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리뷰

디자인 강국을 향한 전문 교육 기관의 약진

2006-12-01


언제부터인가 디자인 강국을 향한 국가적 열망은 막상 디자인 산업 인구가 아닌 이들도 자연스럽게 알아차릴 정도가 되었다. 디자인 강국이라는 말은 축구 강국이라는 말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산업의 최첨단, 그 종국에 디자인 산업이 위치한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대열에 확실하게 속했다는 자신감을 위해서라도, 디자인 강국을 향한 행보는 더욱 급해질 수밖에 없다.

급한 발걸음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은 젊은 디자인 인재들이다. 단지 나이의 젊음으로만 재단될 수 없는 이들은 디자인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두려워하거나 기존 문법에 얽매이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인프라 확보와 이들이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국내 디자인 산업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최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레드 닷 컨셉 디자인 어워드(Red dot Concept Design Award) 2006’수상자에는 삼성디자인학교(SADI) 소속 학생들이 속해있어 눈길을 끈다. 박상현, 김지애 두 명이 공동 출품한 ‘봉봉 박서(Bong Bong Boxer)’가 레크레이션 부문 위너로 선정된 것. 레드 닷 디자인 어워드는 세계 3대 권위 있는 Design Award 중 하나로, 기업에 기반을 두고 있는 기성 디자이너가 아닌 디자인 전문 교육기관에 소속된 학생들이 올린 쾌거다.

전문가 양성 교육 기관이 세분화되어 있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학 교육이 학자와 전문가 모두를 양성해야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입시 교육과 입시 실기 과정을 거쳐 대학을 들어가고, 대학 졸업 후 더 높은 단계의 교육기관에 들어가거나 유학을 떠나는 것으로 전문가 그룹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하는데 소요되는 긴 시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입시의 과정에서 생기는 불협화음은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렇듯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일반적인 디자인 전문인력 양성 과정의 문제를 생각해 볼 때, SADI 소속의 박상현, 김지애의 수상 소식은 디자인 전문 교육 기관의 의의를 돌아보게 한다.

취재| 남궁경 기자 (knamkung@jungle.co.kr)

삼성그룹이 지난 95년 설립하여 올해 설립 11년째 들어선 SADI (Samsung Art & Design Institute)는 디자인 인재육성을 위해 설립한 전문교육기관으로 지금까지 500여명의 전문 디자인 인력을 배출해 왔다.

선진화된 커리큘럼과 교수진, 해외 교육 네트워크와 긴밀한 산학 협동 등 교육환경은 국내어느 대학과 비교해서도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지만, 정규대학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배출해온 졸업생들의 활약은 SADI를 명문 디자인 교육기관으로 인식시키는 가장 큰 자산이다.


SADI는 Fashion Design, Product Design, Communication Design 등 세 개의 전공 과정이 있으며, 보통 4년제 대학과는 달리 교양과 같은 전공 이외의 커리큘럼은 영어를 제외하고는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입학 후 1년 간의 기초 과정을 통해 미술 및 조형, 디자인에 대한 풍부한 이론을 습득하게 된다. 즉 철저히 실무 위주의 전문 디자이너 양성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 패션 디자인 전공 졸업 패션쇼를 위한 졸업작품을 서정기, 정구호, 정욱준 같은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하는 것은 이들의 교육환경을 설명하는 단적인 예다.

이들이 보유한 커리큘럼은 뉴욕의 디자인 명문학교인 파슨스의 커리큘럼을 도입한 것이다. 파슨스 이외에도 다수의 대학과의 연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연계를 기반으로 하는 SADI의 네트워크 컬리지 프로그램은 이들이 보유한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유명세를 탔다. SADI에서 3년 과정을 마치고 나면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외국의 대학에 3학년이나 4학년으로 편입을 할 수 있는 제도로 유학을 따로 준비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효율적인 프로그램이다.

특히 2006년 한 해 동안 국내외 어워드 및 디자인 산업 현장에서 SADI 출신 및 소속의 디자이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얼마 전 종영된 할리우드 영화 Superman Returns의 Title sequence제작팀을 이끈 이희복은 SADI 제2회 졸업생이며, 미국 Carnegie Mellon대학을 졸업하였다. 이희복은 Film title분야의 황금기를 연 Kyle Cooper가 설립한 두번째 회사 Prologue에 입사하여 Kyle Cooper와 함께 팀을 이루어 art director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참고 사이트: http://www.andrew.cmu.edu/user/heebokl/title.html)

