상영된다. 또한, 캡슐 모양의 3개의 엘리베이터가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데, 이것은 관람객이 입장과 동시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 전시를 관람하면서 내려오기 때문이다. 전시실은 엇갈린 형태의 두 개의 나선형 형태로 구성되어 관람객에 따라 두 가지 방향의 관람 순서를 선택하여 관람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겹의 레이어 구조물로 구성된 지붕을 통과하는 햇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공간은 시간에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여 낮은 층고와 맞물려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을 준다. 그 가운데, 자동차 이전에 가장 최초로 인간이 타기 시작한 말과 함께 초기 자동차 모델들의 전시가 시작된다. 그리고 난 후, 본격적인 나선형 긴 복도를 따라 내려가면서 전시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복잡한 형태의 층 구별을 아주 간단하면서도 시각적인 방법으로 관람객을 안내하고 있다.
왼쪽의 E는 Exhibition Level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통 땅에서 시작하는 층수를 나타낸다. 그리고 오른쪽 M과 C는 각각 Mythosrunddgang (Legend tour), Collectionsrundgang (Collection tour)를 의미하는데, E와는 반대로 관람객의 관람하는 순서에 따른 층수를 나타낸다. 특히나 M과 C는 서로 엇갈린 나선형태로 같은 층이 반복되고 있음을 쉽게 표현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 E=mc²를 연상시키는 이니셜과 층수 배열은 빛의 속도로 달리는 미래 자동차의 뉘앙스를 주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선형태의 긴 복도를 따라 메르세데스-벤츠의 역사뿐만 아니라 독일의 역사, 세계의 역사 등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사진들이 꼭대기 층부터 지상 층까지 연도별로 전시되어 있는데, 자동차의 발전과 함께 사회, 문화, 정치, 경제의 다각도의 관점에서 세계적 흐름을 살펴봄으로써 인류의 역사와 함께 자동차 발전의 역사는 뗄래야 뗄 수 없는 필연적인 관계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예를 들면, 1936년 산업사회의 병폐를 풍자한 찰리 채플린의 Modern Times 사진 패널을 전시함으로써, 산업혁명 후 근대사회에서 자동차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한 반면 그 때 당시 피폐해진 인간 내면과 사회상을 말하고 있다. 또, 눈에 띄는 사진이 있다면, 대량생산이 가능해짐으로써 제작 단가가 저렴해진 반면, 이러한 획일적인 사회의 반기를 든 포스트모더니즘이 나타나게 되는데 사회의 염원을 반영하면서 음악뿐만 아니라 비틀즈의 모든 것들이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사진 또한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나선형 복도의 연대기 패널로 연결되는 각 층의 메인 전시실은 그 시대를 풍미했던 컨셉으로 실내 전시 디자인 구성했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고가 액세서리처럼 자동차가 권력과 부의 상징이었던 근대사회의 전시실은 황금색의 벽과 천장의 수정 샹들리에와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자동차가 전시되어 있다. 현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사회의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비행기 프로펠러의 엔진이 천장을 장식하고 단순한 형태의 구성방식으로 자동차가 전시된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에서는 신소재가 개발됨에 따라 밝고 가벼운 느낌의 재료로 구성되어있고, 글로벌 시대로 오면 세계는 이미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하나의 공간이라는 개념을 느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빛이 반사되는 타일로 내벽을 마감하고, 전시실 천장 가운데 링 모양의 LED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는데, 안쪽의 전광판은 지구의 경도를 중심으로 세계 각 나라에서 자동차를 타고 있는 비디오가 상영되고, 바깥쪽 전광판은 그 나라의 수도 이름과 경도가 표시된 파란색 LED가 지구가 자전하듯이 매우 빠른 속도로 돌아가면서 빠른 정보화, 글로벌화를 재미있게 나타낸다.
지금까지 살펴봤던 경로는 M 층 방향, 즉 Legend tour의 동선으로 층계 구별 없이 연대기적인 성격이 강한 공간의 흐름을 봤다면 이번엔 C층 방향, 즉 Collection tour의 동선으로 둘러 본다면 마치 초현실주의 작가의 그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계단으로 층계를 이동하게 된다. 이 전시실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만든 자동차 중에 제작 시기나 기능이 비슷한 자동차의 종류를 한 곳에 모아놓은 곳인데, 이곳은 어떠한 특별한 실내 구성을 하지 않고 건축 구조물 자체를 통해 생성되는 공간 내에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전시하였다.
마지막은 기술력이 바탕으로 하는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카들로 가득차 있는 전시실이다. 마치 레이싱 도로에서 나는 거친 엔진 소리와 30도 이상 기울어진 바닥위에 육중한 실제 레이싱 카의 디스플레이, 그리고 시각적 효과를 더하는 천장의 레이아웃 패턴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감각적 긴장감을 주어 실제 경기장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뿐만 아니라 실제 경기장의 관중석처럼 구성된 2층의 관람석 앞에는 레이스 역사와 과거 레이싱 영상들과 함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또 직접 레이싱을 체험할 수 있는 레이싱 시뮬레이션 기계도 있어,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지루한 관람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즐길 수 있는 박물관임을 알림과 동시에 그들의 기술력을 실감나게 보여주기도 했다.
출구로 나가는 계단에서도 마지막까지 관람객들의 시선을 그냥 두지 않고 다양한 원리로 작동하는 여러 가지 미래 자동차 디자인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원형 벽면에 수직으로 부착하여 비행까지도 가능할 수 있는 미래 자동차 모습의 상상하게끔 자극한다. 동시에 수평 디스플레이에는 가장 최신 모델이 함께 전시되어 있어, 우리가 꿈꾸는 미래 자동차 또한 벤츠의 최신 모델에서 머지 않았다는 은근한 암시가 있는 재미있는 구성을 끝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뮤지엄을 모두 둘러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