얼마 전 SADI광고졸업생모델로도 활동한 이기호의 경우도 해외에서 활동 중이다. SADI졸업 후, 제휴학교인 MIAD(Milwaukee Institute of Art & Design)를 거쳐 미국 굴지의 광고회사인 BVK에 입사하여 그래픽 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인정받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T-shirt디자인으로 Graphis Design Annual 2007에 선정되었다. (참고사이트: http://www.SADI.net/story)


패션업계에서도 SADI 졸업생들의 활약이 돋보인다.
지난 4월 열린 06-07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에 등장한 김은희 역시 SADI졸업생이다.
김은희는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뒤, SADI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2004년 청담동에 ‘에브노말(habenormal)’매장을 열었다. 지난해 3월부터는 갤러리아 백화점의 편집매장인 GDS에서도 선보이고 있다.
또한 작년 서울컬렉션에서 신진디자이너로 데뷔, 올해로 3번째 서울컬렉션 무대에 오른 디자이너 김민지는 00학번으로 SADI를 입학하고 Parsons유학, 안나수이 인턴을 거쳐 현재는 청담동에서 collection shop을 운영하고 있다.
SADI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한국 패션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정민 역시 주목할 만한 신인 디자이너로 떠오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렇게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들 중에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던 비전공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레드닷 수상자 박상현은 서울대 기계항공학부, 김지애는 생명과학부를 졸업했다. 다른 전공을 졸업했고 디자인에 대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SADI에 입학, 세계적인 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전문적인 디자인인력을 집중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 기관이 왜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고정관념과 편견에서 자유롭고 열린 네트워크를 지향하는 전문 기관이 창조적인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토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레드닷 어워드 수상의 주인공 박상현 김지애 팀은 유쾌하다. 차근차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을 잘 알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몇 번의 통화와 서면 인터뷰, 그리고 그들에 대한 자료와 수상작품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그들은 분명 유쾌한 이들일 거라고 단정짓게 되었다. (만약 유쾌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죄송하지만.)
늦깎이로 시작했지만, 이라는 단서를 얘기하면서도 열정과 발상만큼은 순수함을 전달한다. 이들의 작품 봉봉박서도 어린아이의 것과 같은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면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Jungle : 레드닷 수상 소식을 접하고 많은 축하와 인사말을 들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늦깎이로 시작했기 때문에 수상의 기쁨과 소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요.
박상현: 늦깎이로 시작해서이기도 하고 디자인이라는 분야 자체의 성격상 항상 고민이 많았다. 지금 뒤늦게 시작해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나에게 소질이 있는 걸까, 가능성 없는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무엇보다 이번 수상으로 전혀 가능성 없는 길을 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조금이나마 확인 받은 듯 해서 기뻤다.

김지애: 주변에서 수상소식을 듣고 많은 축하를 해주시지만, 아직 기뻐하긴 이른 것 같다.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남들보다 부족한 부분을 생각하면 마음을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니 뛰어난 사람들이 너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Jungle : 서울대를 졸업하고 진로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말이죠…^^;;) 진로를 바꾸는 데 대한 확신이 있었나. 불안하지는 않았나요.
김지애: 자신의 길을 선택할 때 100%확신이 드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확신은 없지만 용기는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스스로 나는 '뛰어들어서 배우는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무식할 때 가장 용감하다'란 말이 될 수도 있겠지만(웃음), 무모하진 않다. SADI라면 부딪히면서 내 스스로를 다질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뛰어들었고, 결정을 내린 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내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박상현: 나름 당시에는 힘든 결정이었고 고민 많이 했다. 디자인이란 걸 하고 싶다고 맨 처음 생각한 게 군대 전역할 무렵이었는데, SADI 입학 할 때까지 오 년 가까이 혼자서 고민만 했다. 군대 있을 때 후임이 디자인 공부하는 친구였는데, 그 친구가 말하길 일년에 디자인 관련 학과 졸업생이 삼만 명 가량 된다고 한다. (나중에 실제로 자료를 찾아봤는데, 과연 매 년 삼만 명 정도가 디자이너가 되겠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있더군요.) 일년이면 삼만 명, 이년이면 육만 명, 삼 년이면 거의 십만 명인데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할 일을 찾을 수 있을지도 걱정도 되고, 늦게 결혼하셔서 당시에 이미 친구분들은 아들 며느리가 보내주는 효도관광 다니시겠다던 부모님이 실망하시지는 않을까도 걱정 되고, 타고 나는 게 중요하다던데 혹 내가 욕심만 있고 재능은 없는 살리에리가 되지는 않을지도 걱정되고…… 걱정이 많았다. 그러다가 정작 졸업하고 진로를 정해야 되는 때가 다가오자 긴 인생이 남았는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디자인이 너무너무나 하고 싶었다. 그 다음부터는 사람들을 만나 상담하고 학교를 알아보고 부모님을 설득하고 하는 일들 모두가 너무나 즐거웠다.

Jungle : SADI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을 들었는데, 흥미로웠습니다. 선발하는 데 있어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느껴지기도 하고. 당시의 상황과 기분을 설명해 줄 수 있으신지요.
김지애: 그 때 그 과정 중의 기분은 시험이었는데도 '편안했다'라고 하면 이상할까? 붙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내가 가진 걸 다 보여주면 되지'라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편했다. 기존의 대학과 달리 비실기 전형을 비중 있게 다룬다. 비실기 전형은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그림 실력이 아니라 여러 가지 자신이 다른 분야에서 쌓아 올린 것들을 자기소개서와 여러 가지 전형에서 살펴보고, 학업계획서와 면접을 통해 학생들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기존 제도권에 있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을 선발하는 과정 역시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관문이었던 그룹 면접은 인상에 남는다. 주어진 과제를 워크샵 형식으로 조를 나누어 하루 동안 수행한 뒤 프리젠테이션 하는 과정을 거쳤다. 중간 점검 과정과 마지막 파이널 프리젠테이션 과정에서 얼마나 사람들과 같이 의견을 교환하고, 자신의 컨셉을 크리틱을 통해 발전시키는지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각 조별 사람들이 경쟁자이지만 하나의 팀으로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이 SADI의 교육 방향에 대한 관찰하고 나 자신을 전공자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남는다.

박상현: SADI의 신입생 선발은 실기전형과 비실기 전형이 있다. 저는 비실기 전형으로 지원을 했다. 포트폴리오랍시고 취미생활로 낙서 했던 스케치 북과 내 감성이 이렇다,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기 한 페이지, 기계과에서 졸업 논문 썼던 것들을 가져갔는데, 면접 보는 교수님들의 반응이 의외로 너무 좋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디자인 하고 싶다고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다 모아서 들고 온 젊은이의 열의가 맘에 드셨던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렇게 선발된 학생들이라 그런지, 지금 주위를 둘러 보아도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디자인에 대한 열정만은 그 어느 곳에 내 놓아도 빠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그것이야말로 SADI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Jungle : 수상작인 ‘봉봉박서’의 컨셉트와 발상의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박상현: SADI 프로덕트 학과는 한 학기에 두 개의 주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다른 과목들이 이 프로젝트를 서포트 하는 형식으로 짜여 있고, 모든 과목은 기본적으로 팀 작업이다. 봉봉박서는 '디자인 리서치' 과목에서 진행한 '취학 전 어린이의 사회성 연구'를 바탕으로 '프로덕트 스튜디오 A'과목에서 학기 중에 작업한 결과물이다. 결과물은 상당히 단순하지만 리서치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리서치 과정 중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애들은 싸우면서 큰다.' 는 말도 있듯이 아이들에게 싸움이라는 것이 마냥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고, 컴퓨터와 게임에만 빠져있는 아이들이 '유사 싸움'을 통해 서로 몸을 부딪히며 사람들 사이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이 제품의 컨셉트다.


Jungle : 이번 수상은 미래를 계획함에 있어 하나의 계기와 새로운 출발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앞으로의 계획을 묻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가 어렵다면 비전이나 디자이너로서 지향하는 바라도 말씀해 주시죠.
박상현: 아직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것은 별로 없고 흥미 있는 것들만 잔뜩 있다.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뒤늦게 결심하고 지금까지 오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열심히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하루하루가 얼마나 재미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앞으로도 쭈욱, 재미있게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겠다.


정정민은 스스로를 우물 안 개구리라고 표현했다. 바로 얼마 전 큰 상을 수상한, 촉망 받는 디자이너의 자기 평가치고는 가혹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어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SADI에 머물렀던 3년간 SADI를 무엇보다 믿고 사랑했기 때문에 많은 발전을 하길 원했고, 그 때문에 바쁘고 여유가 없었다’는 것.

패션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정민의 작품은 단연 돋보이는 데가 있다. 그 스스로 원하는 ‘생각하는 디자이너’를 떠올리게 하는, 인문학적 사고가 디자인으로 표현된 독특한 작품으로 당당히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반성적 사고와 인문학적 관심의 깊이가 놀랄 정도로 두터운 정정민은 인터뷰 답변 또한 그의 작품 못지 않게 독특하고 인상적이었다.


Jungle : 패션대전 대상 수상을 축하 드립니다. 상의 권위만큼이나 경쟁도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당시의 분위기와 현재의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정정민: 외부에서의 시선만큼 경쟁이 치열했는지도, 분위기가 어떠했는지도 모르겠다. 주변을 살펴 볼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던 것 같다.
심사 당일엔 그 직전까지 손에서 옷을 놓지 못했고 30명 본선 진출자 중 30번이라는 번호가 구석에서 잠깐이나마 눈을 붙일 수 있게 해 준 탓이기도 하다.
발표가 있던 날 무덤덤하게 앉아 있다가 대상과 금상을 남겨두고 먼저 호명 되었다.
무덤덤한 척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최종 이름이 호명 되는 순간엔 그저 감사하고 눈물부터 나더라. 촌스럽지만 이 표현 밖엔 없다.
그 자리에 함께 해준 SADI 후배들 덕분에 축제 분위기가 연출 되기도 했다.
이 자리를 빌어 바쁜 와중에 응원하러 와준 SADI인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곳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데 대해 무척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대회는 나에게 두 번의 도전을 하게끔 만들었는데 나는 또 한번의 자기계발로 생각했다.
"우리도 내년에 또 하자"라고 백스테이지에서 얘기하던 친구들에게, 뭐든 잘 안 풀려 고민하는 후배님들에게 그 말을 꼭 해주고 싶다.

Jungle : 수상작품인 ‘Affodence착용자를 위한 착용자에 의한’은 패션에 대한 열린 발상이 돋보입니다. 특히 생태심리학의 개념을 패션과 결합시킨 아이디어가 놀라운데요. 발상의 계기와 작품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정정민: 나는 철학서나 디자인 전 영역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 신인 작가 발견하기,포토,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관심이 매우 많다.
그 중 후사가와 나오토가 쓴 글들을 찾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생태 심리학으로 연결 되었다.
무엇보다 나의 패션관과 일치하는 개념이었기 때문에 흥미롭게 고민했다.
하지만 수박 겉핥기 식으로 되어버려서 부끄러운 점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 생태학'과는 아직도 씨름 중이다.
패션을 전공한다고 해서 동시대를 살아가는 천재 디자이너라 불리는 이름을 거론하고 히스토리만 논하기엔 너무 재미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것들은 패션학도에게는 기본이어야 할 관심 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티셔츠 한 장 사 입는 것이 좋아서 패션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거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러기엔 패션은 너무 어렵고 시간은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


Jungle :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 인문학적 개념을 패션디자인으로 표현할 계획인가요? 새롭게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나 개념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정정민: 내 디자인의 모토는 착용자로 하여금 디자이너도 알지 못 했던 새로움의 발견 즉, 다른 디자인을 유도하는 것이다.
특히, 나는 철학, 심리학에 관심을 갖고 있다.
공부는 꾸준히 할 것이며 내가 의도하는 방향과 일치하는 부분은 수용할 것이다.
현재는 정리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이해를 나 자신에게 구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쯤에선 새로운 분야, 개념을 충분히 얘기하고 싶은데 위에서 언급했듯 아직은 "디자인 생태학"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대신 소설 한 권 추천하겠다.
조나선 사우만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이다. 외롭고 슬프고 예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라.

Jungle : 패션대상 외에도 FUBU contest, SADI fashion critics awards show 등에서 다양한 수상 경력을 쌓으셨는데요. 자신만이 갖고 있는 패션 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철학, 방향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또한 SADI에서 받은 교육이 미친 영향도 듣고 싶습니다.
정정민: 그저 재학 중 산학협동 프로젝트에서 그리고 패션학과에서 하는 졸업 쇼에서 하나 받은 것이다. (정말이지 부끄럽다-‘부끄러우실 것 없습니다’;정글 생각)
정글은 개념과 철학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웃음) 크리에이티비티에서 시작하되 잘 만들어진 옷을 할 것. 그리고 인간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분야를 항상 공부 할 것.
첫 번째, 크리에이티비티만 따지면 옷의 기본이 무너질 것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 관심은 끌겠지만 매출과는 멀어 질 것이다.
디자인은 상업 미술이다. 내 옷을 계속 하기 위한 수요와 공급은 어느 정도 절충되어야 하지 않을까... 많이는 필요 없더라도 유지는 해야 할 것 같다.
두 번째, 잘 만들기만 한 옷은 디자이너의 옷이 아니다.
나는 기술자는 아니지 않은가.

SADI교육의 영향으로는 ‘사고하게 하는 것’과 ‘자기관리’를 꼽겠다.
기초학과 때부터 디자인 프로세스가 왜 중요한지 익혀 나가면서 자신의 디자인을 이해시키며 조절하는 크리틱 수업을 통해 다듬어진다.
무엇보다 빠듯한 SADI인들은 촘촘한 스케줄로 몸과 마음이 단련된다.
산학협동 프로젝트는 학생의 신분으로 경험하기에 무리가 있을 정도의 어려운 프로젝트이다.
내가 재학 중일 때는 삼성 썬더스 농구단의 유니폼을 그리고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후배들은 삼성플라자 유니폼을 산학협동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학생일 때 볼 수 없었던 점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일례를 들면 소비자의 기호를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Jungle : 2007년은 몹시 바쁘고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구상하는 한 해의 계획과 앞으로의 행보를 말해 주세요.
정정민: 글쎄...대상 수상으로 인해 더 바쁘고 중요한 한 해가 될 것 같진 않다.
단지, 계획보다 빠른 유학으로 인해 많이 부족한 외국어 공부에 시간을 좀 더 투자 하게 될 것 같고 가서는 많이 보고 느끼기 위해 쉼 없이 돌아다닐 것 같다. 그렇다면 바빠지는 건가. (웃음)

SADI를 빛낸 디자이너의 목록에서 빠질 수 없는 이름들이 있다. 서울컬렉션에서 당당히 신진디자이너로 데뷔, 올해도 쇼에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2명의 디자이너 김은희(Habenormal), 김민지(couture communique)등이 바로 그들. 남다른 감각으로 무장한 실력 있는 이들은 패션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할 신진 세력으로 인정 받고 있다.

지난 서울 컬렉션에 출품, 잔잔한 화제를 일으킨‘에브노말(habenormal)’의 김은희는 한양대에서 독어독문학을 졸업하고 SADI에 입학했다. 패션 디자인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유학을 생각하기도 했다는 그는 유학이 아닌 SADI를 선택하고 공부한 것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표현한다. 2004년 청담동에서 매장을 연 뒤, 지난해 3월부터 갤러리아 백화점의 편집매장인 GDS에서도 제품을 선보이며 맹렬히 활동 중인 김은희에게서 패션디자인과 SADI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Jungle : 지난 4월 열린 06-07 가을/겨울 서울컬렉션에서 에브노말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 명의 디자이너가 한 컨셉트로 각기 다른 디자인을 선보이는 방식을 곁들여 신선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던 같은데 한 편으로는 그 작업 과정이 궁금했습니다.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 공동작업이며 아이템이 겹치던가 하는 식으로 곤란한 일이 생기지는 않는 지와 같은 궁금증이죠.
김은희: 컨셉트를 같이 정한 후 각자가 15개에서 20착장씩 개인 작업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Habenormal이라는 한 브랜드 안에서 세 명이 전개하는 멀티 숍의 개념이다.

Jungle :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는데 졸업한 뒤 디자인으로 방향을 돌리셨는데요. 전환의 계기가 있었나요?
김은희: 어렸을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던 지라 늘 마음 속에서 공부하고 싶은 열정이 항상 있었다. 원래는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갈 생각이었는데, SADI를 알게 되어 입학했다. SADI를 졸업하고 SADI에서 공부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유학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Jungle : 일반 대학과는 달리 전문가를 양성하는 SADI의 교육이나 수업 분위기는 확연히 구분될 것 같습니다.
김은희: 1학년 때 전공에 들어가기 이전에 기초과정(fine art 개념의 수업)이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Jungle : 에브노말이라는 브랜드 네임에는 상식에 도전하는 당당함이 느껴집니다. (중간에 h와 e가 포함되어 있군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걸까요? ^^;;) 지향하는 패션의 도달점이 있는지요.
김은희: have와 normal을 합성한 단어로,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듯한, 이라는 뜻이다.

Jungle : 에브노말은 청담동 매장 오픈에 이어 지난해부터 갤러리아 백화점의 편집매장에도 선보이게 되었다. 로드샵에 비해 다양한 소비자와 만날 기회로 보이는데. 반응이 어떤가.
김은희: 잘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웃음)

Jungle : 지금까지의 행보로 볼 때 내년 2007년은 매우 바쁜 해가 될 것으로 추측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알려 달라.
김은희: 일단은 인터넷 쇼핑몰 wizwid에 들어가는 일로 요즘 너무나 바쁘다.

facebook twitter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